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차량공유 플랫폼 쏘카의 100% 자회사 VCNC(브이씨엔씨)가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타다’를 8일 공개했다. 기존 산업과의 협업으로 최근 모빌리티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논란을 피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지만, 쏘카부터 시작된 기존 모바일 렌트카 업체 비즈니스 모델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IT 기술 일부가 투입, 서비스 확장만 추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풀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불러야 할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것도 아니다.

▲ VCNC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상생의 협력 모델 만들겠다”

2011년 창업한 VCNC는 쏘카에 인수되기 전 모바일 커플앱 비트윈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현재 비트윈은 137개 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290억개의 대화와 24억개의 사진이 공유되는 등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까지만 해도 커플앱 플랫폼 회사로 활동하던 VCNC가 갑자기 모빌리티 서비스를 단기간에 출시한 비결이 무엇일까? 쏘카의 자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박재욱 대표는 “플랫폼 서비스를 하며 데이터와 관련된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면서 “모빌리티의 쏘카와 데이터 운영의 VCNC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커플앱을 운영하며 플랫폼과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이를 쏘카와의 접점으로 삼아 모빌리티 시장에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동차가 많아진 현상, 이에 따른 불합리함을 서비스 출시의 당위성으로 삼았다. 박 대표는 “서울에만 작년 기준 310만대의 차량이 움직이고 있으나 이동의 사용자 경험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면서 “영국 왕립자동차클럽재단의 84개 도시 대상 조사 결과 평균 주차시간은 95.8%에 이른다. 자동차 운용 효율성이 낮다. 극단적으로 5%의 차량이 24시간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숫자가 늘어나면 이동의 편의성이 높아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차량이 주차로만 방치되며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박 대표는 차량공유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과 비슷하다.

박 대표는 “IT 기술로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공유경제로 자동차 숫자를 줄이는 한편, 기존 산업과 협력해 양질의 모빌리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종합하자면 VCNC의 타다는 IT 기술로 알고리즘 개선 등을 통해 차별점을 확보하고, 공유경제에 입각한 차량 숫자 줄임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순기능을 뽑아내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기존 산업과이 협력 가능성을 열어 일각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포석도 깔았다.

타다는 플랫폼에 고용된 드라이버가 고객을 받는 구조다. 일종의 전업 드라이버를 확보해 시장의 판을 키운다는 전략이며 기존 카풀과 차이가 나는 점이다. 고객이 호출하면 데이터 기반 ‘바로 배차’ 시스템을 통해 근방에서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을 바로 배치하고 최적 경로를 통해 효율적인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결제도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자동차도 승용차가 아닌 11인승 승합차다. 현재 타다 베이직이 베타 서비스되고 있으며 이후 교통 약자를 위한 타다 어시스트도 등장할 계획이다.

▲ 타다의 미션이 보인다. 출처=VCNC

이재웅 대표의 한 수...평범하다

VCNC의 타다는 법적인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낮다. 카풀이 아닌 플랫폼에 고용된 일종의 전업 드라이버를 확보한 상태에서 고객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1인승 승합차 운행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일반 택시업계가 날을 세우기도 ‘애매’하다. 심지어 일반 렌터카 기업들도 현재 기사를 자동차와 함께 렌트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준다. 서비스는 큰 논란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큰 논란이 없을 정도의 혁신이 없다는 점이다. 타다는 카카오 모빌리티처럼 플랫폼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시도가 아니며, 카풀처럼 크라우드 소싱 전략을 공격적으로 택하는 방식도 아니다. 말 그대로 렌터카 비즈니스 모델을 온라인으로 끌어온 것 이상의 특이점이 없다. 쏘카부터 기존 렌터카 업체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하게 온라인으로 끌어온 것 이상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일견 당연해 보이는 전략이다.

큰 논란이 없을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 시장에 안착하기에 용이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빌리티라는 틀에 담아내는 순간, 역설적으로 모빌리티 업계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당장 ‘모빌리티가 고작 기존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끌어오는 것에 그친 것이냐’는 비야냥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부분의 O2O 플랫폼들이 근원으로 돌아가면 ‘고작 그 정도의 기술이 혁신이냐’는 지적과 만나는 장면과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기술적 고도화보다 서비스가 우선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미 존재하던 기술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풀어내면 생각하지 못한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주장이다.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체 모빌리티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카풀과 관련이 없는 VCNC의 타다를 두고 카풀 현안에서 불거지고 있는 ‘규제를 이겨낼까?’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명백한 오해지만, 택시나 기타 밴 사업자 등 모빌리티에 반감을 가진 기존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리스크’가 생긴 것으로 오인받기 쉽다. 택시업계는 쏘카 이재웅 대표가 정부 혁신성장 민간본부장에 임명된 직후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일종의 ‘공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타다가 기존 사업자와의 협력을 다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비슷한 ‘선언’으로 주목을 끌었던 IT 기업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재조명받고 있다. 대표사례가 차차 크리에이션이다. 차차 크리에이션은 카풀과 대리기사의 경계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과 다르지만, 태생부터 교통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목표로 걸고 판을 키우려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기존 교통 종사자에게 막대한 이득을 약속해도 노동조합과 협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택시업계 상황은 이러한 설득을 모두 무위에 그치게 만들고 있다.

VCNC는 “우리의 서비스가 좋으니 드라이버들이 참여할 것이며, IT 기술로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제3자가 봐도 택시기사들이 IT 기술과 만나면 ‘당연히’ 좋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는 모두 실패했고, VCNC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베일을 벗은 VCNC의 전략을 두고 이견이 갈리지만, VCNC는 차분하게 자기의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다. 박 대표는 “우버나 디디추싱도 처음부터 큰 회사가 아니었다”면서 “시작은 미비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을 품는 종합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