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금리’를 지적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탓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라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한은 독립성 훼손’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에 있어서 재정·통화정책은 조화가 필요하다. 다만, 각 부처에서 고민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풍부한 유동성’이 왜 부동산으로 향했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가.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돈이 고여 있다”고 말했다. 주식, 채권, 부동산 시장에서 도는 자금은 다시 각 자산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한 적은 있었나.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익숙하고 잘 아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정부와 당국은 ‘습관’을 버릴 수 있는 대책은 마련했는가.

부동산은 여타 자산과 달리 ‘주거’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수요는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지속되기 마련이다. 주식, 채권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집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종부세 인상, 대출 규제 등의 카드를 꺼냈다. 다주택자가 투기의 근원인지도 명확치 않다. 정책의 목적이 결국 고액자산가들로부터 세금을 걷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치솟는 집값이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한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금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지랖’의 문제가 아니라 각 부처가 주택시장 해법에 대한 접근 방법이 틀렸다는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던가. 최근 유동성 축소는 미국만의 문제던가. 한은은 이미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굳이 금리를 언급해야 하는가. 왜 돈이 고여 있는지, 고인 돈을 어떻게 돌게 만들지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주택가격에 결정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금리와 연관된 대출 등은 차치하더라도 주거 환경, 전세가격, 가구수, 수요공급 등 수두룩하다. 각 변수마다 장·단기 효과도 다르다. 그만큼 부동산 대책은 신중하고 폭넓게 추진해야 한다.

서울의 주거 인프라가 훌륭해서 인구가 몰린다면 여타 지역 개발에 대해 ‘심각’하게 계획해야 한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공급부족을 어떻게 해결할지 ‘심각’하게 조사·분석해야 한다.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건 정부와 당국의 역할이 아니다.

금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방대하다. 산업과 물가, 서민 생활 등 국가경제 전체에 변화를 준다. 부동산을 잡으려는 금리인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세우고 ‘금리’를 애타게 부르는가.

수출호조, 외환보유고 증가 등으로 한국 경제 체력은 튼튼하다. 성장률 둔화는 우려되지만 아직까진 기준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렇듯 금리수준은 경제 전체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지, 부동산 등 특정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집값을 잡겠다고 엄포했다. 최근 대책에는 그동안 지적된 공급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포함했다. 이 대책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금리는 장·단기 모두 효과를 발휘한다. 공략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려운가. 그래서 한은을 압박하는 것인가.

문 정부는 집권 2년 차다.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정치는 경제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겼으면 한다. 각 부처는 그 역할이 무엇인지 우선 생각하길 바란다. 많은 사공 탓에 금리가 산으로 가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