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최근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데이터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당국의 마이데이터(My Data) 방안 추진에 힘입어 금융권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의 규제 완화나 사업 확장으로 인해 금융권 디지털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표준화된 전산상 정보 제공방식을 통해 데이터의 주체인 국민, 즉 개인이 스스로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직접 허용 범위를 설정해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이에 다양한 국내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관련 산업 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마이데이터 신용정보 조회와 재무현황 분석 화면예시. 출처=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은행, 아마존과 BDAI(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를 활용한 금융사기 방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활용을 위해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가 뭉친 사례다. 신한카드, 한화투자증권 등 다양한 금융사들도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에 집중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자산관리서비스 뱅크샐러드와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연동 서비스 개발을 협업한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초연결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데이터 활용을 강화해 나갈 심산이다.

마이데이터 탄생 배경…개인 불균형한 정보수급 개선

마이데이터는 기업과 개인간 불균형한 데이터 생태계와 금융사와 소비자간의 정보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보장과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주체적인 정보관리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한 고용효과 증대도 금융위원회 등 당국이 기대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관련 상위 5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약 65억9000만달러, 고용인원은 약 1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 개인 신용 정보법과 데이터 관련 규제가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전면 개정될 예정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는 더이상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늦출 수 없는 현실을 반영했다"며 "개인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한 금융권에 먼저 도입되며 모든 계좌 통합 조회와 상품 비교, 맞춤형 상품 추천과 기타 금융 자문, 영리 목적의 빅데이터 분석 업무까지 카드 부문만에서만 잠재적 시장 규모는 1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모집 비용과 전망. 출처=신한금융투자

마이데이터의 고유 업무로는 개인 신용 정보 통합 조회를 들 수 있다. 모든 종류의 금융 계좌 정보를 통합해 한 채널에서 구현하고, 개인의 재무 현황과 소비 패턴도 분석한다. 비식별 처리된 빅데이터를 가공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영리목적의 활동도 허용된다. 기존 개인 신용평가사(CB)들만 할 수 있던 빅데이터 분석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도 허용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방식의 금융자문, 금융상품을 추천·비교 공시 할 수 있다.

당국 안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최소자본금 5억원이 있어야 하며, 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기존 은행지주 등 금융회사와 카카오, 네이버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사의 경우 계열회사 상품 추천이라는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어려울 수 있지만 영국과 일본은 금융사들도 허용해준 사례가 있다"며 "카카오, 네이버같은 회사들은 개인 정보를 직접적으로 보유한 기업들로 여기에 신용정보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과도한 정보의 집중이 발생하기 때문에 허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한국은 유럽과 미국 수준으로 개인 신용 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본인의 신용 정보를 보유한 금융사에게 본인 정보를 제3자에게 이동시키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리도 허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정보 활용의 사전 동의제를 일부 사후 거부제(Opt-out)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상품 유통채널 변화…인력 감소 등 예상

이와 관련 신한금융투자는 금융권 상품 유통 채널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이다.

업권별 마이데이터 영향 예상. 출처=신한금융투자

마이데이터 채널을 중심으로 금융 상품 마켓플레이스가 형성될 경우 기존 은행의 전통 채널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지점, 뱅크앱, 기타 온라인 채널 등 전통 채널의 보완재 수준에 머물더라도 채널 관련 비용의 추가적인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채널, 모집원(설계사) 등의 인력 감소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김수현 연구원은 "상품 통합·비교 공시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될 경우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로 쉽게 돈을 벌던 메이저 은행들은 앞으로 맞춤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금융사들의 영업조직 모집원보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신뢰하는 시대가 올 수 있어 운영비 개념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이데이터는 단기적으로 카드회사의 모집원과 보험회사의 설계사 조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보통 신용카드 비용 구조 내에 설계사 수수료, 설계사 조직 운영비, 프로모션 비용이 포함되는데 위의 세 가지 비용은 마이데이터 산업의 잠재적 시장 규모"라며 "상품을 유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