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고애신(김태리분)는 당시 조선이 당면한 어려운 상황을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조선은 변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여러가지 의미로 무게가 있었다.금일 칼럼에서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전통과 문화에서 부딪하는‘현상’를 한복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복식으로서 한복을, 어디까지 전통의 범주로 볼 수 있으며전통이 아닌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한복이라 하면 보통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이 전부일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 한복의 명명 자체로 살펴보면,과거 우리 조상이 입었던 옷은 모두 한복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분류는 전통복식연구자들의 전문적 용어 명명과 문화연구에서 말하는 소외전략을 모두 차치하고라도 전통의 핵과 본질을 다루기에는 모호하기에 부적합한 면이 있다.복식연구 차원에서는 한국인의 특징이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시기가 조선시대라 여기며 연구실적에 많은 성과가 있는 조선시대복식을 한복이라 이르는 경향이 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한복문화’는 생산자보다 소비자에 맞추어 형성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용자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혼란스러움이 지속되는 중이다.일각에서는 ‘한복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효용은 크지 않다.공공기관끼리 한복을 보는 입장도 다르다.한 지자체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측면(근대 한복 형태에 부합하는 것이라 보인다.)을 강조하지만 다른 한복 공공기관에서는 진보적인 측면(신한복: 한복의 부분적인 모티브를 따 새롭게 디자인한)을 강조하기도 한다.이는 현재 많은 한복인들이 뜨거운 감자로 여기는 전통의 범위와 효용가치,그리고 문화의 활용범위에 따른 것이다.제대로 입는 것이 좋은가,많은 사람들이 입는 것이 좋은가로 이어지는 문화적 쟁점은 역시 양과 질이라는 결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통의 원형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기준은평소 생활이 전통과 거리가 있는 일반인에게 다소 과한 면이 있다. J구청에서 배부하고 있는 한복입기 팜플렛에는 ‘너무 튀거나 지나친 꾸밈의 예’로 다음 내용을 소개한다:시스루(안이 비치는 옷), 반소매 저고리,짧은 기장의 치마,허리 뒤로 묶는 리본,과도한 레이스 장식,후프를 넣어 서양 드레스처럼 부풀린 치마,속치마 없이 입어 치마 속 바지가 훤히 바치는 경우,치마 아래 운동화나 맨발에 샌들 착용,망건도 없이 머리에 걸친 갓,풀어헤친 긴 머리에 얹어진 갓,전복에 갓,용포에 갓 등 복식과 머리 의관의 부조화,허리에 띠 돌린 남성의 조끼.

일상적 한복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변화를 강조하며 다소 바뀐 디자인을 선보인다.조선시대 무관들의 겉옷이었던 철릭은C브랜드에서 여성 원피스로 다시 태어났다.이는 전통한복이 가지고 있었던 목적과 접근방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디자인한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여성이 입었던 속적삼,속바지,속치마,저고리,치마,두루마기 등의 갖추어입는 방식보다는 깃이나 고름 혹은 저고리나 두루마기 등 한 요소만 따로 떼어내 일상적 패션과 새로운 융합을 이루고자 하는 입장이다.

최근 벌어진 궁 입장 제한에대한 논란에서 거론됐던 체험한복(한복대여 전문점에서 취급하는 1회성 착장 한복을 이른다.)입기 문화가 한국인들에게는 점차 소강상태에 들어간 지금,전자나 후자 둘 중 무엇이 옳은지 갑론을박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에 불과해 보인다.

영국의 문학평론가인 매튜 아놀드는 문화를 지식체계와 완벽에 대한 연구라고 말했다.결과물로서가 아니라 어떤 것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문화를 설명한 것이다.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를 추구하는’ 시도로서 문화는 제 역할을 한다.양 쪽 입장 모두 더 나은 뭔가를 위해 고민하고 애쓰고 노력하는 중이다.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한복’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참고]

금기숙(1990). 조선복식미의 탐구.복식, 14. Pp. 167-183.

존스토리, 『문화연구와 문화이론』.박 모 역(현실문화연구, 1994). PP. 3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