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누가 유명 디자이너의 핸드백, 다이아몬드 시계, 최고급 스포츠카를 얘기하는가. 지난 10년 동안 미국 중산층들은 경제가 회복되고 형편이 좋아지면 이런 사치 품목을 다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은행의 연구원들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소득분위 상위 가구 10%만이 2007년보다 자산이 11%증가한 것으로 조사됐고, 나머지 90%는 10년 전보다 대부분 자산이 큰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소득분위 31%~60%인 중위그룹의 자산규모가 2007년보다 35%나 감소,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렇다면, 금융 위기 이후 주택 가격은 26%나 반등하고 주가가 160%나 올랐는데, 그런 자산가치의 상승분이 왜 상위 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보통 미국인들에게 도달하지 못했을까?

바로 그 질문 자체에 답이 들어 있다. 우선 그들은 예전만큼 집이나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 가정 대부분이 2008년 금융 위기로 집 등 자산 대부분을 이미 잃어버렸다. 이로 인해 이들의 자산은 이후 수 년 동안 다른 어느 계층보다 더 쪼그라 들었다. 그러나 더 큰 요인은 금융 위기 이후 주택 대출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2007년과 2016년 사이에 미 중산층의 주택 소유율은 12%나 줄었다. 그 중 9%는 과거에 집을 소유한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 그 기간 동안 주택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주택 시장의 붕괴가 더 많은 사람들을 세입자로 만들면서, 이후의 경기 회복에도 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이전에 집을 잃은 사람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위 60%의 가구는 예나 지금이나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못하지만, 오늘날 그들의 주식 보유량은 10년 전보다 더 적다. 그들 중 일부는 금융 위기로 인한 놀란 가슴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이후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투자할 돈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퇴직 연금 제도인 401(k) 가입자 수가 더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401(k) 가입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거나 그런 종류의 혜택을 제공하는 정규직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많은 중산층 가구가 지난 10년 동안 황소 시장(호황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이들이 주택 구매나 주식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만일 이들 하위 90%에 달하는 미국의 보통 가구들이 2007년과 같은 수준으로 주택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2016년에 자산이 50~60%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람들이 왜 시장 붕괴 이후 그렇게 오래 동안 아직도 화가 나 있는지 궁금해했다면, 그 이유를 이제 알았을 것이다.

일부 소수 계층들은 그 기간 동안 자산이 증식됐다며 자족하겠지만, 자산이 늘어난 것은 그들 소수 계층뿐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은 2008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여전히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특히 하위 계층일수록 그 수준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행한 myRA 플랜(My Retirement Account)을 폐지했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은퇴연금 플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1달러 이상만 내면 수수료 없이 손쉽게 가입할 수 있고, 연방 재무부가 발행하는 은퇴 저축 국채만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 연 5500달러(50세 이상은 6,500달러)까지 적립이 가능했다. 자동 이체로 불입할 수 있고, 연방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세금환급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플랜에 넣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예산의 0.0003%에 불과한 지출로 효과도 없고 수요와 참여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이미 기록적으로 높은 이윤을 챙긴 기업들을 위한 1조 5천억 달러의 감세가 더 중요했다.

특히 미국 경제의 계속되는 호황은 양분화를 더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 호황을 나타내는 지수로 만족하지 말고 회복의 온기가 중산층 이하에게까지 흘러가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