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지난 여름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이상고온의 주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열대·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망고와 패션프루트, 여주(쓴 오이) 등은 물론 커피와 올리브, 이름도 생소한 인디언시금치가 재배되는 지역도 있다. 국내에서도 아열대작물이 속속 재배되고 있는 가운데, 약 60년 후에는 한반도 면적의 2/3 정도가 아열대기후에 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국내산 아열대작물을 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아열대작물 재배면적 추이. 2020년 300만 평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 영향 아열대작물 재배 확대…2020년 여의도 면적 세 배 이상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아열대 기후지역은 남한의 경지면적 전체의 10.1%에서 2060년에는 26.6%, 2080년에는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열대기후는 8개월 이상 평균기온이 영상 10℃를 넘고, 가장 추운 달도 영하 3℃를 넘지 않는다. 아열대작물은 이런 아열대기후에서 자라는 채소와 과수를 말하는데,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바나나와 같은 과실도 편의상 아열대작물로 포함하고 있다.

국내 연평균 기온은 1911년에서 2010년까지 1.8℃ 상승했고, 특히 1973~2017년 사이 0.67℃가 올랐으며, 수도권과 강원, 제주지역은 1℃ 이상 올랐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 지역이 아열대 기후에 속했으나, 2080년에는 서울은 물론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일부지역까지 확대되면서 아열대작물의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99.2헥타르(ha, 약 30만평)에서 2017년 354.2ha(약 107만1500평)으로 5년 사이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도 지속될 기후변화와 소비자 취향, 다문화 가정 등의 영향으로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1000ha(약 302만5000평)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0ha)의 세 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 아열대 작목별 1등 재배지역. 단, 강원과 충북, 경남 등은 1등 재배작목이 없어, 자체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목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이코노믹리뷰 성병찬 소장

강원·제주에서도 생산되는 여주…최대 주산지는 충남

온난화에 대응한 미래먹거리를 개발하는 차원에서 농촌진흥청은 2008년부터 아열대 작물 연구를 시작해 현재까지 총 50종의 아열대 작물을 도입했다. 이 중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20종을 선발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오크라, 삼채, 여주, 공심채, 강황, 사탕무, 얌빈, 게욱 등 야채 12종과 망고, 패션프루트, 용과, 올리브, 파파야 등 과수 8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아열대작물(채소·과수 포함)은 무엇일까? 바로 여주다. 여주는 쓴맛이 있는 오이로, 박과에 속하는 1년생 덩굴식물이다. 여주 과실 한 개에는 레몬 3개에 해당하는 풍부한 비타민C가 포함됐으며, 특히 당뇨와 비만 예방, 고혈압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성 작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주의 재배면적은 107.92ha로 국내에서 재배되는 아열대작물 중 가장 넓다. 재배농가 수도 606호로 역시 가장 많다.

여주는 강원도부터 제주까지 전국에 걸쳐 재배되고 있는데, 17개 광역단체 중 여주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충청남도다. 재배면적은 25.7ha로 여주 전체 재배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으며, 재배농가 수도 전체 1/3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이중원 충남농업기술원 연구사는 “몇 년 전부터 여주가 건강기능성 작물로 각광받으면서 천안을 중심으로 작목반이 생긴 이후 재배면적과 농가 수가 많이 늘었다”며 “주로 노지재배가 많고, 농가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한 직거래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아열대작물인 여주(쓴 오이). 출처=볕뉘농원
▲ 아열대작물인 차요테. 출처=충북농업기술원

인디언시금치·차요테 등 이름도 낯선 아열대채소도 재배

아열대 채소 분야에서 여주를 제외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작물은 강황이다. 강황은 우리가 자주 먹는 카레라이스의 매운 맛을 나게 해주는 노란 빛깔의 향신료의 원료다. 강황의 최대 재배지는 전남이다. 전체 재배면적(78.8ha)의 60%에 육박하는 44.3ha 규모로 진도·해남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이어 콩과류 다년생 작물인 얌빈(21.2ha), 뿌리부추로 불리는 삼채(18.8ha), 아욱과 1년생 작물로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 오크라(10.7ha) 등의 순이다.

