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알뜰폰 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 최근 알뜰폰 가입자가 대거 통신사로 이동한 사실이 2일 확인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알뜰폰을 이용하던 고객 49만4345명이 통신사로 옮겨갔다.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고객은 44만2282명으로 집계됐다. 알뜰폰 기준으로 보면 약 5만2000명이 순감했다.

알뜰폰 시장의 어려움은 크게 부가 혜택 부족, 전반적인 번호이동 저하, 통신사 요금제 개편으로 설명할 수 있다.

▲ 알뜰폰 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알뜰폰은 서비스 초반 크게 휘청였으나 2015년 말 처음으로 이동통신 가입자 수 점유율 10%를 넘기며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이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알뜰폰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등 가계통신비 논란을 피해가며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2016년 말 다시 점유율 10% 선이 무너지며 좀처럼 동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만' 내세운 전략이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고객 응대 서비스 등 부가 혜택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가입자들의 이탈이 빨라졌다. 이후 알뜰폰 사업자들이 특화 상품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으나 생각보다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전반적인 번호이동 저하도 알뜰폰 업계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9월 기준 이동통신 번호이동자 수는 총 40만4059명이며 이는 전월 대비 16.5% 떨어진 수치다. 갤럭시노트9 출시를 중심으로 번호이동이 급격히 늘어났으나, 이후 빠르게 시장이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전체 번호이동 숫자도 감소했으며, 자연스럽게 알뜰폰 가입자 수도 떨어지고 있다.

알뜰폰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통신사들의 요금제 개편이다. 최근 통신3사는 진정한 무제한 요금제 출시는 물론,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저가 요금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T플랜은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 데이터 인피니티 요금제로 구성된 가운데 몰 요금제는 월 3만3000원에 1.2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보편요금제에 가깝다.

KT의 데이터ON 요금제도 마찬가지다. LTE베이직 요금제는 보편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다. LG유플러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새롭게 발표된 LTE 데이터 33은 월정액 3만3000원에 유무선 음성통화 및 문자를 기본 제공하고 매월 1.3GB의 데이터와 110분의 부가 통화를 제공한다.

통신3사가 요금제 개편을 통해 최상위 요금제는 데이터 무제한의 강점을 보여주고, 최하위 요금제를 통해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알뜰폰 가입자 입장에서는 통신3사 최하위 요금제에 가입해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혜택을 누리고, 통신사의 부가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