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풀 합법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IT 플랫폼 업체들의 카풀 진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한편 청와대 앞 1인 시위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들은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나아가 “택시업계도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우리는 적폐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택시업계와 하려는 시도는 왜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택시업계는 최근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대규모 카풀 반대 시위를 한 후, 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와 만났다.

이 상무는 국민들이 카풀 서비스 합법화에 반대하는 택시업계를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상무는 “대부분의 언론이 잘못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택시업계는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카풀은 오히려 필요한 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반대하는 것은 카풀을 ‘업’으로 삼은 ICT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리활동이다. 이 상무는 “전국 2200만대 자가용이 모두 택시가 된다면 심각한 교통질서 훼손이 우려되고, 택시기사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이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ICT 플랫폼 사업자 주도의 카풀 서비스 합법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태에서, 이를 마냥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이 상무는 “우리의 사정과 생각이 제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발생한 오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카카오 모빌리티 등 카풀 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이 바로 교통의 공급과 수요를 카풀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카풀을 마냥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업계의 자정활동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택시의 40%는 기사가 부족해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택시 자체도 25만대에 이르는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대목에서 밤 늦은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택시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려면 운행되지 않는 택시, 공급과잉 상태의 택시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요금인상 등을 통해 기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승차거부와 같은 부작용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상무는 “ICT 기술의 발전을 외면하면 택시업계도 고사한다는 점,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카풀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우리도 준비가 됐다. 최근 모 기업과 새로운 ICT 플랫폼 실험에 나서기로 한 이유도 우리가 먼저 변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택시를 타보면 기사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확고해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ICT 플랫폼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카풀을 자연스럽게 진행하면서 택시업계와 4차 산업혁명의 만남에 기대를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사납금 문제를 비롯한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현안도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택시업계는 카풀과 관련된 공개 토론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장외투쟁만 불사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 광화문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택시업계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일방적 행보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이 상무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해커톤이나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카풀 합법화를 전제한 사람들이 모여 ‘너희들 이야기도 한 번 들어는 볼게’라며 손짓하는 곳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전략에 크게 날을 세우는 분위기도 풍겼다. 이 상무는 “카카오 모빌리티 등 IT 플랫폼 사업자들과 지금까지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 “대화를 하는 동안 카카오 모빌리티가 무리한 주장만 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을 현행법 내에서 추진한다고 하지만, ‘그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도 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두 진영의 말이 다르다. ICT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에서는 자기들이 추구하는 것을 위해 일종의 수단으로 카풀 반대를 외치는 것”이라면서 “ICT 플랫폼 업계는 택시업계의 규제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 ICT와 택시업계 규제 모두 풀어 상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 타다 서비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마지막으로 이 상무는 “8일 이재웅 대표가 있는 쏘카의 자회사 VCNC가 타다라는 플랫폼을 공개했다”면서 “카풀 모델이 아니지만, 불법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서 문제가 있다면 실제 액션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