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최근 기후변화같이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채권(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사회책임투자(SRI)를 확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RI를 확대한 것에 대한 수익성에 대한 의견은 제한적이지만 이와 관련한 사업 전망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업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금융권 최초로 한국남부발전은 원화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수익률 연 2.434%, 30년만기 1000억원 규모로 주관사는 SK증권이 맡았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린본드 우선 투자가 제한적이란 점이 특징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적인 요소들을 중시하다 보니 친환경적인 투자로 자금용도가 제한되는 것이다. 이번 남부발전이 발행한 녹색채권도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 등에 집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인증 절차가 엄격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산업은행 등 국제기구와 공기업에서 주로 발행했다.

국내 그린본드 발행 사례. 출처=한국거래소

파리 기후협정 이후 기후재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그린본드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시장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그린본드 시장은 2008년 3억달러서 2017년 1300억달러로 10년동안 약 430배 성장했다. 2012년까지 그린본드는 유럽투자은행, 월드뱅크와 같은 기관이나 정부에서 주로 발행했으나, 최근에는 기업들도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린본드의 투자자는 환경·사회·거버넌스(ESG) 등을 고려한 사회적 책임 투자를 이행하고 발행자는 녹색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이 녹색채권이 성장세를 보일 수 있던 것은 투자자와 발행자의 니즈가 맞았기 때문이다. 발행자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투자자는 사회적 책임이 담겨진 투자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그린본드 시장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요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민간 기업들도 발행을 시작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5월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3년 만기, 원화 그린본드 3000억원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2.35%였으며 인수단은 미래에셋대우, KB증권, SK증권 등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외화 녹색채권 발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화 관리체계를 마련했다"며 "우리은행 등 SRI에 관심이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외화표시 그린본드를 발행한 사례는 여러건이 있었다. 수출입은행이 지난 2013년 국내에선 최초로 발행했다. 2013년 5억달러를 시작으로 2016년 4억달러, 올해 3월 4억달러 규모였다. 이밖에 현대캐피탈, 산업은행, 한진인터내셔널, 수자원공사 등이 발행했다. 산업은행의 원화 발행전까지는 싱가포르거래소(SGX)에 상장했다. 지난 8월에는 신한은행도 원화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이 발행한 원화 그린본드의 경우 발행 이후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개인투자자들도 HTS나 직접 주문 등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 기관이 발행 물량을 매수해 현재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 거래소의 그린본드 지원과 상장 현황. 출처=한국거래소

그린본드를 둘러싼 문제점

지난 2014년 프랑스의 에너지기업 엔지(Engie SA)은 25억유로 규모의 그린본드를 사용하면서 바이오매스, 풍력, 수력 등 프로젝트에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170여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에는 정작 환경적 혜택에 대한 언급이 없어 논란이 일었다.

또 엔지가 일부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 수력발전소의 경우 거주지를 수몰하고, 토착민 강제 이주와 아마존 특이 어종의 멸종 유발 등을 문제로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 엔지는 그린본드 활용으로 기업등급 A1등급을 받았으며, 해당채권의 수익률 0.27%를 기록했다.

그린본드의 사용목적이 정말 친환경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택하는 프로젝트가 이에 위배된다고 해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로 볼 수 있다.

또 그린본드는 운영체계가 기존 채권에 비해 까다롭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친환경적인 자금 집행을 공표했기 때문에 자금 활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의 경우 연말 자금 사용에 대해 공지한다. 통지 내용은 녹색채권 발행대금이 지원된 사업관련 특정 정보로 △녹색채권 발행대금 사용금액 총계 △녹색채권 발행대금 미사용금액 총계 △녹색채권 지원 계획사업의 환경개선 기여도 예상수치 등이다.

산업은행은 그린본드 발행사업을 위해 2016년 12월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주선 업무 확대를 위해 국내 최초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이행기구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1월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환경·사회 위험관리에 관한 금융업계 국제모범규준인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을 채택하고, 이 원칙을 환경·사회(E&S) 검토와 관리 지침으로 내규 제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원 대상 계획사업의 수행기간 동안 발생 가능한 환경·사회 위험을 방지하고, 경감하기 위한 내부 규정과 법률적 약정사항에 대해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오염 방지 시대적 사명…그린본드 전망 밝아

그린본드는 기후변화를 넘어 다른 시급한 환경 전환 문제를 위해서도 자본을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 문제 즉 지속가능한 물 이용이나 생태계 보전 같은 분야에 대해서는 측정 가능한 기준이나 성과 표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보편적인 녹색채권 표준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채권시장이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현재 녹색채권으로 자금을 조달받는 프로젝트는 주류시장에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WWF 측은 녹색채권을 통해 전통적 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할 수 없었던 친환경 프로젝트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친환경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자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수의 기관에서 표준과 이니셔티브, 프레임워크, 지침 등을 개발해 채권의 친환경 요건을 평가한다. 또 투자처가 제한적이다보니 포괄적인 정보 공개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 그린본드는 일반적으로 신뢰성 강화를 위해 독립적인 제3자 보증기관과 인가기관을 확보한다.

투자자들은 녹색채권의 친환경 요소 정의를 위한 일반적인 방법과 특정 하위 부문에서 친환경 요소를 정의하는 방법, 그리고 녹색채권 평가에 활용한 프레임 등에 관해 시장 참여자, 그 중에서도 발행자와 소통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 사회책임투자 초기 단계로 이런 부분의 수익성이 검증을 받고 있는 단계"라며 "책임투자에 대한 수익성이 검증된다면 발행은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기업의 사회공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있다.

이태현 수출입은행 차장은 "그린본드 발행은 최근 기관들의 사회적 역할 강화와 녹색 산업 성장 추세를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기관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