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삼성생명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최근 삼성생명이 미니암보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보험료가 매우 낮은 미니암보험이 그동안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미뤄왔던 젊은 층의 보험 시장 진입을 촉진할지 주목된다.

14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이 상품은 암 보장상품으로 1종과 2종 두 가지가 있다. 1종은 주요 암을 보장하며 2종은 위암·폐암·간암 3개의 암만을 보장한다. 보험금은 각각 최대 500만원과 1000만원이다.

가입은 둘 중 하나만 가능하며 가입 나이는 20세부터 55세까지다. 순수보장형으로 만기환급금은 없다. 현재 온라인과 대면채널을 통해 판매 중이나 사실상 온라인 상품이다. 대면채널을 통해 미니암보험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는 있지만 가입은 설계사가 알려준 온라인 사이트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니암보험 보험료 정말 낮은가

일단 이 상품은 낮은 보험료로 관심을 모았다.

▲ 자료=삼성생명

먼저 1종의 경우 주보험 가입금액 500만원을 기준으로 남성의 보험료를 살펴보면 20세 월납 235원·연납 2780원, 30세 월납 665원·연납 7905원, 40세 월납 1585원·연납 1만8765원이다. 여성은 20세 월납 510원·연납 6070원, 30세 월납 2425원·연납 2만8720원, 40세 월납 4310원·연납 5만980원이다.

▲ 자료=삼성생명

2종 상품의 보험료는 주보험 가입금액 1000만원을 기준으로 남성 20세 연납 520원, 30세 2040원, 40세 9570원이며 여성은 20세 650원, 30세 2390원, 40세 7100원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보험료는 소액이 분명하다.

 

55세 이후는 새 상품 가입 필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3년 만기로 3년이 지나면 암보험을 다시 새로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상품은 계속해서 재가입이 가능하며 최초 가입과 재가입 모두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다. 암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고지 의무만 잘 지키면 문제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상품의 경우 55세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55세 가입을 마지막으로 57세까지 보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58세 이후에는 새로운 암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1종 상품을 20세 남성이 가입해 3년마다 재계약을 한다고 생각하면 20세, 23세, 26세, 29세, 32세, 35세, 38세, 41세, 44세, 47세, 50세, 53세로 총 12번의 계약을 하게 된다. 보장은 55세까지가 마지막이다. 이때 이 남성이 내는 총 보험료는 60만원 정도다.

 

미니암보험서 일반암보험 가입 시 보험료 폭탄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이 남성은 56세부터는 다른 암보험 상품을 가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때는 나이가 많기 때문에 다른 암보험 상품을 가입할 경우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다만 보장내용은 미니암보험보다 올라갈 수 있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에 따르면 미니암보험을 유지해오다 56세가 돼서 일반 암보험을 가입하게 되면 삼성생명 상품의 경우 갱신형으로 매월 20만원 상당의 보험료가 든다. 15년마다 갱신을 해야 하며 보험료는 매월 30만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만일 실버암보험을 고려한다면 이는 60세부터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간에 4년간 위험을 대비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실버암보험도 10년 주기로 갱신을 해야 하며 보장에 따라 최소 매월 5만원 상당에서 몇십만원까지 보험료가 높아진다.

즉 미니암보험을 가입하다가 일반암보험 혹은 실버암보험으로 다시 가입할 경우 2번의 재계약만으로도 20년간 최소 총 200만원에서 500만원이 훌쩍 넘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미니암보험 믿고 갔다가 나이 들어 보험 없을 수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나이가 많아서 위험률이 높아진 데다가 아픈 데가 생겼을 수 있어 보험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실제 그 나이가 됐을 때는 일반암보험의 경우 가입을 못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그때까지 병원 한 번 안 가고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암보험 대신 유병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을 가입할 수도 있는데 이 상품은 유병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험료는 비싼 반면 보장은 약한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당장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단기적인 목적으로 암보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객에게 큰 매력이 없다는 게 영업현장의 목소리다.

 

미니암보험 말고 일반암보험 빨리 가입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

보험 전문가들은 20세 때 암에 대한 준비를 한다면 미니암보험이 아닌 다른 상품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일반 암보험 상품을 가입할 수도 있지만 건강보험 상품에 특별약관으로 암 관련 보장을 추가해 하나의 상품으로 대비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 상품에 암 관련 보장을 추가한다면 암의 경우 비갱신형으로 준비할 수 있어 유리하다. 암 보장은 최소 매월 2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다. 심지어 20년만 불입하면 그 이후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게 영업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경우 20년간 내야 할 암보험료는 보장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2400만원까지다.

만일 일반암보험으로 20세 때 준비한다면 15년 갱신형이기는 하지만 5000원대의 낮은 보험료부터 2만~3만원 수준의 최대 보장까지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미니암보험과 비교했을 땐 보험료가 비싸지만 약 5000원이라는 적은 돈으로도 소액질병을 비롯한 암 사망, 고액치료비 암진단, 신암직접치료비, 항암방사선‧약물치료특약, 암수술 보장 등 더 많은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어릴수록 보험료가 싸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미니암보험이 아닌 일반 보험을 통해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당장엔 미니암보험이 너무 싸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이가 들어 막상 보험이 필요한 시기가 됐을 땐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최소 보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세의 젊은 층이 미니보험을 가입하면 싼 보험료로 적은 보장을 받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처음부터 젊을 때 일반보험을 통해 암을 대비하면 미니암보험 대비 비싸기는 하지만 싼 보험료로 준비할 수 있으며 비갱신형부터 15년 주기의 갱신형 중 선택할 수 있다. 또 미니암보험보다 더 많은 보장을 싼 보험료로 준비할 수도 있다.

결국 일반암보험과 미니암보험의 차이는 초반에 싼 혹은 적당한 보험료로 노후에 계속 높은 보장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초기에 매우 적은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들일 것인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먼 훗날의 위험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당장의 위험을 대비하면서 보험료 부담이 없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관점에서는 미니 암보험이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적중하는 암보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미니보험을 가입하다가 나이가 들어 능력이 됐을 때 바꾸는 게 좋겠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결국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것이고 받을 수 있는 보장은 적어지니 손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경우 보험료에 대한 부담으로 중간에 해약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오히려 미니보험으로 위험을 해결하고 가는 게 그들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니암보험 장래 불투명… 재계약 생각하고 가입하면 곤란

미니암보험은 지난 9월 중순에 나온 상품으로 이제 겨우 한 달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상품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도 미니암보험이 오래 갈 것이라고 보는 관계자는 드물었다. 미니암보험과 같은 삼성생명의 이벤트성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독립보험대리점(GA)의 한 보험설계사는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벤트성으로 나온 상품의 경우 특별 판매 상품으로 금방 판매중단됐다”며 “미니암보험도 그런 성격이 짙어 보여서 일정 기간 판매하다가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생명은 ‘나에게 딱 맞는 CI 종신보험’과 ‘변액LTC종신보험’ 등을 판매하다 중단한 사례가 있다.

현재 이 상품은 나온 지 얼마 안 돼 실적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소비자들에게 잘 팔리지 않거나 손해율이 높아질 경우 판매 중단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