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기업 애플과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서버에 중국 정부의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이 발견됐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기저에 흐르는 미국의 주장 중 하나가 중국의 과도한 지식재산권 탈취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 애플의 서버에 중국 정부가 심어둔 것으로 추정되는 칩이 발견됐다. 출처=플리커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칩 발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4일(현지시간) 글로벌 서버용 마더보드 공급처 중 하나인 엘리멘털의 제품에서 소형 마이크로 칩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2015년부터 진행한 칩 감시 활동을 통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칩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으며 중국 정부가 심어둔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멘털은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기업이며 이 회사의 서버용 마더보드는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통신 네트워크에도 사용된다. 국방이나 우주산업, 심지어 미 중앙정보국도 엘리멘털의 제품을 사용한다.

문제가 되는 칩은 중국 서플라이 체인에서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정보 탈취를 위해 엘리멘털의 중국 제조 거점에서 칩을 서버에 부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애플과 아마존, 중국 정부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애플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블룸버그의 보도는 오보"라면서 "서버 드라이버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일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마존도 "자체 조사를 벌였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우리는 사이버 보안을 수호한다"는 말로 칩 부착 가능성을 부정했다.

애플과 아마존, 중국 정부가 모두 부인하고 있으나 의심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미국 정부 관리의 멘트를 인용하며 "블룸버그의 보도는 상당히 정확하다"면서 "아직 대외 공표 승인이 나지 않았을 뿐, 의혹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불법 해킹?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칩을 부착해 정보 탈취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던 '중국의 두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난 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향해 관세폭탄을 던지는 한편 각 국의 기업들을 압박하며 치열한 전쟁에 돌입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다. 미국은 중국을 향해 관세폭탄을 던지는 한편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대표사례가 화웨이다.

5G 상용화 시대를 맞아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 장비 업계 1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으나, 미국의 견제와 중국 정부 유착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 등 일부 지역에서 5G 파트너로 낙점받기는 했으나 호주와 인도 등에서 고배를 마셨다. 런청페이 화웨이 회장이 중국 인민 해방군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자연스럽게 중국 정부와의 연계설이 부각되는 한편 화웨이의 성장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애플과 아마존 서버에 칩을 부착해 정보탈취, 즉 백도어 시도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화웨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화웨이는 지금까지 중국 정부와의 유착설을 부정했으나 이번 사태로 더욱 많은 의심을 받게 됐다. 5G 장비선정에 있어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선언한 LG유플러스를 향한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서플라이 체인 전반에 대한 업계의 의혹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며 미국을 향해 제한적인 관세폭탄만 던지고 있다. 먼저 고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조치에 따라 동일한 규모의 대응에 나서는 등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활용할 카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자연스럽게 중국이 장악한 서플라이 체인을 압박하는 플랜B가 각광을 받고 있다. 애플 아이폰은 미국의 고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졌지만, 중국이 현지 아이폰 생산거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중국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흔들고 있는 점이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엘리멘털의 칩 부착은 중국에서 이뤄졌다. 생산 하청기지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진 상태에서, '언제까지 중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최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중국의 생산거점 매력이 반감되는 상태에서, 각 글로벌 기업들의 탈 중국 러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아이폰을 주로 생산하는 대만의 폭스콘은 미국에 애플 아이폰 조립공장 2곳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일변도의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일부 옮겨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미국 공장은 인디애나주와 텍사스주가 유력하다. 컴팔전자, 페가트론, 인벤텍 등 대만의 주요 부품 기업들도 미국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경제적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탈 중국 사례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중국의 고질적 버릇?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나쁜 손버릇'에 대한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해킹 의혹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중국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면서 "다수의 기밀정보가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 당시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해 기밀문서를 주고 받았다는 논란에 휘말린 적 있다. 화충인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며 "인터넷 안전은 전 세계의 문제"라고 반박했으나, 중국 정부의 해킹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주장은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양안관계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대만도 중국발(發) 해킹에 자주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 국가안전국은 지난달 초 대만 입법부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2017년 중국의 해킹 시도가 23만3745건이며 올해 상반기에만 9만6489건의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중국이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정보를 탈취하고 기술이전을 압박한다는 보도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합작벤처를 맺은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 압박을 가한 후 지방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해 라이선스 계약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면서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광저우 합작법인을 가동한 LG디스플레이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중국은 자국에 진입한 외국 기업들의 정보를 검수하려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에 사이버 전쟁을 수행할 부대원이 10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 산업 스파이 역할을 수행하는 인민해방군 산하 사이버 부대원의 최고 지휘자는 류샤오베이 소장이며, 부대는 광저우에 있다. 그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에 대한 산업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류샤오베이 소장이 이끄는 사이버 부대는 미국 기업의 컴퓨터망에 침입해 협상 계획 정보를 탈취하거나,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