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반려식물이라는 개념이 부상하며 식물과 관련한 콘텐츠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출간된 식물세밀화 도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고 식물을 키우는 내용을 담은 웹툰, 오디오 콘텐츠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내장식은 플렌테리어의 인기에 힘입어 반려식물 카페, 식물서점 같은 이색 매장도 눈에 띄고 있어 반려식물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식물을 찾는 사람들

젊은 독신남녀 1인 가구와 노령 부부로만 이뤄진 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식물에 대한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즉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화초’로만 인식되던 식물은 최근 ‘반려’로까지 위치가 올라갔고, 사람들은 집 안에서 기르는 식물에도 정서적 애착을 갖고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 반려식물에 대한 심리적 이해도 및 향후 수요 전망. 출처=트렌드 모니터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27%는 현재는 아니지만 과거에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42.1%는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고 했고, 현재 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74.1%가 ‘주변 사람에게 식물을 키울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려식물과 관련된 콘텐츠가 늘어나며 유의미한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아카데미는 작년 6월 강좌에서 반려식물 관련 수업을 지난해보다 3배 늘렸다. 본점에서는 가드닝의 기초와 연출법을 배우는 ‘힐링가드닝 테라피’ 강좌를 제공하고 영등포점에서는 원예 장식수업을 진행했다.

▲ 신세계 백화점 아카데미의 홈가드닝 모습. 출처=신세계몰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사이버 식물병원의 상담 건수는 <이코노믹리뷰>가 직접 집계한 결과, 지난해 550건 수준이던 식물 관련 온라인 상담이 올해 7~8월 두 달 동안에만 4000여건을 기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생소하던 반려식물 시장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들도 눈에 띄게 늘어가는 추세”라면서 “2020년까지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맞춘 유통업계 아이템 출시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실내공간에서 키울 수 있는 반려식물의 숫자는 굉장히 제한돼 있다”면서 “앞으로도 반려식물을 주제로 한 이색 카페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시장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려식물 시장 ‘왜’ 뜰까?

반려식물 시장은 왜 뜨고 있을까? 반려식물 입양프로젝트 ‘식물연구소’를 운영하는 박명환 대표는 “동물을 기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식물을 기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식물을 반려자로 선택해 이름을 짓고 블로그나 카페, SNS에 사진을 게재하는 것에 공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함에 따라 플랜테리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사실”이라면서 “식물을 가꾸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젊은 세대들이 많이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식물은 동물처럼 감정을 표현한다거나 특별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말 과연 식물에게도 가족, 친구와 같은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실제로 독거노인과 1인 가구가 반려식물을 키우면 우울감과 외로움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식물을 키우면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관리, 정서적 안정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 2017 서울시 독거노인 2000명 반려식물 보급사업 만족도. 출처=서울시청

서울시가 지난해 70세 이상 저소득 독거노인 2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시범 운영한 결과, 우울감·외로움 해소 등 주변 이웃들과 친밀감이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만족도 조사 결과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 우울감·외로움 해소(92점), 주변 이웃들과 친밀감 형성(83점), 실내 환경 개선(89점), 식물에 관심 증가(93점), 향후 사업에 재참여 의사(88점) 등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반려식물을 통해 밝아진 실내의 분위기, 식물을 기르며 얻는 소소한 기쁨과 힐링이 정서적인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송광남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반려식물 보급 사업은 도시농업을 통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건강한 일상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반려식물의 긍정적인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보급과 사후관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