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한 고령화 전문가는 노화에 대해, 해결해야 할 심난한 문제가 아니라 개발해야 할 인생 여정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화로 인한 불편 혹은 장애 등은 으레 발생하기 마련인데 과연 어디에 주목할 것인가를 지적한 것이다. 노화를 거부하며 염려와 좌절에 주목할 것인가, 향로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도전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개발해야 할 인생 여정의 한 부분으로서 고령의 문제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의미 있다.

스마트 기술의 등장은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기 시작하며 접근 문턱을 낮추었다. 전 세계가 고령화를 경험하며 두터워진 수요층으로 인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기술친화적인 뉴 시니어의 등장이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가상현실 등의 기술은 이제 시니어 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고령사회 생활 속 필수재로 자리매김 중이다. 늘어나는 1인 혹은 고령자 부부 가구, 익숙한 환경에서의 노후생활 AIP(Aging In Place)에 근거한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도 스마트 기술의 역할이 기대된다.

노화의 인생 여정 속에서 구현되고 있는 기술혁신의 중심에는 장애 제거(Barrier Free)의 개념이 작동하고 있는데, 주요 관심은 자립 기능과 개인자율성을 돕고 이동 능력을 지원하며 안전체계를 확립함에 있다. 장애 제거를 위해 스마트 기술이 접목한 경우는 고령층의 삶을 구성하는 일상적 요소, 즉 주거를 비롯한 생활 보조, 건강 모니터링과 의료지원 및 요양, 세상과의 교류 전반에 걸쳐서 시도되고 있다.

홈 오토메이션은 날마다 살아가는 주거공간 속에서 노화로 인해 발생한 장애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보다 안전한 환경과 일상생활기능 수행을 지원한다. 인텔리전스와 연결성 기반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사물 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고령층 동작을 감지하고 일상생활을 위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할 수 있다. 출입문, 조명, 난방, 날씨정보, 냉장고, 가스레인지, 엘리베이터 호출 등이 자동으로 통합 관리되며, 가스밸브, 화재감지, 현관카메라 등 안전 관리도 가능하다. 에너지 사용량, 화장실 사용 빈도의 확인을 통해 일정 기간 사용 흔적이 없을 경우 긴급히 대처하는 안전확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음성관리시스템이 추가되면서 편의성과 기술접근성이 더욱 개선되었다.

고령층의 생활을 지원하는 영역에 있어서도 보행, 식사 등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데 스마트 기술의 역할이 크다. 생활 보조의 영역은 특히 삶의 위엄(Dignity)과 자존감을 돌려주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스푼(Liftware)은 진동 감지 센서를 통해 손동작을 감지하고 떨림을 보정해주는 식사 지원용 기술로서, 파킨슨병 환자 혼자서도 식사가 가능하다. 반응능력이나 근력 저하 현상이 있는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해 개발된 근력 보조 휠체어, 보행보조장치, 자율전동차 등도 있고, 웨어러블 기기인 위치추적기를 통해 치매 노인의 배회 염려를 경감시킬 수 있다.

건강모니터링 영역에서도, 평소 고령자의 활동 패턴과 생체신호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 기반 생활습관에 따른 질환이나 사고에 대해 조기발견 및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 수면침대, 낙상방지 센서, 운전 중 건강 이상 신호 감지시스템 등 센서 및 장비를 활용해, 일상생활 및 동작 패턴 중 평소와 다른 징후를 감지하고 보호자나 긴급지원센터에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기술도 보급되었다. 보행 감지 압력센서를 단 스마트 슈즈는 슬리퍼 바닥의 센서로 일상적인 보폭과 무게에 따른 압력을 측정하다가 평소 걸음 패턴과 달라지면 가족에게 알림 기능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기도 하며, 가슴에 부착한 심전도 특수장치를 통해 일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심장 이상 발병 위험인자를 파악해 위험에 대처하기도 한다.

의료지원과 요양의 차원에서도 재가복지에 기여하는 돌봄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개인자율성의 개선과 더불어 간병인력대란에 대비해 간병인력의 대체나 간병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로봇기술이 돌봄 영역에서 발달한 바, CAREai라는 간병로봇, 간호업무 보조를 위한 터그(TUG), 신체지원 로봇인 로베어(ROBEAR), 생활지원 목적의 페퍼, 실벗(Silbot) 및 관계 중심의 정서적 돌봄을 제공하는 파로(Paro), 카보짱 등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정확한 시간에 스마트워치 알람을 통해 약 복용을 도와주는 모바일 앱을 비롯해, 클라우드 기술을 연계한 스마트 알약 헬리우스, 스마트 약통 HERO, GlowCaps 등 복약 관리를 위한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신체 기능을 대체하거나 지원하는 기술로서, 웨어러블 로봇형 보행보조장치를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안구 인식 기능이 탑재된 원격 리시버를 통해 안구 움직임으로 TV 및 가전제품 등을 작동시키기도 하고, 재활훈련을 위해 스마트 글로브 등을 활용한다. 또한 게임, 앱, VR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법을 통해 치료하는 기술을 일컬어 디지털 신약(Digitalized Therapeutics)으로 규정하자는 논의도 시작되었다. FDA 허가를 득한 중독 치료 앱, reSET 등을 통해, 약효를 지닌 게임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형태를 지닌 약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전문가 사이에서 활발하다.

세상과의 교류 차원에서도 고령자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한 IT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은행, 보험, 병원, 요양원, 언론사,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음성 피드백 인터페이스를 장착함으로써 고령자가 보다 독립적으로 일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IT기반 창의적인 스타트업들에 의해 판매원, 텔레마케터들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서비스인 True Link Financial 등 시니어 전용 신용카드회사와 저급의 요양보호사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채용 및 관리시스템인 Home Hero 등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고령친화적 스마트 기술은 많은 아이디어의 창출, 시범적 단계, 상용화 등 수준별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언론보도가 아닌 현실적인 삶 속으로 깊게 침투한 대중적 확산 사례는 아직은 드물게 접하고 있지만, 혁명이라 칭할 정도로 전 인류의 삶을 크게 변혁시켜가는 역사적인 시기를 살고 있음에 분명하다. 현재 주목할 만한 반응을 얻고 있는 성공사례들은 기술 그 자체보다는 본질적인 사용자 가치를 우선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층에게 기술을 향해 접근하라는 압력을 주기보다는 고령층에게 다가가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또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 개개인에 있어서도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오히려 기능의 퇴화를 가속화할 위험도 있다. 기술을 제공하는 산업이나 활용하는 사용자 측 모두가 기술보다 사용자 가치를 우선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나이듦의 인생 여정을 풍요롭게 하는 스마트 기술의 진정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