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면전에 따른 충격이 경제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8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커진 가운데 상품 무역수지가 예상 밖의 적자 규모를 나타냈다. 전문가는 미국의 중국 관세를 반영한 3분기 무역수지 적자 폭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상품 무역수지 적자 추이. 자료=미국 상무부

미 상무부는 5일 미국의 8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전월(500억달러)과 비교해 6.4% 늘은 53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개월 연속 적자 규모 증가세다. 상품과 서비스 부문을 아우르는 미국의 8월 수출액은 전 달보다 0.8% 감소한 2094억 달러였으나 수입액은 0.6%가 증가해 2627억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중국의 관세가 부과되기 전인 2분기 대두 수출 증가세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 3분기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올 8월까지 무역적자 누적액이 3911억 달러로 전년 동기간보다 8.6%가 증가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상품 무역수지 적자 767억달러와 서비스 부문 흑자 235억을 상쇄한 결과다. 상품 무역수지 적자폭은 지난 6개월 내 최대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시행에 이어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자동차와 산업재, 음식료까지 수출이 줄어든 결과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상품무역적자는 8월에 4.7% 늘어 최대치인 386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멕시코와의 상품적자는 56%가 뛰어 87억 달러를 기록했다.

상품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미국 제조업계투자도 위축됐다. 내구재 주문이 4.5% 급증한 지난 2월부터 큰 폭으로 증가세를 기록하던 생산 설비의 비즈니스 장비 발주량이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8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출하량도 크게 줄었다.

사실 무역수지 적자폭은 제조업계 투자 감소세에 따른 예상된 결과다. 최근 아시아 항공사들의 폭주하는 수주로 생산 속도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인 데다 보잉과 엠브라에르가 상업용 항공기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상업용 항공기 발주량이 크게 늘었다. 반면 지난 2월부터 항공기와 자동차를 제외한 내구재 주문은 겨우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상업용 항공기 주문이 많이 늘어나면서 내구재 주문량 전체가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무역 변동성 확대 주범인 운송 부문을 제외한 수치가 간신히 선방한 셈이다. 특히 핵심 자본재 주문도 0.5% 줄어들었다. 이는 제조업계 수요를 진단할 수 있는 지표로써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는 요소다.

▲ 미국의 주요 용도 최종 용도 카테고리 별 상품 수입. 자료=미국 상무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 증가 우려가 커진 가운데 3분기 성장률 하향 조정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3분기부터 성장률이 3.0%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제시했던 전망치인 3.5%에서 대폭 하향했다. JP모건도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앰허스트도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췄다. 소시에테 제네랄도 순수출이 위축되면서 3분기 GDP를 1.5%포인트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추가 관세 조치를 주고받는 무역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철강 등 30억 달러(3월23일)를 필두로 340억 달러(7월6일)와 160억 달러(8월23일) 및 2000억 달러(9월24일)수입품에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 미국 상품무역지수 추이. 자료=상무부
▲ 미국 수출 주요 카테고리별 변화. 자료=미국 상무부
▲ 올해 미국 상품무역지수 추이. 자료=미국 상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