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총리는 "유튜브와 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면서 "사생활과 민감한 정책현안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된 가짜뉴스까지 나도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이제 기존 방식으로는 통제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검찰과 경찰은 유관기관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 가짜뉴스를 신속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정부 정책을 호도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들의 주장을 곡해하는 가짜뉴스가 파도처럼 쏟아지는 현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겨레>의 기획보도로 알려진 일부 보수진영의 가짜뉴스 논란을 비롯해 '문재인 치매설' '문재인 북한 추종설' 등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수준의 루머가 가짜뉴스로 포장되는 현상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도 보인다.

가짜뉴스..무엇이 가짜뉴스인가?
가짜뉴스, 즉 페이크뉴스(Fake News)는 사실상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다. 삼국시대 당시 선화공주를 얻으려는 무왕의 서동요부터 최근 ICT 플랫폼을 타고 흐르는 루머 모두 가짜뉴스의 범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정의를 두고는 설왕설래다.

뉴스라는 표현이 들어가기 때문에 언론사의 오보도 가짜뉴스에 속하고, 특정 의도를 가진 일반적인 플랫폼이 '뉴스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가짜뉴스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뉴스 코스프레를 포기하고 일방적인 루머만 담아내는 것도 가짜뉴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와 범위가 불분명한 가운데 지난 2017년 2월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황용석 건국대학교 교수는 "요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관계로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면서도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갖춘 거짓 정보가 가짜뉴스의 정의에 가깝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국내에서 가짜뉴스는 처음 텍스트 중심으로 SNS를 타고 유포되는 흐름을 보였다. 지금도 일부 활용되고 있으며 주로 <긴급>이라던가 <어서 널리 공유해주세요>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주로 혐오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텍스트가 활용되는 사례며, 거의 대부분 조작된 내용인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조작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배합하는 장면도 연출된다. 지난달 29일 제주도에서 벌어진 제주퀴어축제 당시 에스더기도운동의 유통채널인 지엠더블유 연합은 행사 차량이 반대론자들을 트럭으로 깔아 뭉개고 지나갔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진실에 조작을 첨언한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당시 공개된 전체 영상을 보면 반대론자들은 스스로 트럭 아래로 들어갔다. 제주퀴어축제와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충돌은 사실이지만, 핵심사항인 '트럭이 깔아뭉겠다'는 거짓인 셈이다.

▲ 유튜브를 통해 보여지는 가짜뉴스 일부. 출처=갈무리

유튜브...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최근 가짜뉴스는 영상의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사례가 구글 유튜브다. 현재 유튜브에 가짜뉴스와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한다. 주로 과격 보수단체 일부의 주장을 담은 가운데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일반적이다.

유튜브는 네이버의 검색 지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는 한편, 소위 1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유튜브의 5060 세대의 이용률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8월 기준 50대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총 64억분을 기록해 30대를 앞질렀다. '고령층=보수'라는 공식을 전제로 하면 유튜브에 고령층 보수세력이 강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유튜브의 성격에 답이 있다. 유튜브는 IT 플랫폼 서비스를 익숙하게 이용해야 활용할 수 있는 기존 SNS와 달리 설치만 하면 자유롭게 영상을 찾고 구독할 수 있다. 사용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이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심지어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구독자가 많아지면 광고수익이라는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 SNS를 통해 퍼지는 텍스트 가짜뉴스는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창작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 힘있게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동영상이라는 콘텐츠의 속성도 포인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소위 진보진영은 팟캐스트라는 음성 인터페이스 중심의 플랫폼에 환호했으나 이는 직관성 측면에서 동영상, 즉 유튜브 플랫폼을 이길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중장년층은 이용방법도 간단하고 콘텐츠 제작자에게도 재원을 제공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세를 불릴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기존 미디어들의 권력이 약화되고, 루머가 곧 진실이 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의 동영상 콘텐츠를 통한 가짜뉴스 전파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나 유튜브는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짜뉴스로 점철된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지만 플랫폼의 콘텐츠 노출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존하고 있다는 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 유튜브의 50대 이용률이 높다. 출처=와이즈앱

ICT를 떠도는 괴벨스의 망령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이던 파울 괴벨스는 "거짓말을 춘분히 반복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믿을 것이다. 그리고 너 자신도 그것을 믿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의 가짜뉴스를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대사다. 가짜뉴스는 확인되지 않는 진실을 맹목적이고 기계적으로 퍼트리며, 이제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이들도 스스로 가짜뉴스에 중독되고 있다.

글로벌 ICT 업계에서도 가짜뉴스를 골치거리다. 미 대선 당시 횡행했던 가짜뉴스가 큰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 등은 가짜뉴스 박멸에 강력대응하고 있다. 일부 음모론자의 계정을 폐쇄하는 일도 벌어졌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애플 등은 지난 8월 악명높은 우파 음모론자인 알렉스 존스와 그가 이끌던 인포워 사이트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국내 가짜뉴스 대응에는 미온적인 이들이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전사적인 행동에 나서는 셈이다.

가짜뉴스의 폐혜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냥 '압박'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유튜브를 가짜뉴스 박멸이라는 대의로 심각하게 규제한다면 발전하는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이 휘청할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훼손도 불가피하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존스의 계정을 삭제하지 않았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계정정지 조치만 내렸고, 그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치적 견해 또는 이데올로기에 관련해 콘텐츠를 제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역할은 플랫폼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