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자가 보기에 직원에게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스티브 처럼 말을 돌리지 말고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대개 가장 좋다.    출처= ROBERT NEUBECK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0월 5일은 스티브 잡스의 기일이다. 그는 2011년 10월 5일 세상을 떠났다.

스티브 잡스의 삶은 모범벅인 엘리트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삶은 언제나 극적이고 파란만장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애플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사회에 의해 쫓겨났다. 그러나 넥스트를 창업하고 픽사를 인수한 후 결국 기업 합병을 통해 애플로 복귀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 아는 바와 같다.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며 고난과 난관을 경험했기에 그는 아직도 전설로 남아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21세기 개인의 경험과 세상의 삶을 바꾼 IT 기기를 만들며 애플을 세계 정상의 기업에 올려놓았고 그 자신이 혁신의 아이콘이 되며 우주의 별로 사라졌다.

그러나 인간 스티브 잡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그의 독설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나기도 했고 그로부터 영감도 받았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애플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켄 코시엔다가 지난달 4일 펴낸 책 <창조적 선택: 스티브 잡스 황금기에 애플에서 벌어진 일>(Creative Selection: Inside Apple’s Process During the Golden Age of Steve Jobs)에서 그가 스티브 잡스와 함께 하며 그의 독설에서도 어떻게 교훈을 얻었는지를 담담히 서술했다. 이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책에서 발췌한 기사를 소개한다.

직장상사가 노골적으로 당신의 얼굴에 대고 당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개똥 같은, 이걸 일이라고 한 거야”라고 비판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이 상사가 스티브 잡스라고 상상해보라. 애플이 황금기를 누리던 시절 아이폰 소프트웨어의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던 내게 일어난 일이다.

이 때 내가 취해야 할 올바른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개발자로서 그의 말(비판)을 수긍하면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물어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CEO와 현장에서 맞바로 논쟁을 벌일 생각이 아니라면, 그의 비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 순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그의 그런 직설적인 어투는 그렇게 오래 끌지는 않는다. 그냥 그 한 마디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나는 그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15년 이상 일을 하게 되어서야 나는 제품 출시 발표회를 하기 전 그가 왜 내 작업에 대해 그렇게 까지 불만스럽게 생각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을 비로소 배웠다.

2009년의 일이다. 우리는 뒷날 아이폰 4가 될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불행히도 ‘안테나게이트’(Antennagate,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의 수신 결함 논란을 한 마디로 압축해 표현한 용어) 논란으로 알려진 모델이었다. 전화기를 ‘잘못 잡으면’ 네트워크 연결 문제(수신 감도가 떨어지는)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전화기 하드웨어 담당 임원은 즉각 회사를 떠났다.

아이폰 4는 또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라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처음 장착된 스마트폰으로, 개별 픽셀이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볼 수 없다. 내 임무는 이 새로운 화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새로운 글꼴(font)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나의 애플의 경력이 곧바로 위험에 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최종 글꼴에 대해 스티브의 최종 승인을 얻어내야 했다. 압박의 강도가 점점 강해졌다.

나는 여덟 가지 안을 준비했다. 그 중 다섯 가지는 애플이 전부터 사용해 오던 글꼴인 헬베티카(Helvetica)체를 변형시킨 것이고, 다른 두 가지는 대조를 위해 여러 글꼴을 혼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덟 가지 모두 문제가 생겼다. 화면을 확대하면, 중요한 대문자인 'M'(Mail이나 Message 같이 자주 사용되는 단어의 철자)의 세로 줄이 날렵하게 보이지 않고 흐릿해 보여 오히려 이전의 레티나 화면이 아닌 때보다 더 못하게 보였던 것이다.

스티브는 전화기 화면을 하나 하나 살펴 보더니 둥근 테 안경을 들어 올려 이마에 걸치고 다시 가까이 들여다 보고는 안경을 내려 쓰고 전화기를 자신 앞에 있는 탁자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개똥 같은, 이걸 프로젝트라고 만들었어?”라고 내뱉고 나가버렸다. 나는 홀로 남아 주머니에서 비닐 봉지를 꺼내 테이블의 전화기를 담았다.

나는 내 작업실로 돌아와 동료들과 모든 글꼴을 일일이 시험한 끝에 며칠 후 마침내 헬베티카 뉴(Helvetica Neue)를 찾아냈다. 이 뉴(Neue, ‘new’의 독일어) 버전은 매우 민감하게 개선된 글체여서 모든 문자가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완벽하게 선명히 보였다. 물론 스티브는 그 글꼴을 보고 첫 눈에 승인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첫째는 누구도 해 보지 않은 새로운 작업은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훌륭한 결과는 오랜 노력이 거듭된 끝에 나타나는 것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완성된 제품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그런 노력이 계속 반복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가 보기에) 한 차례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스티브 처럼) 말을 돌리지 말고 분명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대개 가장 좋다는 것이다.

둘째는, 스티브 잡스를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라거나 ‘트집 잡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는 일반적인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애플에서는 비판이 건설적이지 않더라도 효과적일 수 있다. 스티브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거부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가 뭔가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는 자신의 의사를 그대로 표현한다. 그의 피드백 스타일은 직설적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명확하고 간결한 용어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아이디어는 좋지 않다고 바로 말해 버린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스티브는 예측할 수 없고 변덕이 심한 성격이다. 운 좋게도 나는 그의 장광스런 비난의 표적이 된 적은 없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그렇게 거친 말을 하는 것의 실제 요점은, 우리가 맡은 일에 관한 것이지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목적은 결국 신뢰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이패드(iPad)의 화면 회전을 잠그기 위한(아이패드를 손에 들고 방향을돌릴 때 화면이 세로 방향에서 가로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을 때, 잡스로부터 크게 심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스크린 버튼을 제안했지만 스티브는 그것을 싫어했다. 그는 한참 동안 비웃음을 짓더니 "저엉말 모오르겠군”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그 자신도 적당한 솔루션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이유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올바른 솔루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나름 가치가 있다. 당신의 프로젝트가 ‘개똥 같다’고 인정하는 것은 올바른 솔루션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그 순간(심한 말을 들은 후) 연구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약점을 제거하고 올바른 길로 가게 만드는 정직한 비판(피드백)이다.

내가 수 년 동안 애플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를 올바르게 하려면 무수한 노력이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직접적인 (때로는 잔인할 만큼의 심한) 비판도 프로세스를 진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자존심일랑 문에 붙들어 매고 ‘개똥 치우는 삽’을 항상 옆에 두고 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