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degi Hill A-2, 106×19×30inches Terracotta, 1994

김명식 작가 작품에 있어서의 색채 또한 현란하며 자율성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보색대비에 의한 강한 발색을 기조로 한 화면과 침전된 혼합색조의 이중구조로서 농밀한 밀도로 닿아오는 색 면은 형상과 위화감 없이 공존하며 하나의 심상적 풍경을 전개하다.

색채의 아름다운 선율이 빚어놓은 실내악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신선한 색채의 늪에 던져진 형상은 유동적이고 즉시적이다. 속필로 표출된 분망한 붓놀림이 만들어낸 형상이다. 다채롭게 변주되어 가는 색면 고리에 의해 형상 지어진 것이기도 하다.

마치 화선지 위에서 빠른 농묵의 궤적이 만들어낸 수묵형상처럼 속도감이 강조되어 있다. 김명식 교수 작품세계가 구상적이기는 하지만 그 부분을 떼어놓고 보면 추상적인 요소가 강하다. 우리가 50년대 이후 경험한 추상표현주의의 그 비정형그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요소적 측면들이 환기된다.

동시에 특히 그의(キムミョンシク,Andy Kim,KIM MYUNG SIK,金明植,김명식 화백) 풍경그림에서의 나무 형태의 처리는 아동화적인 요약의 묘미도 지녔다. 이 화가의 작품은 감각적인 응집력이 뛰어난 편이다. 군더더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말끔하게 정제되어 있고, 특유한 명쾌한 표현기법으로 대상적 세계를 여과시키면서 감각적인 흐름을 화면에 옮겨놓는 화가의 일련의 작품들은 개성적인 빛깔이 강하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을 생각하게 하거나 어떤 충동을 야기 시키는 그림이기보다 보아서 허심하게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그림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사물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풀어놓으며 즉흥적이라고 할 만큼 순발력 있는 감성으로 처리해가는 작품세계는 전반적으로 낙천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간결한 감필법과 단순한 색 면의 평면화 된 구성성 역시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회화가 편안한 안락의자 같은 것이면 나는 그것을 선호하고 싶다' 던 마티스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예술 향수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예술, 이 화가의 그림도 그러한 범주에 들 것이다.

△글=김인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