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노화 치매에서 나타나는 뇌혈관장벽 손상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타깃을 제시했다.

노화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환경에서는 뇌 위축, 신경섬유 손상, 염증 반응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 이는 신경세포와 신경조직 손상을 발생시키는 등 노화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의 주된 병변이다. 퇴행성 뇌질환에서 뇌혈관장벽 손상과 관련한 원인 규명은 미흡한 상태였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연구재단은 2일 배재성, 진희경 경북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노화 치매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ASM)에 의한 뇌혈관장벽 손상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ASM은 스핑고마이엘린을 세라마이드로 분해시키는 효소다. 스핑고마이엘린은 신경에 있다. 이는 지방산을 포함한 화합물이다.

뇌혈관장벽은 뇌신경세포의 기능 유지와 뇌조직 내 미세 환경 조절을 위해 혈액으로부터 필요한 영양분을 선택해서 통과시키고 위험 물질은 제한하는 관문이다. 최근 뇌혈관장벽 손상이 노화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주된 병변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어, 뇌혈관장벽 상태를 호전시키면 관련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퇴행성 뇌질환에서는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으로 혈액 내 단백질들의 비정상적인 뇌 내 유입을 야기한다”면서 “이물 축적 등으로 신경세포 손상과 기억력 장애가 나타나 퇴행성 뇌질환을 진행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65세 이상의 사람 혈장과 20개월 이상의 노화 동물모델의 혈장, 뇌조직에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의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된다는 사실에 집중해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의 비정상 증가는 주로 뇌혈관장벽을 구성하는 뇌혈관내피세포에 의한 것임을 발견했다.

▲ 배재성, 진희경 경북대 교수 연구팀은 "노화 치매의 혈장과 뇌혈관장벽을 구성하는 뇌혈관내피세포에서 ASM 활성 증가는 세포사멸 신호인자를 조절해(p53 증가, Bcl2 감소) 세포사멸을 유도한다. 또한 카베올래의 유입을 증가시켜(ERM 탈 인산화 → 액틴 분해 → 세포막의 카베올래 유입 증가) 뇌혈관장벽의 투과성이 증가된다. 이는 뇌조직 내 혈장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유입을 증가시켜 신경세포 손상과 기억력 장애를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결과, 노화 동물모델에서 증가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는 뇌혈관내피세포의 사멸을 유도했다. 연구진은 세포 투과성과 관련한 구성물질인 카베올래를 유입시켜 뇌혈관장벽의 투과성을 증가시킨 후 뇌조직 내 혈장 단백질을 비정상적으로 유출시켰다. 뇌혈관장벽 투과성 증가는 신경세포와 신경조직의 손상을 유발해 기억력 감퇴를 야기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노화 동물모델의 뇌혈관내피세포에서 증가된 ASM은 세포사멸 신호를 조절해 뇌혈관내피세포의 세포사멸을 유도했다. 혈관내피세포막에서 세포외 물질이 세포 내로 유입된 후 세포를 통과하는 통과세포외배출을 담당하는 소포체인 카베올래와 세포골격 구조물인 액틴과 결합된 ERM 단백질의 탈인산화를 시험했다”면서 “시험 결과 세포에 카베올래의 유입이 증가해 뇌혈관내피세포 투과성을 증가시켰고, 이로 따라 뇌조직 내 혈장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유출이 증가돼 신경세포가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유전적으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가 억제된 노화 동물모델에서는 뇌혈관장벽의 투과성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투과성이 낮아지면 신경세포 손상도 감소돼 감퇴된 기억력을 향상시켰다.

연구팀 관계자는 “ASM 억제 동물모델을 만들고 이를 20개월 이상 노화시켰다”면서 “노화한 ASM 억제 동물모델은 뇌혈관내피세포의 카베올래 유입이 감소돼 뇌혈관내피세포 투과성이 낮아졌다. 게다가 뇌조직 내 증가된 혈장 담백질의 유출이 감소해 신경세포 손상을 회복했으며, 기억력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연구 결과는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의 억제에 의한 노화 치매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경북대학교 교수는 “이 연구는 노화 치매에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가 뇌혈관장벽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역할을 제시한 것이다”면서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 억제 약물이 노화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 신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기초연구실)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9월 28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