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수수료 인하 압박, 새로운 결제수단의 등장, 인터넷 뱅킹의 도전 등 다양한 수익성 저하 요인에 직면한 카드업계는 살얼음판이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한 카드사들의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시대변화에 맞춰 많은 카드사가 돌파구로 ‘디지털화’를 시작했다. 현대카드도 디지털화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현대카드는 타사와 다르다. 이미 디지털화로 뼛속까지 달라졌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상황에서 현대카드는 ‘실용성’과 ‘혁신성’에 집중해, DNA를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프런티어' 현대카드의 혁신이야기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게 해줄 동력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현대카드 사옥 전경. 출처=현대카드

카드업계 위협받는 수익성에 대책은

카드사의 수익 창출 주요 수단인 결제부문에서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지난 10년 동안 총 9차례에 걸쳐 인하돼왔다. 영세가맹점 기준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이전 4.5% 수준에서 최근 0.8%까지 낮아졌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에 한차례 더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19년 초 예정된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서울페이 등 간편결제 확대 가능성 등 정책변수를 고려할 경우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카드사의 결제사업 부문 적자규모는 2012년 1782억원에서 2018년 추정치 7063억원까지 지속 확대되고 있다.

▲ 카드사의 결제사업 부문 적자규모는 2012년 1782억원에서 2018년 추정치 7063억원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이에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더 이상 단순 결제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제고할 수 없다는 판단에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특히 시대흐름에 맞춰 많은 카드사가 디지털화를 서둘르고 있다.

현대카드의 돌파구 ‘디지털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2015년 10월부터 ‘디지털 현대카드’ 시리즈를 선보이며 디지털화를 업계 최초로 선언했다. '디지털 현대카드'의 시작이었다. ‘디지털 현대카드’는 고객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을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경제성과 편의, 보안 등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이 아닌, 과거 수수료 기반의 금융에서 사고 체계와 일하는 방식을 비롯해 기업 경영의 모든 DNA를 변화시키고 있다. 실용성과 혁신성이라는 명확한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디지털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도약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혁신 의지를 보였다. 또 정 부회장은 이익의 20%를 디지털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할 만큼 디지털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 현대카드의 첫번째 디지털 현대카드 시리즈 락(Rock)&리밋(Limited). 출처=현대카드

현대카드는 ‘디지털 현대카드 프로젝트’ 첫 번째로 락(Lock)과 리밋(Limited)을 출시했다. 이후 가상카드번호, 페이샷, 카멜레온, 버디, 해외송금서비스까지 7가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카드의 디지털화를 알리며 등장한 락과 리밋은 편리하고 안전한 카드생활을 도와준다. 현대카드 앱에서 신용카드사용 조건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락’은 카드의 사용처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결제, 현금서비스 등을 클릭한 번으로 제한할 수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잠가두어 금융사기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리밋’은 카드의 사용금액 한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계획적인 지출 관리가 필요할 때 유용하다. 일일한도부터 1회 한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어 출시된 ‘가상카드번호’와 ‘페이샷(Payshot)’을 통해 안전한 카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카드번호서비스는 카드정보유출에 대비해 실제 카드번호 대신 고객이 별도로 생성한 가상의 카드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페이샷은 사전 등록한 PC에서 옥션, 11번가, SSG 등 제휴 쇼핑몰을 이용할 해당 쇼핑몰 로그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다.

현대카드가 다섯 번째로 내놓은 서비스는 ‘현대카드 카멜레온(Chameleon)은 뚱뚱한 지갑을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다. 여러 장의 카드 혜택을 플레이트 한 장에 담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카멜레온 카드 이용자는 현대카드 앱에서 본인의 카드를 선택해, 카멜레온 카드에 담아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챗봇 ‘현대카드 버디(Buddy)’도 있다. 버디는 카드 혜택 등 현대카드에 대해 질문하면 실시간으로 상담해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ARS 상담 전화 등에 문의할 필요 없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카드 버디는 자동학습을 통해 계속 진화해 나간다.

마지막 디지털 현대카드 시리즈는 ‘현대카드 해외송금’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전용 앱으로 저렴한 수수료로 간편하게 외화를 송금할 수 있는 회원전용 서비스다. 특히 수수료가 3000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송금 소요시간도 짧다. 일반적인 해외송금은 1~5일 걸리는 반면 현대카드 해외송금은 1~3일이면 충분하다. 또 현대카드 아이디로 로그인만 한번 하면, 소비자의 카드 결제계좌에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디지털 현대카드 시리즈는 타사의 디지털 서비스들이 회원 모집과 같은 수익성 서비스에 집중한 반면, 소비자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 큰 차이점이다. 현대카드는 실용성과 혁신성으로 무장한 디지털 현대카드 시리즈를 앞으로도 계속 출시할 계획이다.

미래는 ‘데이터사이언스’로

현대카드는 디지털 현대카드와 함께 차별화된 혁신성을 갖기 위해 ‘데이터사이언스(Data Science)’라는 분야를 설정했다.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수의 카드사가 ‘혁신’을 외치며 결제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지만, 진짜 ‘혁신’은 소비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 현대카드의 데이터 기반 해외 패션 사이트 검색 앱 '피코' 출처=피코 앱

현대카드는 지난 4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스마트폰 앱 '피코'를 선보였다. 해외의 2000여 개 패션 사이트 중에서 회원이 가장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가진 패션 사이트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카드 회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제공된다.

현대카드는 해외 패션 사이트 선정부터, 추천까지 모두 소비자의 카드 내역을 분석해 선택한다. 특히, 검색 알고리즘에 광고 등을 전혀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포털 사이트보다 검색결과가 객관적이다.

피코 이용자는 원하는 검색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피코는 자체 개발한 검색 알고리즘을 적용해 ‘인기 있는’, ‘최근 뜨는’, ‘내게 맞는’ 3가지 형태의 검색결과를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금융 사업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제공함으로써, 시장 지위를 제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비금융권의 영역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뼛속부터 달라진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조직과 기업문화에도 디지털 사이언스 DNA를 심기 위해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카드는 애자일(agile, 민첩한)을 키워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에 있던 부본부나 센터 등은 폐지하고 본부-실-팀으로 조직체계를 일원화했다. 기존 조직체계에 비해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SNS로 사내 PPT 사용 금지에 대한 글을 게시했다. 출처=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조직개편과 더불어 기업문화 또한 디지털화되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 부회장은 2016년부터 회사 내 피피티 사용을 금지하고 짧은 보고서나, 이메일, 구두로 보고하도록 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피피티를 금지시키고난 후, 보고서 량이 줄었고, 회의시간이 짧아졌으며, 논의가 핵심에 집중된다고 게시했다. 피피티를 만들고 꾸미는 시간을 줄여, 업무의 본질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다.

현대카드 사옥 3층은 ‘디지털 오피스’다. 디지털화됨에 따라 관련 인력이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했다. 책상이 고정되지 않아 자유롭게 업무 공간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지정석도 없다. 또 회의공간에 디지털 미팅룸을 만들어 별도의 컴퓨터와 인쇄물 없이 회를 할 수 있다.

1층 로비 사내카페를 회의와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상품과 서비스 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등 회사의 DNA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이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