시금치의 45배 이상 칼륨 성분이 포함됐고 고급요리의 식재료로 쓰이는 인디언시금치, 중남미가 원산지로 항암효능이 뛰어난 박과 1년생 작물인 차요테 등 이름 자체가 생소한 아열대 채소도 각각 전국의 9농가, 6농가에서 시범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 전북 익산시에서 재배되고 있는 패션프루트. 출처=익산시

과실류는 패션프루트가 최대 재배면적…제주도는 올리브 시범 재배

아열대 과실류에서는 백가지의 맛과 향이 난다고 해서 ‘백향과’로 불리는 패션프루트의 재배면적이 54.7ha로 가장 넓다. 재배농가도 202호로 가장 많다. 주산지는 전북으로 전체 면적의 절반 정도인 25.1ha를 차지하고, 농가 수 역시 57호로 전체 재배농가의 1/4 이상이다.

진성용 전북농업기술원 연구관은 “패션프루트는 병해충 발생이 적고 익으면 알아서 땅에 떨어져 수확하는데 큰 힘이 들지 않는 등 재배가 크게 까다롭지 않은 작목”이라며 “도입한 지 3~4년 밖에 안됐지만 생과뿐만 아니라 음료·디저트 등 가공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배농가도 함께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애플망고 제주도뿐만 아니라 경남·전남·충남도 재배

달달한 맛에 최근 들어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애플)망고의 재배면적은 42.3ha로, 패션프루트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농가 수는 97호다. 국내산 망고 재배의 대부분은 제주도(34.8ha·69농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제주산 애플망고는 진한 향기와 부드러운 식감에 당도가 높아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관광객에게도 각광받고 있으며, 지역 내 고급호텔의 식재료로 활발히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아열대 기후의 북상으로 제주도뿐만 아니라 경남(2.4ha·8농가)과 전남(2.2ha·6농가), 충남(1.8ha·4농가)에서도 망고가 재배되고 있는 추세다.

패션프루트와 망고 외에도 재배면적 기준으로 다이어트·항암 효과가 있는 구아바(4.34ha·25농가), 용의 여의주를 닮은 선인장과 과실인 용과(3.79ha·19농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나 주로 먹을 수 있었던 달콤한 맛의 파파야(3.47ha·17농가) 등이 국내에 재배되고 있는 아열대 과실이다. 이 외에 올리브와 아떼모야(25브릭스 이상의 고당도 열대과일)는 제주도에서, 파인애플 구아바라는 별칭이 있는 훼이조아는 경기도에서 각각 1개 농가가 시범재배 중에 있다. 

▲ 아열대작물인 얌빈. 경상도에서 주로 재배된다. 출처=농진청
▲ 국내 광역단체별 아열대작물 재배면적 비중. 아열대 채소와 과수를 모두 합하면 전북지역이 가장 넓다.

작목별 1등 재배지역…구아바는 경기, 오크라는 전북

그렇다면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9개 광역단체가 재배하는 주요 아열대 작물은 무엇일까?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와 각 광역단체에 따르면, 아무래도 재배면적과 농가 수를 따졌을 때 대부분의 광역단체가 여주와 강황, 패션프루트, 망고 재배에 집중됐으나, 광역단체별로 특색 있는 작물 재배도 눈에 띄었다.

작목별로 1등 재배지역(면적 기준)을 꼽자면 아열대 채소류의 경우 오크라는 전북(8.2ha), 여주는 충남(25.7ha), 강황과 삼채는 전남(44.3ha·4.8ha)으로 나타났다. 아열대 과실류에서 망고와 용과는 제주(34.8ha·2.6ha), 패션프루트는 전북(25.1ha), 파파야는 경북(1.35ha), 구아바는 경기(1.33ha)로 조사됐다. 강원과 충북, 경남의 경우 1등 재배작목은 없었으나, 재배면적 기준 세 지자체 모두 여주를 가장 많이 재배했다.

아울러 전국에서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이 넓은 지역 Top 3(아열대 채소·과수 모두 포함)는 전북이 106.9ha(339농가)로 가장 많고, 이어 전남 88.3ha(438농가)과 제주 85.0ha(194농가)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