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1일 워싱턴 연설에서 세계 전망이 밝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1일(현지시간), 국제 경제가 정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건전성 악화를 경고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가진 연설에서 "글로벌 경제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언한 성장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다음 주에 발표될 IMF의 공식 경제 전망이 "덜 밝아졌다"(less bright)고 우려하면서 “올해 초에 단순한 위험 요인으로 예상됐던 위험 요인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IMF는 2018년과 2019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3.9%로 전망했으나 다음 주 회의에서 수정된 전망치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번 연설은 다음 주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IMF 연례 총회에 앞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를 미리 표시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언론들은 해석했다.

세계 경제는 2017년에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반 상승을 누렸다. 주요국들 가운데 경기 침체를 보인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올 들어 달러 강세와 더불어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대다수 신흥국들이 혼란에 직면하며 험난한 출발을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대규모 IMF 구제 금융을 요청했고, 터키와 파키스탄 등 다른 국가들도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2018년 초에 글로벌 전체 성장은 건강하게 보였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서 경기 호조에 힘입어 세계 경제 전망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강세를 유지했다. 실업률은 감소하고 극빈층 비율은 전 세계 인구의 10% 미만으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같은 무역 장벽의 증가는 이미 세계의 수출입 규모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기업 투자와 제조에 중대한 타격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현재의 무역 분쟁이 더 심화될 경우, 신흥 경제국과 개발 도상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 부과는 미국에 대한 집중 반격으로 나타났다며, 국제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나홀로 항해하는’ 나라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사는 혼자 항해하는 나라들은 자급 자족이라는 요구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스 전설에 나온 것처럼, ‘나홀로 항해’는 결국 난파선이 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 포럼을 통한 협력보다는 양자간 무역 협정을 더 선호하는 성향을 보였다. 이것은 강대국 간의 경제 유대만 더 강화시켜 마치 2차 대전 후 강대국에 의해 세계 운명이 좌우되는 비운의 시대를 다시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북미 지역의 경제에 불확실성이 걷혔지만, 이제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세계 경제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또 금융 위기 이후 10년 동안 공공 및 민간 부문의 글로벌 부채 총액이 60%나불어나면서 사상 최대인 182조 달러(20경 3000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금융 안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와 같은 부채의 증가로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최근의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자국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몇몇 개발 도상국들의 경우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서, 이들 국가들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투자자들이 중국을 제외한 신흥 시장에서 1000억 달러(112조원) 상당의 채권을 매각했음을 지적했다. 이는 10년 전 금융 위기 당시의 자본 유출 흐름과 대체로 유사하다며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에게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