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의료진이 영상진단 의료기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 의료 시장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의료 시장이 재편되는 이유로는 수가 대신 가치 기반 의료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데 따른 임상 현장 업무 환경의 질적 변화와 의료 데이터 사용, 의약품 개발 혁신, 더 저렴하고 개선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꼽힌다. 전문가는 앞으로 의료업계가 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건강 관리 비용은 과거보다 느리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지출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연구단체인 카이저 가족 재단(KFF)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의료보험료와 본인부담금(Deductible)은 올해 임금 삼승보다 더 높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본인부담금은 올해에만 5% 상승해 고용주와 근로자가 부담하는 근로자 가족 의료보험료는 총 1만9616달러로 증가했다. 근로자가 부담하는 직장 의료보험료는 전체의 28.3%인 5547달러이고 고용주가 부담하는 의료보험료는 전체의 71.7%인 1만4069달러에 이른다. 이는 근로자가 가족 의료보험혜택을 위해 달마다 462달러를 더 부담하는 것으로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고 풀이된다.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가치기반 의료 비용 시스템은 크게 네 가지 기준이 포함된다. 이는 환자가 입원하기 전 3일부터 입원기간, 퇴원 후 30일까지를 진료 기간으로 판단하는 진료비용 절감과 효율성 평가(Medicare Spending per Beneficiary, MSPB)와  환자 및 보호자 중심의 진료(Hospital Consumer Assessment of Healthcare Providers and Systems, HCAHPS), 안전(hospital acquired condition, HAC), 재입원감소 프로그램, 사망률, 적절한 의약품 사용 등이다. 가치기반 의료서비스는 위와 같은 진료 적정성(clinical care)으로 평가된 후 보험 급여가 정해진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가 이 의료 시스템으로 입원진료 급여 기준을 결정하면 병원은 의사의 진료 행위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미국 가정의학회(AAFP)는 “전통 의료서비스가 의료계의 양적 성장을 가져왔다면, 가치기반 의료서비스는 환자에게 중점을 두며 병원 재방문, 재시술 등을 줄이고 인증된 건강 정보통신(IT) 기술을 사용해 예방 치료를 개선하는 등 질적 성장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미 보건복지부(HHS)는 올해 안에 건강보험료의 50%를 가치기반 의료서비스에 지급할 계획이다.

의료 데이터 분석의 발전도 미국 의료 시장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는 약 20%의 환자들이 30일 이내에 재입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느 환자가 다시 병원을 방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병원과 보험사는 최근 IT의 발전으로 예후가 취약한 환자를 예측해  예후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 발전한 의료 데이터는 또 의료업계 인력이 임상과 치료제 개발 등에서 더 심층성을 갖춘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돕는다.

세 번째 주요 의료 동향은 암 예방 치료, 유전자 치료, 세포 치료를 포함한 화학‧바이오 의약품 혁신이다. 제약업계는 진화하는 보험 산업에 더불어 약물과 치료가 실제로 얼마나 작용하는지 입증해야 하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는 기업이 혁신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신약을 생산하기 위해 R&D에 투자해야할 이유를 강화하며, 시판된 약물도 후기 임상 등 현실세계(Real world) 데이터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높인다.

의료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네 번째 요인은 소비자들의 수요다. 의료서비스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과 다양한 선택, 더 나은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긴급 진료 병원과 영상 진료를 제공하는 기업의 급속한 성장은 소비자들이 더 새롭고 편리한 모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헬스케어 전문 투자 기업인 라자드 은행의 부회장 피터 R. 오어샤그(Peter R. Orszag)는 블룸버그에 “의료 기업들은 더 높은 품질과 더 개인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피터 라자드 은행 부회장은 또 “위와 같은 추세는 법인세 개혁과 함께 이전에 구별됐던 의료 산업 부문 간의 경계를 흩트리는 합병과 변화를 계속 촉진할 것이다”면서 “더 좋고, 더 편리하고, 덜 비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시스템 변화에 압력을 증가시킨다. 보건의료 분야의 리더와 투자자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경쟁하면서 보건의료 분야의 가치를 추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