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2018년 2분기에 미국의 미상환 학자금 대출이 1조 5300억 달러에 달했다.   출처= Strauss Financial Group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학자금 대출로 인한 미국 젊은이들의 부채 증가가 장기적으로 이들의 재산 형성 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2018년 2분기에 미국 학생들의 미상환 학자금 대출이 1조 5300 억 달러(17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 애를 먹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그리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매월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집을 살 여유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임대 보증금 융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네이버워크 아메리카(NeighborWorks America)가 최근 국가 주택 조사를 발표했는데, 이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자금 대출이 주택 소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네이버워크에 따르면 “2008년 이후 130%나 늘어난 학자금 대출의 대부분은 밀레니얼들이 빌린 것이다. 그 중 여학생들이 전체의 3분의 2인 900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성인의들의 57%는 학자금 대출 부채가 있다고 응답했고, 응답자 3명 중 1명 이상이 학자금부채로 인해 주택 구매를 연기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래의 주택 구매자들은 학자금 부채를 빨리 줄여서 주택 구매를 위한 신용 쌓아 놓아야 한다는 말을 주위로부터 항상 듣는다. 그러다 보니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으로 많은 젊은 부부들이 임대 아파트 생활을 예상보다 더 오래 하고 있고, 이것이 주택 시장 활성화의 또 다른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워싱턴 DC에 거주하며 7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한 밀레니얼은 “학자금 부채가 집을 사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다. 워싱턴 DC의 부동산이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매월 수백 달러의 학자금 대출 상환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위치에 웬만한 아파트를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 매달 수백 달러를 상환해 왔지만 잔액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며 학자금 대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학자금 대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다음 학자금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학자금대출에 대해 이 사회가 냉정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수가 좋은 직장은 최소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런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일찌감치 집을 소유하는 것이 수 년 동안 소망해 오던 ‘어메리칸 드림’이었습니다. 이전 세대는 그런 문제가 없었지요. 우리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은 여름 방학 동안 일을 하면서 학자금을 조달해 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우리 세대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부채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시스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평생 우리의 구매 능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 청년의 관점에 동의한다.

조지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의 안토닌 스칼리아 로스쿨(Antonin Scalia Law School)의 F.H. 로렌스 교수는 "미국 고등교육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지난 20년 동안 대학들은 연방 정부의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이 대학 수업료 인상을 억제해 왔다고 변명해 왔다. 이제 학생들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로 안고 졸업한다. 현재 미국 경제 시스템에서 그들이 학자금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너무나 많은 대학들이 학생들이 성인 세계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며 그들을 준비시키는 대신, 정치적 세뇌 공장이나 고학력 보모 양산 공장이 되어 버렸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학자금 대출이 자신들을 출구 없는 채무자로 전락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임대 생활을 하는 것은 너무나 뻔한 미래다. 그들이 주택을 사게 해 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더 많은 부채를 부가시키기 전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집을 살 만큼 더 나은 재무 상황에 이를 때까지는 임대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임대 생활을 한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주택 소유가 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수단이긴 하지만 무리한 주택 소유는 많은 비용이 따른다.

학자금 대출을 전부 상환하는 동안 네이버워크 같은 비영리 기관으로부터 주택 구매에 관한 조언을 받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1995∼1996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대출자 가운데 20년이 지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사람은 38%뿐이다. 2003∼2004년에 대출 상환을 시작한 사람 가운데 12년이 지나 대출을 다 갚은 사람은 20%에 그쳤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학자금 대출 부채가 늘어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늦췄다고 지적했다. 주택 구입 역시 영향을 받았다. 학자금 부채 때문에 주택자금 대출업체가 요구하는 소득 대비 부채 비율 기준을 맞추는 것은 물론 계약금을 모으기도 어렵다.

이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에 해롭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보고서에서 2007∼2015년 28∼30세의 주택 보유가 감소한 것은 일정 부분 등록금 상승과 이에 따른 학자금 부채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3월 의회에 출석해 "학자금 대출이 계속 늘어나면 성장을 저해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신용카드 빚처럼 학자금 대출도 파산 시에는 탕감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