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기모멘텀 [출처:삼성증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 전망을 두고 주장이 엇갈린다. 달러 유동성을 둘러싼 지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세제 개편의 영향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시행 이후 유로화 조달 비용이 낮아졌다. 미국 기업들은 유로화 리버스 양키본드(Revers Yankee Bond, 미 기업이 해외에서 달러 이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했고 달러로 스왑하는 거래가 늘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위해 해외 유보이익을 국내로 들이면 35%에 달하는 높은 세율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은 해외유보이익의 본국 유입을 유도하는 세제개편을 예고했다. 국내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해외이익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유보이익의 본사 배당 시 세율을 기존 35%에서 15.5%로 저율 과세(한시적)를 적용한다.

미국 기업의 달러 스왑거래가 줄어든 이유다. 실제로 유로화 리버스 양키본드 발행규모는 2015년 673억유로에서 2017년 713억유로로 늘었으나 올해 상반기 208억유로에 그쳤다.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BEAT세(base erosion & antiabuse tax, 세원잠식남용방지세)가 도입됐다. 기존에는 외국계은행의 미국내 자회사가 모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지출한 비용이 과세소득에서 공제됐다. BEAT세 도입으로 실익이 없어진 것이다.

스왑수요 감소로 XCCY(크로스 커런시 베이시스 스왑)은 상승하고 리보-OIS(Libor-OIS)는 확대됐다. XCCY(스왑 달러 조달)와 리보-OIS(달러 직접 차입)는 각각 하락과 상승 시 달러 유동성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두 지표가 동반 상승하자 시장은 의아해 했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의 세재개편이 있었던 것이다.

최근 XCCY가 급락하자 달러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재차 커지고 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XCCY는 정책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해석이 필요한 지표다.

XCCY 베이시스 축소도 연방준비제도(Fed)의 은행 규제완화라는 ‘정책’과 맞물린다.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 규제에 따른 은행의 재정거래 기능 약화가 XCCY 베이시스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 TED와 Libor-OIS 스프레드 추이 [출처:FRED]

한편, 지난 3월 달러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TED스프레드(미국채 3개월-유럽 Libor 3개월)는 지난 2016년 9월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시기 리보-OIS는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올랐다. 달러가 귀해졌다는 뜻이다. 최근 이 지표들은 이전 저점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저점’이 ‘바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위기 직후 유럽 재정위기(2010~2012년)에도 이 지표들은 높게 상승했다. 심리적으로 달러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2016년 이후 TED스프레드와 리보-OIS 오름세는 유럽 국가들의 ‘위기’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유럽과 일본의 QE 이후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취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리며 달러 유동성 확보 경쟁이 심해진 결과다. 특히 달러 조달 프리미엄 증가는 엔화와 유로화의 마이너스 금리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경기부양이 시작된 2013년 4월 엔화 리보 금리는 0.15%, 달러 조달 금리는 0.1%였다. 일본 은행이 수취하는 금리는 0.05%다. 이후 리보는 하락하고 달러 조달 금리는 확대되면서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에 돌입한다. 달러 자금과 상호 차입거래가 불러온 결과다.

달러 조달 프리미엄 증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된 사안이다. 미 세제개편과 맞물리며 부담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등도 Fed의 금리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당분간 달러 강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