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우리에게 저마다의 추억을 소환합니다. 추억 속 그 사람을 생각나게 하고, 그 시절 이야기가 생각나게도 합니다. 노래 속 멜로디와 노랫말에 따라 자유로운 회상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아이돌 댄스를 만드는 안무가는 댄스에 포인트 안무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마케팅하듯이 아마 노랫말을 만드는 작사가도 포인트 노랫말을 만드나 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노래의 한 소절을 중독처럼 읊조리며 저마다의 추억을 소환하게 되니까요.

추억을 소환하는 노랫말은 주로 시간이나 공간과 연관된 노래가 많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과 관련된 노래도 있고, 3월, 8월, 10월, 화요일, 수요일, 토요일 등 특정 달이나 요일 등 시간과 연결된 노래도 많습니다. 또, 서울, 부산, 대전, 목포, 여수, 춘천 등 도시 공간과 관련된 노래도 많습니다.

 

# 그 계절에 읊조리는 노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 우리는 헤어졌지요 /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 그대의 진실인가요”

10월만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가수가 있습니다. 바로 ‘잊혀진 계절’을 부른 가수 이용입니다. 그 노랫말에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10월에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서 초청이 많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몸이 백 개라도 모자란다고 가수 이용은 말했습니다.

‘잊혀진 계절’을 비롯해 유독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많습니다. 비운의 가수 고(故) 김광석의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김민기의 ‘가을편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아이유의 ‘가을아침’ 등 가을을 소재로 가을의 감성을 스토리텔링한 노랫말은 가을 낙엽만큼 쌓였습니다.

또, 봄을 소재로 만든 노래도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 수 있는데요, 2012년 봄에 버스커버스커 리더 장범준이 작사 작곡한 ‘벚꽃엔딩’은 봄 아지랑이 필 무렵이면 스멀스멀 역주행을 시작하며 3월 음원차트에서 높은 순위권에 올라 음원수입이 제법 짭짤해서 ‘벚꽃연금’이란 재미있는 타이틀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 그곳에 가면 흥얼대는 노래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이 가을에 광화문이나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보면 어김없이 필자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죠.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죠. 광화문,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 언덕 위 교회당…. 노랫말 하나하나에 담긴 장소는 그곳에 가면 ‘광화문 연가’에 빠질 수밖에 없게 합니다. 더구나 그 덕수궁 돌담길에 ‘광화문 연가’를 비롯해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을 작사 작곡한 고(故) 이영훈 작곡가를 기리는 노래비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그 애달픈 추억은 더 짙어지곤 합니다.

그곳에 가면 부르는 반드시 노래가 또 있습니다. 제주도 연가가 되어버린 ‘제주도의 푸른밤’과 ‘여수밤바다’입니다. ‘제주도의 푸른밤’은 가수 성시경의 리메이크로 잘 알려졌고, 또 소녀시대 태연과 슈퍼주니어 규현이 함께 한 ‘밴드 고맙삼다’ 프로젝트가 청정한 제주도를 콘셉트로 만든 생수 브랜드 ‘삼다수’ 홍보 CF에서 불러 더 유명해졌지만, 원곡은 들국화 멤버인 최성원이 만든 노래입니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 역시 여수를 소재로 만든 대표적인 노래입니다. 이 노래 덕분에 ‘여수밤바다’는 브랜드가 되어 ‘여수밤바다’의 이름을 딴 여행상품, 포차, 음식점도 생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