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degi Hill-M, 28×24 inches oil on canvas, 1997

1970년대 후반에 각종 공모전을 통해 발표활동을 시작한 화가의 작품연혁은 이제 20년에 접어들었다. ‘구상전’에 몸담고 있는 그의 화풍은 그 집단에서 통용되던 종래의 '구상성'과는 다소 이완되어 있어 양식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그룹에서 과거 통용되던 구상적 화풍을 다분히 토착적이며 설화적인 양식을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회원교체를 통해 점진적으로 변모의 통로를 열면서 이 화가의 그림과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수용이 가능해졌을 것이다.

김명식 작가가 추구하는 회화영역은 아주 보수적이거나 파격으로 치닫는 한국 현대회화의 두 극단의 관점에서 볼 때,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의 절충점에서 그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 듯싶다. 구상과 추상이라는 상호 대립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우리 화단이 종종 이념의 대결장화하면서 떠올려지는 쟁점들이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미술을 통해 특정이념을 창출하거나 그것을 내세워 새로운 가치획득을 모색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허구적인 이념을 첨예한 대립이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도 목격하게 된다. 궁핍한 이념을 앞세우기보다 자기 자신의 예술관에 투철하며 독자적인 양식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긴요할 것이다.

김명식 교수 작품세계는 그러한 이념적 결속과는 무관하며 해박한 논리와도 떠나있는 다만 그의 감각으로 끌어올리고 자신의 방법으로 쌓아올린 독자적인 양식기반 위에서 전개시킨 표상의 세계이다.

그것은 서정적이기도 하며 시적이고 해맑은 동심 같은 것이 번득이는 청등한 그림이다. 여섯 차례에 걸친 개인전을 통해 웬만큼 화단에 알려진 김명식 작가(キムミョンシク,Andy Kim,KIM MYUNG SIK,金明植,서양화가 김명식)의 새로운 양식정립과 전환을 기대해 본다.

△글=김인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