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배드 사마리안>의 흙수저 주인공 션(로버트 시한).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배드 사마리안>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소위 ‘금수저’니 ‘흙수저’로 표현되는 경제력 격차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구분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선과 악의 대립으로 적용돼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인성이 결핍된 금수저를 악으로, 돈도 힘도 없지만 인간성이 넘치는 흙수저를 선으로 표현된다.

<배드 사마리안>은 좀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흙수저 청년 션(로버트 시한)과 금수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케일(데이비드 테넌트)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영화다. 션은 발렛파킹 차량 열쇠를 빼돌려 털게 된 한 집에서 케일에게 납치된 케이티(케리 콘돈)를 목격한다. 션은 절도행각으로 체포될 위기를 무릅쓰고 케일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션의 배경 때문에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사이 케일은 션의 정체를 알게 되고, 자신의 부를 이용해 션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하기 시작한다. 케일의 위협에 목숨을 잃을 뻔한 션은 모든 울분을 담아 복수를 다짐한다. 

영화는 자신의 안위보다 한 사람의 생명을 더 값지게 여긴 흙수저 션이 사회적 편견으로 받는 의심과 차별을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션은 목숨을 걸고 케일이 납치범이라는 증거를 찾지만 경찰은 철저한 선입견으로 션이 제시하는 모든 증거를 무시하거나 오히려 션을 범인으로 의심하기에 이른다.    

▲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인성이 결핍된 <배드 사마리안>의 금수저 악역 케일(데이비드 테넌드). 출처= 네이버 영화

반면, 금수저 케일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활용해 션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을 즐긴다. “네 녀석은 돈의 힘을 모르지!”라는 극중 케일의 대사는 금수저 악역 캐릭터의 인성 결핍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 

다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들에 비해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의 몰입도와 긴장감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배우 데이비드 테넌트의 악독한 사이코패스 연기는 관객들이 션의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따금씩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스릴러 요소도 재미라면 재미요소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를 돕는 착한 사람은 모두에게 멸시 받는 ‘사마리아인’이었다는 성경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의 제목도 극과 잘 맞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