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지난 8월 3일 아시아 지역 최초로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병한 이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5일 현재 내몽골을 포함한 중국의 8개성에서 총 22건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중국에서 ASF 발병으로 살처분 처리된 돼지만 4만여 두가 넘는다.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된 사례는 없지만, 우리와 인접한 중국 전역으로 확산 추세고, 더욱이 지난 8월과 9월에 잇따라 인천공항과 제주공항에서 불법 반입된 축산가공품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축산업계를 중심으로 ASF 국내 유입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이달 1일 기준 중국에서 22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출처=중국 농업농촌부, 농림축산식품부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돼지 발병 열흘 이내 사망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돼지에만 발병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일령에 관계없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야생맷돼지·진드기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지만, 최근에는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가공품, 오염된 남은 금식물의 급여 등 전파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로이터> 등 일부 매체에 따르면 사람 간의 이동과 농기계 사용을 공유하거나, 공기를 통한 감염도 가능하다는 추측도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OIE(세계동물보건기구)에 따르면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첫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되면 고열과 식욕부진,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보통 4~5일 내에 증상을 보이는데, 그간 모든 사례에서 감염 후 열흘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염 후 41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면 생존일이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ASF가 발병한 국가는 46개국이다. 출처=Reuters

우리와 인접한 중국서 22건 발병…발병원인 오리무중
한동안 주춤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07년 조지아에서 발병한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속속 발생하다가 올해 여름 아시아에서는 중국, 지난 9월 서유럽에서는 벨기에가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ASF가 발병한 국가는 46개국이다. 아프리카가 29개국으로 가장 많고, 유럽은 15개국, 아시아 1개국(중국)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뉴질랜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위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IE의 매튜 스톤(Matthew Stone) 사무차장은 2일 CNN을 통해 “올해 중국과 벨기에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며, 피해가 막대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정부 당국이 많은 압박을 받고 있을 것”고 밝혔다.  

우리는 특히 한반도와 인접한 중국의 ASF 발병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8월 3일 요녕성 선양에서 첫 발병을 시작으로 안휘성과 흑룡강성, 내몽골, 길림성까지 10월 1일 현재 중국의 8개성에서 22건의 ASF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하지만 발병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ASF 발병에 대해 세계식량기구(FAO)의 수석 수의사인 후안 루브로스(Juan Lubroth)는 8월 28일 FAO의 성명서에서 “ASF 바이러스는 매우 춥거나 건조한 기후뿐만 아니라 돼지고기가 건조되거나 경화된 상태에서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무척 강건하다”며 “중국에서 발견된 균주는 2017년 러시아 동부에서 돼지를 감염시킨 균주와 유사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원인이나 연관성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돼지에만 발병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일령에 관계없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출처=FAO

한반도 유입 가능성↑…국내 양돈산업 타격 우려
중국의 ASF 첫 발병지인 요녕성 선양과 북한까지의 거리가 불과 200㎞에 불과하고, 북한이 가축전염병 예방·방역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SF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도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이자 미국 캔자스 주립대 교수인 위르겐 리히(Jurgen Richt) 교수는 최근 미국의 최대 공영 라디오 매체인 NPR에서 “중국의 ASF 발생은 인접국가인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며, 야생맷돼지에 의한 전파 위험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FAO도 성명서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1000㎞ 이상 떨어진 인근의 다른 아시아 국가로의 발병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인근의 동남아 지역은 물론 돼지고기 교역과 소비가 활발한 한반도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생산자단체도 ASF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높은 바이러스 증식성으로 확산속도가 빠르고, 돼지가 감염으로 죽은 후에도 다른 돼지를 감염시키는 배출원이 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그렇지만 뚜렷한 증상이 보이지 않아 일선 농장에서 조기 발견과 신고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유입되면, 300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한 2010~2011년의 구제역 대란 이상으로 양돈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ASF 바이러스 검출됐으나 음성 판정…불법반입 과태료 500만원 상향조정 검토
우리도 8월 24일 인천공항 중국 선양발 항공편에서 국내 여행객이 소지한 돈육가공품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데 이어, 같은 달 26일 제주공항에서 중국인 여행객이 반입한 돈육가공품에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더 이상 ASF 바이러스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다행스럽게 돈육가공품에서 검출된 ASF 바이러스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와 양돈업계를 중심으로 ASF의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검역과 국내방역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농식품부는 중국발 여행객 등이 반입하는 휴대축산물 모니터링 검사를 확대(연간 100건→150건)하고, 국내 입국 항공기에 기내방송으로 축산물 휴대 반입 금지, 입국 시 자진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대상 질병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포함하고, 긴급행동지침(SOP) 마련, ASF 예방 비상 행동수칙 발령 등의 조치를 취했다. 공동방제단을 동원해 국내 양돈농가·취약지역에 대한 소독 등 차단방역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충청남도 당진에서 농식품부·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전국의 17개 시·도, 농협, 방역본부, 한돈협회 등이 공동으로 가상 방역훈련(신고·접수, 초동대응, 살처분 조치, 소독·통제)을 실시했다. 해외에서 귀국할 때 돈육가공품 등 축산물 반입이 절대 되지 않도록 정부와 대한한돈협회가 함께 홍보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달 4일에는 관계기관과 생산자단체, 학계, 양돈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ASF 대책반이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ASF 대책반은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전국 남은 음식물 급여농가(384호)를 대상으로 ASF 바이러스 감염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해외 여행객이 검역물품을 불법 반입하다가 적발될 시, 과태료 부과를 기존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령을 개정하는 등의 예방 보완책을 마련했다.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에 유효한 소독제 177개 제품을 선정해 지난 9월 공개했다. 소독제 선정은 FAO와 OIE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에 권고하는 유효성분이 포함된 국내 허가 제품과 미국·영국정부가 ASF 소독제로 인정한 제품의 주요 성분이 포함된 국내 허가 제품을 기준으로, 관련 학계·방역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ASF 방역에 활용할 수 있는 소독제는 차아염소산나트륨 2개를 비롯해 구연산 57개, 알데하이드제 31개, 오르토-페닐페놀 2개, 요오드화합물 4개, 버콘 및 유사제품 54개 등이다. ASF 유효 소독제와 관련한 제품 정보와 사용법은 검역본부에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