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넷째 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0.13%를 기록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정부가 지난 9월 21일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존 신도시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검단·동탄 등 2기 신도시는 미분양 악화를 우려하며 분위기가 싸늘하다. 1기 신도시지역도 자족기능이 강화된 분당지역 집값은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산 신도시는 여전히 차별화 가속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9월 28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통계표’에 따르면, 9.21 공급대책이 발표된 9월 넷째 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0.13%를 기록했다. 9.13 대책이 발표된 9월 셋째 주 상승률인 0.35%와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분위기다.

반면 같은 기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는 0.62%로 크게 올랐고, 일산 동구는 –0.04%, 일산 서구는 –0.01%로 되레 하락세를 보였다.

야탑동과 서현동 등 신도시 상권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만큼 유동인구와 소비가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이 지역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신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의 매매가는 9억8000만원에 형성돼 있었고, 전세가도 5억8000만원에 형성돼 있었다.

야탑동 T아파트 매매가는 평수가 더 넓은 전용면적 101.76㎡형의 시세가 서현동보다 7000만원가량 적은 8억3000만원이었다. 전세가는 4억9000만원 정도다.

▲ GTX 등 판교 호재로 분당지역은 넉넉한 주택 수요를 갖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에 대해 분당 지역 중개사들은 ‘3기 신도시가 들어와도 분당 집값엔 큰 영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는 자족성이다. 1기 수도권 신도시는 80년대 말 주택부족 타개를 목적으로 서울에서 20~25㎞ 거리에 조성됐다. 20년이 넘으면서 버스·철도 등 교통망이 완비됐고, 판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직주근접도 가능해진 것이다.

판교의 확장은 거꾸로 말해 수요 유입이 탄탄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판교역 주변 H아파트의 전용면적 132㎡ 주택 매매가는 16억8000만원에 육박하고 전세가 역시 11억원을 넘어섰다. 판교 지역의 집값을 부담하기 어려운 수요층들이 분당으로 진입하면서, 기존 분당 신도시는 판교를 배후로 한 베드타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기 신도시가 분당-판교 블록을 위협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분당 지역 중개사들은 “집값은 떨어질 수 없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분당구 서현동 W공인중개사는 “정부 발표 이후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 해도 악재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현역 근처 B공인중개사 역시 “분당의 집값은 서울을 따라가 굳건하다”라면서 “지어진 지 22년째라 슬슬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어 집값은 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 매매가 8억3000만원 정도의 야탑동 한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서울과 더욱 가까운 이매·야탑동 지역은 몇 해 전 개통한 경강선을 비롯, GTX ‘성남역’ 준공이 내년 말로 다가오고 있고, 8호선 연장도 논의 중이라 교통 개발 호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판교 주변 대장동, 동원동 등도 신축 아파트 단지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야탑동 T공인중개사의 의견도 서현동 공인중개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 해도 기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게다가 규모도 작고, 교통 입지만 좋을 뿐 아직 들어온 것도 아니라 눈에 띄는 장점이 덜하다”고 평했다.

B공인중개사는 “워낙 높게 책정된 탓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면서 “다만 대출을 규제한 것이 역으로 현금 자산이 풍부한 사람만 주택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접근성, 편리성을 증대하는 끊임없는 호재 덕에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관망세는 시간의 문제일 뿐, 이 기간이 끝나면 다시 오를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일산은 지역 내도 명암

킨텍스 주변으로 GTX 개통이 예고되면서 일산 서구 지역도 호재의 덕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가격이 큰 오름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분당과 마찬가지로 노후화된 주택의 리모델링이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재건축에 대한 반응은 미온적이며 분당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대화역과 이웃한 P아파트 전용면적 83.7㎡는 매매가 4억2000만원, 전세가 3억1000만원으로 분당 지역의 절반에 그쳤다. 이 아파트는 2017년 12월 이후 호가 오름 현상은 없었고, 하한가는 9월 정책 발표를 앞두고 오히려 떨어져 2억1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지역 H공인중개사는 낮은 가격대를 두고 ‘강남이 먼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해석했다. 그렇지만 킨텍스 지역 GTX 역세권은 2억원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말했다. 파주운정지구 GTX 예상지역 역시 1억원 이상이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서야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국이 지금까지 실거래가 단속을 하지 않고 호가 오름 현상을 방관해왔으니 지금이라도 공급으로 가격 안정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새로 조성 중인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지역은 개발 호재의 양분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삼송지역 I아파트 전용면적 84.89㎡는 6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전세가는 4억5000만원이었다.

