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펀드 판매사들의 자사 이익 중심 태도가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계열사 펀드 판매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공모펀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금액단위 보수와 수수료 정보 전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등급처럼 외부평가기관의 독립적 판단에 의해 산정된 등급을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출처:자본시장연구원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 창구에서 판매되는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20조4000억원이다. 2009년 52조2000억원에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고객유형 기준 판매잔고 집계와 결합하면 감소한 대부분은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추정된다.

시기별로 보면 2009~2010년 주가지수 상승과정에서 17조원이 펀드자금이 순유출됐다. 2012~2016년 횡보장에서는 24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2017년 상승장에서는 5조3000억원이 이탈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 결과 최근 1년동안 자금유입이 많거나 성과가 우수한 펀드, 계열사펀드 일수록 순유입규모가 컸다. 특히 계열사펀드는 비계열사보다 펀드당 월평균 4조6000억~5조6000억원의 자금이 더 몰렸다.

액티브펀드로 한정하면 판매보수 1단위 변화에 대한 자금순유입액 변화는 1.66~1.68 수준의 양(+)의 관계가 도출됐다. 판매보수가 높을수록 자금순유입도 커졌다는 뜻이다. 계열사펀드 여부와 판매보수 등 판매사의 이익과 직결된 변수들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자금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계열사펀드의 높은 판매비중을 낮추기 위해 2013년 4월부터 시행된 계열사펀드 판매상한제 도입 후 계열사펀드 자금유입규모가 이전대비 펀드당 월평균 약 1조7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유입이 발생한 액티브 펀드는 투자자 가입 전 과거 평균수익률이 4.51~5.01% 수준이었다. 펀드가입 후 연평균 수익률은 1년 3.50%, 2년, 1.33%, 3년 0.82%로 낮아졌다. 자금순유출이 있었던 펀드의 가입 전 과거 평균 수익률은 2.63~3.12% 수준이다. 자금순유출 후 수익률은 더욱 악화됐다.

▲ 출처:자본시장연구원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은 4~5%지만 실제 수익률은 2~3%포인트 하락한 낮은 수익률로 환매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덱스펀드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됐다. 자금흐름을 전후로 한 수익률 변화를 보면 펀드성과 부진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판매잔고 감소의 일차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펀드성과 저하추세는 계열사펀드 여부나 판매보수와 같이 판매사와 관련된 변수를 감안해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판매보수 1단위 변화에 대한 미래수익률 변화는 가입 후 1년 –0.68, 2년 –2.24, 3년 –1.66이다. 여타 조건이 동일하고 판매보수가 0.1%포인트 높은 펀드는 자금순유입 후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이 연평균 0.06~0.11%포인트 가량 낮음을 의미한다. 판매보수가 높은 펀드일수록 미래 운용성과도 낮은 것이다.

계열사펀드는 비계열사펀드 대비 벤치마크 초과수익률이 판매 후 3년 동안 0.19~0.35%포인트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펀드 판매사가 자사 이익에 집중한 결과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것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운용사, 판매사, 투자자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감독당국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해상충과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개방형 플랫폼을 확대해 구조적으로 투자자가 지불하는 판매관련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펀드투자 시 투자자가 활용하는 정보의 유효성도 높여야 한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금액단위 보수와 수수료 정보 전달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등급처럼 미래성과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의 독립적 판단에 의해 산정된 등급을 투자자에게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공모펀드 본연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