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1인 가구 500만명 시대에 육박하면서 ‘반려동물’은 물론 비교적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반려식물’도 인기다. 식물을 기르는 것이 일생을 함께 한다는 의미의 ‘반려식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셈이다. ‘반려’라는 수식어는 불과 몇 년 전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이 반려동물로 바뀌면서 자주 쓰이게 됐다.

반려식물과 연관된 라이프스타일 관련 신조어들도 마구 생겨나고 있다. 식물이나 화분으로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렌테리어’, 스트레스를 풀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의 ‘케렌시아’, 이끼로 실내를 꾸미는 ‘모스 가드닝’ 등 사람들이 ‘룸메이트’가 아닌 나만의 식물로 ‘그린메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 '반려식물'은 식물을 기르는 것이 일생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반려식물’이 뭐야?

생각해보면 식물을 키운다는 것이 지금 사회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화단에 식물을 키운다거나 난을 가꾸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예전부터 쉽게 볼 수 있었다. 달라진 것은 식물을 키우는 행위보다 ‘반려식물’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을 쏟아내는 대중의 심리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려식물의 인기가 식물에게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외로움’이 잘 반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 송이현(26)씨가 직접 키우고 있는 반려식물. 사진=송이현 제공

인천에 거주하며 3년째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는 송이현(26) 씨는 “처음에는 우연히 선물로 받아 키우게 됐는데, 키우다 보니 재미가 붙어서 점점 늘어났다”면서 “베란다에 나란히 있는 화분들을 볼 때면 뿌듯하고, 3년 넘게 키우다 보니 이제는 꼭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취를 시작한 직장인 이 모 씨(28)는 집에 돌아오면 쓸쓸한 기분에 작은 화분 하나를 입양했다. 그는 “지금 키우고 있는 반려식물에 직접 이름도 지어주고, 퇴근 후엔 가장 먼저 들여다 볼 만큼 애정을 쏟고 있다”면서 “작은 식물 생명체 하나가 집안에 들어왔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마음의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1인 가구 500만명 시대에 육박하면서 '반려동물'보다 비교적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반려식물'이 인기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최선영 원예교육복지사는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심적으로 힘든 사람이 직접 자연물을 다루고 관리하면, 자신만의 집중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성취감과 자존감, 자신감 향상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려식물’ 이래서 키운다

누구나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잠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해진다. 게다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공격하는 미세먼지가 더해지면 공기가 맑은 숲속으로 당장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 즉, ‘플렌테리어’가 급부상하고 정서적 안정과 위안은 물론 키우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는 반려식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우주 공간에서 완전히 밀폐된 우주선 내의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중 식물의 공기정화 능력을 발견하고 15년 이상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인체에 해로운 오염 물질이 있는 밀폐 공간에 12개 정도의 식물을 넣어둔 후 24시간 내에 포름알데히드, 벤젠, 일산화탄소와 같은 오염 물질이 80% 제거됐다.

식물이 인테리어에 하는 큰 역할 중 하나는 심각한 미세먼지 같은 유해물질들을 걸러주는 공기 청정의 기능이다. 특히 선인장은 밤에 산소배출능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어 거실이나 안방 침실에도 대형 선인장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책임지고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식물은 현대인들의 ‘반려식물’이 될 가치가 충분하다.

▲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 키우는 장점. 출처=엠브레인

반려동물에 비해 돌보기 쉽고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사료나 예방주사 등 케어 비용이 많이 드는 반려동물과 달리 식물은 구매비용 외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외에도 반려식물은 공기 정화, 습도 조절, 실내 인테리어, 요리 재료 등 얻는 것이 많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아이템으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권지연 조경디자이너는 “집들이 선물로 어떤 화분이 좋아요?”라던 사람들의 문의가 “모노톤의 거실에는 어떤 식물과 화분을 어느 가구 옆에 두어야 하나요?”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플렌테리어’라는 용어는 몰라도 개념은 이미 대중에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