주변 M공인중개사는 “삼송 지역은 미분양이 거의 없다”면서 신분당선 연장과 함께 스타필드, 이케아가 들어서고 다른 일산 지역에 비해 서울 진입도 쉬운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삼송지역은 서울과 충분히 가깝고 기반시설이 좋아 3기 신도시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어디쯤일지’ 관심 갖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산 동구지역 다주택자들이 빌라 등 주택을 처분해 이곳에 오피스텔 투자를 많이 했는데, 9월 거래가 묶이면서 오피스텔 취소 물량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매매가는 “관망세가 끝나고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 일산 동구 지역 한 아파트의 시세는 지난해 말 이래 변동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어플리케이션.

가장 울상인 곳은 일산 동구지역이었다. 이 지역 D아파트 전용면적 84.93㎡은 3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전세 시세도 3억1000만원에 형성돼 있었다. 시세 기준일 2017년 12월부터 9월 24일까지 매매가, 전세가 변동이 하나도 없었다.

이웃한 D공인중개사는 “다른 지역보다 가격 반영이 없거나 매우 조금 오른다”면서 “주민들은 이곳을 소외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체념 섞인 반대 여론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개사는 “지역 특성상 관망세가 지나도 오를지 내릴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오래된 주택임에도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자유로 등 교통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거래 얼었지만 이유 다른 산본·평촌

9월 4주 차에 매매가 0.16% 오른 1기 신도시 산본 지역의 L중개사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중개사는 분당, 일산과 마찬가지로 GTX 개발호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산본지역 L아파트는 전용면적 84.97㎡의 매매가가 6억6000만원, 전세가가 5억원에 책정돼 있었다. 중개사에 따르면 산본지역 부동산 시장은 8월 물건은 소진됐고, 9월에 나온 물량을 중심으로 비싼 값에 얼어붙어 있는 관망 형국이었다.

평촌 지역 역시 3기 신도시 조성을 두고 “당장은 크게 상관없지만 거리가 불확실해 위험은 남아있다”고 평했다. 이 지역 S아파트 전용면적 84.99㎡는 5억50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전세가는 1억원 적은 4억원이었다. 평촌이 속한 안양시 동안구 지역은 9월 4주 매매가가 0.18% 올랐다. 다만 이 지역 수요자들은 작은 평수를 중심으로 대기 수요가 많다고 C공인중개사는 전했다. 매수인들은 집을 사고자 하지만 평촌 지역은 매물이 귀한 상태다. 반면 조정지역으로 묶인 평촌의 매도인들은 거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양도세 중과 등으로 매매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이 중개사는 말했다. 집을 팔더라도 저렴한 집값에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어려워 관망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 김포 한강신도시의 L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12월 오른 이래 4억원대 전후를 유지하고 있었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어플리케이션.

2기 신도시 ‘경계 중’

2기 신도시인 김포한강신도시 역시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 않았다. 이 지역 W공인중개사는 “반발의 분위기는 있지만 3기 신도시 입지가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목소리가 뭉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 과잉이 가시화되면 반대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지근거리에 마곡신도시가 있어 이미 큰 영향을 받았다고 중개사는 덧붙였다. 서울과 가까운 지역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가운데, W중개사는 내년 7월에 5·9호선 김포공항과 연결하는 지하 경전철이 개통되면서 약간의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포지역은 9월 넷째 주 매매가가 0.01% 하락했다. 한강신도시 L아파트는 전용면적 84.98㎡의 경우 4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마찬가지로 2기 신도시인 파주지역은 GTX 호재가 있음에도 9월 넷째 주 0.11% 매매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이 지역 S공인 중개사는 “특수한 서울과 거리가 멀어 한동안 거래는 활발했다”면서 “9.13, 9.21대책의 영향이 아니라 추석 이후 잠잠한 것”으로 판단했다. 3기 신도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묻는 질문에 이 중개사는 “이제 입주를 시작했고, 미분양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신도시의 구체 입지가 나오기 전까지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 H아파트는 전용면적 59.3㎡의 매매가가 3억5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