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재신임을 받으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미일 금리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다만,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상승폭이 제한적인 만큼 엔화가치 급락보다는 완만한 하락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내년까지 총 4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미일 금리스프레드는 지난 2003년 수준에 근접했다. 당시 달러·엔 환율이 120엔을 기록했다는 점에 이목이 집중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달러·엔 환율은 지난 3월을 저점으로 지속 상승(엔화 약세)하고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재신임 영향도 있지만 이전부터 엔화 약세는 ‘진행형’이었다. 아베 총리가 집권한 2012년 이후 추이를 보면 엔화 약세는 기조는 더욱 뚜렷하다.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상한 일은 아니다.

▲ 미일 금리스프레드(10년물)과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인베스팅닷컴, 한국거래소]

달러·엔 환율은 미일 금리스프레드(10년물)와 유사한 궤도를 보인다. 달러·엔 환율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2014년 10월 국제유가 급락과 같은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면 두 지표를 통한 전망은 무의미해진다. 당시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미국의 시장금리는 하락했고 미일 금리스프레드도 축소된 것이다. 시장은 엔화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알았고 강세 배팅에 나섰다.

엔화가 강세에서 약세로 돌아선 것은 2016년 하반기다. 같은 해 2월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후 유가는 5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시장 금리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미일 금리스프레드도 확대됐다.

최근에는 달러·엔 환율 대비 미일 금리스프레드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금리차 확대는 엔화보다 달러화에 대한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두 지표의 격차를 고려하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2.8%에서 3.1%로, 2019년은 2.4%에서 2.5%로 각각 조정했다. 그러나 2019년 물가전망은 2.1%에서 2.0%로 하향 조정됐다. 처음으로 제시한 2021년 경제성장률은 1.8%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미일 금리스프레드 격차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4일 전일대비 0.13%포인트 급등한 3.19%를 기록했다. 다음날에는 장중 3.20%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채권금리가 급등한 근본적 배경은 내년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 조절이다. 미국 경제성장률과 물가 모두 Fed의 예상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4분기 성장률이 연율 2.8% 이상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3.5%에 달한다.

금리인상 경로를 감안하면 내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4차례 인상)다. 현재 단기 선도금리는 3.13~3.18%다. 최소 8~13bp가 올라야 한다. 10년물은 3.3%를 넘는다.

현재 일본의 금리인상·양적완화 축소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엔화 추가 약세에 힘을 싣는다. 다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아베 총리의 양적완화 정책은 확고하다”며 “미일 금리차와 비교했을 때 엔화의 추가 약세는 불가피하지만 그 폭이 가파르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엔화의 완만한 약세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달러·엔 환율 120엔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