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침체기에 빠졌다.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중소형부터 대형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으나 LCD 시장의 어려움이 여전한 가운데 OLED 등 프리미엄 라인업의 전환속도도 호불호가 갈린다. 업계에서는 3분기 반짝 업황상승을 예상하고 있으나 4분기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LG전자의 OLED TV가 보인다. 출처=LG

"기술확보 외 대안이 없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인 이동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은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9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 환영사에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확보를 위한 혁신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생태계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됐다. 이 회장은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대기업 패널 제조는 물론 설비와 제조, 부품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의 지각변동은 중국의 굴기와 LCD 가격 하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9월 기준 글로벌 대형 LCD 패널 평균 가격은 127달러로 8월 대비 1달러 상승했으나, 여전히 올해 초와 비교하면 2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중국 업체들의 박리다매 정책에 LCD 업황 전체가 혼돈에 빠지는 한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장의 주도권 향배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 강세는 여전하지만, 패널이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위기가 심각하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매출 5조6112억원, 영업손실 22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9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분기 들어 적자 폭이 커졌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4%, 1분기 대비 1.1%로 줄었다.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하다. 2020년까지 대형 OLED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할 20조원은 예정대로 집행하지만 그 외 전반적인 투자는 기본 계획보다 3조원 줄여 투자할 계획이다. 김상돈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지속하되, 투자 시기와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사정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특히 OLED 중심의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나 여기에만 매몰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 아이폰 신제품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포화에 따른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팽창으로 의외의 암초를 만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회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을 제작하는 유일한 업체다.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OLED 진영을 주도하면서 사업의 핵심을 기존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옮긴다는 전략을 세웠다. 프리미엄 제품에도 집중한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중 OLED TV 흑자 전환을 실현하고 파주의 10.5세대 투자도 OLED로 직행해 내년 하반기 양산 예정인 중국 8.5세대 OLED 공장과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 LGD의 중국 광저우 합작법인 조감도. 출처=LGD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 대형 OLED 판매 실적이 13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작년 동기 60만여대와 비교했을 때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를 중심으로 빠른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1일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8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를 위한 자금 확보의 성격이 강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한편 대형 프리미엄 패널 시장에 공격적인 행보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서는 한편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복안이다. 대형에서는 현재 10.5세대 QLED 투자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OLED 투자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패널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 애플 아이폰에는 삼성디스플레이 OLED가 탑재됐다. 출처=갈무리

“문제는 4분기”

두 회사는 올해 3분기 한 숨 돌릴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약 1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도 약 9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올해 초 최악의 상황과 비교하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4분기다. 중국이 4분기 본격적으로 LCD 증설을 완료한 후 박리다매 로드맵을 본격 단행하면 시장의 불투명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CD 가격이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보합세를 유지하며 뒤를 받쳐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무너지는 현상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위기가 계속된다는 논리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 효자로 꼽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수출이 124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 중 24.6%를 차지한 가운데, 디스플레이는 12.2%나 후퇴했다. 3분기 깜짝 반등이 있겠지만 4분기 중국의 박리다매 정책이 시작되는 순간 완벽한 체질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 업종현황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