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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기술의 덫’에 걸린 스타트업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8.10.06  09:33:19
   
 

<코끼리를 날게 하라> 스티븐 호프먼 지음, 이진원 옮김, 마일스톤 펴냄.

 

저자는 스타트업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 손꼽히는 액셀러레이터이자 혁신가이다. 액셀러레이터란 초기창업자 선발과 투자, 보육을 돕는 창업기획자다. 책에는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실리콘밸리식 혁신 비법 35가지가 담겼다. 저자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숱한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자문하고 키우면서 확인한 내용들을 정리한 만큼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 한 번쯤 정독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의 성공요인은 창의성, 팀, 고객, 제품, 기술이 아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기술의 덫(Technology Trap)’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고객수요가 증명되지 않은 신기술 개발에 무턱대고 거액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독점 기술을 갖게 되더라도 고객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채 출발하면 별다른 기술 없이 가설(Hypothesis)만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에 비해 가치 창조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순간 그에 적합한 비즈니스 기회만을 찾으려 들기 때문이다.

우버(차량 공유),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유튜브(동영상 공유), 위워크(사무실 공유), 소파이(학자금 대출), 드롭박스(온라인파일 공유) 등 기업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스타트업 가운데 출범 당시 자체적으로 독점기술을 개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신 그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디자인을 혁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남들이 갖고 있던 기존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했을 따름이다.

애플의 아이폰에 쓰인 기술도 특별하지 않다. 하드웨어와 칩은 주로 삼성전자 등 애플의 경쟁사를 포함한 제3자가 만든 것을 쓴다. 애플은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을 혁신했다.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UX)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해했다. 저자는 “무엇보다 먼저 세상과 세상이 겪는 문제를 살펴본 뒤 표준기술을 가져와서 목적에 맞게 수정하고 수요가 있는지 시장에서 테스트해본 다음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성공을 위해 혁신을 우선순위로 삼으라고 강조한다. 혁신에서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작게 생각하기=대부분의 큰 혁신 프로젝트는 큰 예산, 큰 팀 그리고 큰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에 종종 실패하는 결과를 낳는다. 혁신에서는 가장 작은 아이디어가 산업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다. 유튜브도 튠인훅업(Tune In Hook Up)이라는 동영상 데이트 사이트로 출발했다가 실패에 직면하자 다른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했고, 우연히 동영상을 이메일로 전송하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 동영상 공유라는 발상을 하게 됐다.

▲소규모 예산으로 가능성 넓히기=돈이 쏟아져 들어오면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혁신을 중단하고 고객 유치 등 사업 규모 확장에만 열을 올린다. 고객이 뭘 사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채 구글 플러스, 구글 글래스, 구글 웨이브가 요란하게 광고하며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라=성공한 스타트업은 보통 처음에는 작은 문제부터 해결한다. 아마존도 시작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팔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책에 집중했다. 그는 책이야말로 온라인에서 가장 팔기 쉬운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잘 부패하지 않고, 배송이 쉬우며, 사람들은 책 사는 걸 좋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타트업 성공에는 타이밍도 필요하다. 혁신하려면 모든 ‘파도’를 주시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크, 게임, 가상화폐, 청정에너지, 모바일, 피트니스 등 거대한 사업 기회들도 조류처럼 밀려왔었다. 저자는 “업무 이외의 취미와 관심거리에 집요할 정도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기 일보 직전의 트렌드를 감지하는 사람”만이 ‘파도’에 제때 올라타 성공한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일만 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 대해 걱정한다.

책에는 놀라운 기술을 발명했지만 무일푼으로 살다 죽어간 발명가들이 소개돼 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인쇄기), 에드윈 암스트롱(FM라디오), 안토니오 무치(전화기), 루돌프 디젤(디젤 엔진), 니콜라 테슬라(형광등, 라디오, 리모콘, 전기모터, 레이저, 무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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