[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IT공룡 구글이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한 게임 스트리밍 사업에 본격 뛰어들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비디오 게임 시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소니와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EA 등도 게임 스트리밍 부문을 개발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CD를 구입해 셋톱박스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게 전통적인 방식이며, 그 이후 디지털 다운로드를 지원하는 등 발전했다. 그다음은 스트리밍이다.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통신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형식이다. 아직 이 서비스는 큰 존재감을 갖지는 못했다. 다만 IT기업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어 플랫폼의 변화가 예상된다. 

구글, 게임 스트리밍 사업 본격 테스트 돌입

구글은 지난 1일(현지시각) 클라우드 기반 게임 스트리밍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스트림(Stream)’을 발표했다. 구글은 유비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오픈 월드 RPG(역할수행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크롬 웹 브라우저로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테스트를 5일 시작했다. 이 게임은 PS4와 엑스박스, PC 등에 같은 날 발매됐다. 즉, 최신작 게임으로 테스트를 한다. 

테스트에는 한정된 인원이 참가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만 17세 이상 게이머 대상이며, 최소 25mbps의 인터넷 속도를 갖춰야했다. 또한 구글 크롬의 최신버전이 업데이트돼 있어야 한다. 게이머들은 유선 콘솔 컨트롤러를 연결해서 플레이할 수도 있다. 무선 콘솔은 지원하지 않는다. 구글은 테스트 참여 인원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며, 테스트 기간은 다음해 1월경까지다. 테스트 기간 동안 저장된 게임 성과는 테스트가 끝나면 초기화될 예정이다. 테스트 참여자들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데스크탑과 노트북, 크롬북에서까지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구글은 테스트 시작에 앞서 회사 측에서 시연한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4분 정도인데 높은 그래픽 수준을 유지하며 끊김현상이 없다. 게임은 풀HD(1080p) 해상도에서 60프레임을 유지한다. 

▲ 구글 스트림 어쎄신 크리드 시연 영상. 출처=유튜브 갈무리

게임 스트리밍이란, PC나 콘솔 게임기 등 하드웨어에 저장된 게임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 연결된 PC나 모바일, TV 셋톱박스 등을 통해 사용자가 게임을 다운로드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를 말한다. 즉, 게임 설치를 위한 별도 저장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게임을 가동하는 건 클라우드 서버에서 하므로 기기의 사양이 낮아도 사용자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빠른 인터넷 속도가 생명이다. ‘트리플A’라고 불리는 비디오 게임들은 고화질 그래픽을 구현하므로 인터넷 속도가 빨라야 게임 작동을 실시간으로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게임에서 끊김 현상 등이 일어나 유저 만족도가 확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5세대(5G) 통신이 상용화된다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스트리밍은 차세대 게임 서비스 형식으로 평가받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한 시도가 있었다. 약5~6년 전 통신 3사에서 각 회사의 셋톱박스를 이용한 클라우드 비디오 게임 서비스를 야심 차게 서비스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며 몇 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한 이력이 있다. 당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실패 이유로 고사양 게임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위한 빠른 통신속도 환경이 미흡했던 점, 게임 유저들이 모바일 시장에 몰리며 콘솔게임 시장 자체가 침체됐던 점 등이 거론됐다. 콘솔 게임 유저들이 익숙한 소니, 엑스박스, 닌텐도 등을 등지고 다른 플랫폼을 선택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스트리밍, 낯선 시도는 아니지만…

구글이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올해 초부터 나왔다. 지난 1월 비디오 게임업계 경력을 가진 필 해리슨이 구글의 하드웨어 부문 부사장 겸 총책임자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필 해리슨 부사장은 과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부문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의 수장을 맡았고,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부문 유럽지역 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 스트림 발표로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미 있는 서비스다. 대표적으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의 ‘PS나우’와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가 있다. PS나우는 PS4와 PS3의 게임을 윈도우 PC와 PS4 콘솔에서 지원한다. 플레이어들은 원하는 게임에 요금을 내고 일정 기간 이용할 수도 있고, 월간 회원권처럼 구독하고 수백 개의 게임을 마음대로 즐길 수도 있다. 지포스 나우는 안드로이드 TV 기반 셋톱박스를 통해 스트리밍 게임을 제공한다. 현재 윈도우와 맥 PC에 비공개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아직 비디오 게임은 CD와 디지털 다운로드 쪽에 무게가 많이 실려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구글이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업계는 주목할 수밖에 없다. 구글은 이미 나와 있는 분야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 ‘구글’이 그랬고, 웹 브라우저 ‘구글 크롬’이 그랬고, 모바일 운영 체제 ‘안드로이드’가 그랬다.

게다가 구글은 게임 스트리밍 사업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서버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유튜브를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는 걸 봐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어서 막강한 기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클라우드를 기반으로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 기업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클라우드 관련 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 초읽기

몇 년 되지 않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니와 엔비디아는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도 공식적으로 게임 스트리밍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E3에선 MS와 게임 유통업체 EA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서비스들은 PC와 콘솔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까지 겨냥한다.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아마존은 지난해 7월 게임·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인 게임스파크를 인수했으며, 올해 3월 이 인수를 통해 이 회사의 멀티 플레이어 서비스, 게임 운영, 서비스 통합 등 역량을 PC, 모바일, 비디오게임 등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4년 실시간 게임 스트리밍 업체 트위치를 한화 약 1조원에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게임 개발사 텔테일게임즈와 협력해 스트리밍 버전 마인크래프트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본격 게임 서비스는 아니지만 게임을 접목하는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음원과 비디오 콘텐츠는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구글의 이번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테스트 결과와 다른 굵직한 IT기업들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