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장의 진(珍)풍경

# 강의장 질문 1 - “얼마 전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내버스에서 술 취한 남자가 여자 한 명을 성추행했다. 같이 탄 많은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외쳤지만 모두가 외면했다. 결국 버스를 파출소 앞에 세워서 경찰이 들어와 술 취한 사람을 끌어내리고 끝이 났다고 한다.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을까?” 거의 답이 없다가 막 재촉하면 마지못해 한두 명이 손을 들어 답을 한다.

# 강의장 질문 2 - “50명이 모이면 130이 60으로 바뀐다고 한다. 130,60은 무슨 의미의 숫자일까 추정해 보자. 미국MIT 대학의 피터 셍게(Peter Senge) 교수가 정의한 말이다. 틀려도 좋다. 손들고 답해 주면 작은 선물도 하나 주겠다.”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몇몇을 지정해서 질문을 하면 그나마 ‘목소리’, ‘친구 숫자’, ‘돈’ 등으로 억지 답을 한다.

# 강의장 질문 3 - “솔직하게 답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왜 이 수업을 신청했지요? 학점이 쉬워서? 인원이 많아서? 남들이 많이 신청을 하니까? 취업이 간절해서?”

답이 없어서 손을 들게 하여 세어보면 80%가 학점이 쉽고(PASS, FAIL)이고 대단위 강의라서 신청했다고 답한다.

# 4 공통상황 - 이 세 가지 상황에서 강의장의 또 다른 공통 풍경은 학생 1/3 정도는 이 질문이 오가는데(도입부든 시간이 제법 지난 중반부든)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놀음을 하고 있다.

 

인간의 무서운 속성 - 누군가 하겠지? 라는 방관자 효과

100여년 전 독일의 사회학자인 링게르만은 인원이 많이 모일수록 개인의 역량발휘는 역으로 줄인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줄다리기를 하면 1:1 상황에서는 100의 힘을 쏟던 사람이 2:2가 되면 93, 4명이면 85, 8명이 되면 49만의 힘만을 쓰더라는 것이다. ‘누군가 하겠지!’ 때문이다. 동서고금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소위 ‘링게르만의 효과’이다.

그래서 앞의 질문 2의 130, 60은 I.Q를 말하는 것이다. “I,Q 130인 사람도 50명만 모이면 스스로 IQ를 60으로 낮춘다”는 현상이다.

질문1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자칫 도우다가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고, 자칫 번거로운 일이 생겨서 그렇다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간의 70% 정도는 이 현상을 보인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태에 대한 심각성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일이지만, 문제는 강의장에서 이 현상이 쉬지 않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누군가 하겠지!”

매일, 매시간 I.Q를 낮추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누군가 하고 지나갔다. 다음 시간도 그렇게 지나간다. 1학기, 2학기, 졸업 때가 되어도 그렇게 지나간다. 아무 문제없이 학점도 받는다. 시험만 쳐도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개가 외워서 쓴 답이다. 판단하고 말할 필요가 없다.

수강인원이 많아지면 쉽게 숨기도 좋다. 나는 아무 것도 안 해도 누군가 답을 한다. 답답하면 교수가 답을 준다. 그러는 동안 내가 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럭저럭 학창시절을 지낸다. 그게 대학가의 낭만이라고 하면서….

좀 더 슬프게 이야기하면 절대 교수는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답을 하라고… 왜냐하면 학생들이 싫어하고, 교수들을 평가하니까. 그래서 교수들이 회피하기도 한다. 학생 1명이 얼마나 중요한가? 학교 생존에 영향을 준다. 인구의 감소 때문에… 그렇게 졸업까지 무사히 시켜주니 그것이 옳은 줄 안다.

그런데 학생(취준생) 자신은 어떤가? 학교에 1학기 동안 2차례의 시험에 몸을 맡기고 400만~500만원의 돈을 내고 다니는 형국이다. 이 상황에 대학 당국이나 교수들 어느 한 명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대책을 세우는 광경을 보질 못했다. ‘다 그런 것 아니냐?’라는 정도다. ‘우리도 예전에 그랬다. 지금 애들은 더한데 나보고 어떡하라는 것이냐?’

결론은 학교에 와서 생각하는 힘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되레 줄어들었다. 무능하게 만드는 ‘연습장’에 들어가 있다는 결론이다.

전문성을 키우고 말하는 역량이 취업의 핵심이다. 그런데 4년간 한 마디도 하지 않고도 졸업을 한다. 심지어는 친구끼리 주고받는 수준의 말, 저속한 말만 하다가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도 비일비재하다. 취업이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승용차를 하나 사서 시내에서 시속 60㎞ 정도로만 달리면 엔진의 힘이 약해져 제대로 달리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고속도로 등에 나가 ‘힘껏 밟아 주어야 제 기능을 가지게 된다’고도 하지 않는가? 하물며 사람, 학생, 취업준비생은?

 

유일한 해결책 ? 교수, 학생 양자 간의 마인드셋

핵심은 “1대 1의 관계를 만들어라. 1대 1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 10명이 있던, 100명, 1000명이 있더라도 지금 이 자리는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존재감을 가져라. 학교 강의뿐만 아니라 대중이 모인 강연장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게 하라. 만일 교회를 다닌다면 예배시간도 그렇게 하면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에게도 좋은 습관이다.

1대 1 관계라는 마인드를 갖고 나면 시간 지키기, 먼저 인사하기, 약속한 것 지키기, 공공장소 가면 앞자리 앉기, 반응하기 등이 자연스러워진다. 졸음도 덜 온다. 긴장한 덕분이다.

필자도 심리학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던 내용이다. 그러나 강의를 맡아 공부하던 중에 알게 되었다. 대학생 취업현장에서 자기 생각 하나도 말 못하는 숱한 경우를 보며 어떻게 고칠 것인가를 고민해서 얻은 유일한 대응책이다.

실제 필자를 거쳐간 수많은 학생들이 이 현상과 대응책을 알고 인생을 바꾼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필자를 부르는 닉네임이 ‘누군가 하겠지’다. 그만큼 충격이 크고, 고치는 효과도 크더라는 것이다.

특히, 그중에 1회에 10명 내외의 인원을 맡아 다섯 번 정도만 가르치면 하면 어떤 경우이든 취업을 다 시켰다. 본인이 원하는 기업으로 보냈다. 인원이 적었기에 가르침이 고스란히 먹힌 것이다. 본인의 긴장도도 달랐다. 소위 ‘지여인’(지방대, 여학생, 인문계)도 100% 취업이었다.

 

1. 대학생들의 마인드와 행동

교수와 1대 1 관계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상응하는 긴장감을 가져라. 그러면 시간 지키게 되고, 앞자리에 앉게 되고, 강의시간에 졸지 않게 되고, 내가 먼저 인사하게 되고, 한눈 팔지 않게 되고, 질문에 손 들게 된다. 그래야 교수님이 민망하게 되지 않게 되지 않겠는가? 착한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는 것이다.

 

2. 교수들의 마인드와 노력

교수는 취업준비생에게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학생들과 1:1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두루두루 눈 마주치고 질문하고 교감하면 좋겠다. 별도로 취업준비 안 시켜도 좋다. 이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수강인원이 몇 명이 되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 주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강의하려고 마이크를 드는 순간, 3째줄 이후는 졸음으로, 스마트폰질로 가는 죽음으로 집어 넣는 꼴이 된다. 본인 생각은 고사하고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제자’를 사회에 배출하기에 면접에서 백전백패(百戰百敗)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