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장 중인 중국 증시는 8일 험난한 개장이 예고되고 있다.    출처= litci.org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금융 시장은 국경절 연휴로 지난 1일부터 이번 주 내내 휴장 중이지만, 국경 너머 홍콩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겪고 있는 중국경제가 이제는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으로 또 다른 압박을 받고, 속락하는 중국 증시 때문에 내수경기도 급속하게 식어갈 수있다는 3중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풀리기 어려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1일 하루만 쉬고 다시 개장한 홍콩 항셍지수(Hang Seng Index)는 4일에도 1.7% 하락하며, 3일 동안 4.2% 하락해 올 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역외 위안화도 지지선으로 간주된 달러 당 6.9를 넘어서며 약세를 보여, 다음주에 거래가 재개되면 중국 정부 부채에 대한 압박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지난달 9월 18일 인프라 투자 정책을 발표했고, 20일에는 소비추진 정책, 28일에는 은행자산 관리상품에 대한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등 잇따라 부양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가 그동안 취약했던 민생, 농업, 수렵, 환경 등에 집중되어 있고, 성장이 한풀 꺾인 현재 상황에서 소비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은행자산관리상품 주식투자도 이미 지난 4월 가이드라인이 나왔던 것으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경기둔화, 부동산 규제, 그림자금융 등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중국 증시의 장기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중국의 자산은 이중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의 강세와 연방준비제도의 강경 입장은 신흥국 자산의 미국 유입을 부추기고 있고, 동시에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주식 시장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 제일상하이증권(First Shanghai Securities Ltd.)의 리누스 입 전략가는 "경제 지표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무역 전쟁의 위협이 남아 있는 한 홍콩 주식의 하락세는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홍콩항셍지수 3일 동안 4.2% 하락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홍콩과 상하이에 동시 상장되어 있다.    출처= loomberg

대부분의 회사들이 홍콩과 상하이에 동시 상장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8일 재개되는 중국 금융 시장이 어렵게 시작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지난 주 휴가를 떠날 때만 해도 전망은 밝아 보였다. 상하이 복합지수(Shanghai Composite Index)는 지난 주 8월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안화는 홍콩에서 오후에 0.15% 하락해 달러당 6.900 달러를 기록하며 8월 1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 수준까지 아직 멀었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블룸버그 달러스팟 지수(Bloomberg Dollar Spot index)는 0.3% 상승하며 6일 동안 1.6%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4일, 내년 1분기까지 위안화가 달러당 7.0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JP 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 Co.)도 중국이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오는 12월 말에 7.01 수준까지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즈호 은행(Mizuho Bank Ltd.)의 켄 청 외환전략가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공매도를 막기 위해 역외 위안화 유동성을 풀고 조달 비용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6.91에서 6.92 수준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 위안화 환율이 저지선인 6.9를 넘어섰다.   출처= Bloomberg

무역 긴장 조속 해결 어려워

JP모건 체이스의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달러화는 더욱 강해지고 위안화는 더 약해질 것이라며, 중국 주식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긴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 중국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중국 정부도 미국 제품에 600억 달러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단행하면서 양국간 조속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JP모건의 전략가들은 지난 3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2019년의 새로운 기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가까운 장래에 중국과 미국의 대결이 완화될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JP모건은 이와 함께 중국 경제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기존 6.2%에서 6.1%로 하향 조정했다.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고율 관세 보복에 중국이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1%p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JP모건은 "고율 관세는 중국 제조 기업들의 이익률을 낮추고 투자와 고용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결국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 역시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4일 터진 중국의 미국 글로벌 ICT기업 30곳을 해킹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는 경우, 중국 증시는 또 하나의 대형 악재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