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그룹 소유권도 포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 회장이 알리바바의 가변이익실체 소유권을 포기했다"면서 "지난 7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관련 내용이 제출됐다"고 보도했다.

마 회장 그룹 소유권 포기
마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마 회장은 "교육자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나는 빌 게이츠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영어교사 출신인 그가 교육재단을 세워 빌 게이츠 회장과 같은 공익활동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의 후임으로는 장융 최고경영자(CEO)가 거론되고 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를 떠나지만 이사로 재임하며 일종의 멘토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가변이익실체 소유권을 포기할 경우 알리바바 경영과 더욱 거리를 두게 된다. 가변이익실체는 특정 기업과 지분관계는 없지만 특유의 계약관계를 통해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마 회장의 경영일선 완전 은퇴를 의미한다.

마 회장이 경영은퇴를 넘어 그룹의 소유권 자체를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와의 갈등설도 제기된다. 중국에서의 기업활동 환경이 어려워지는 한편, 그가 보유한 언론매체가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알리바바는 홍콩에 기반을 둔 유력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경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마 회장이 중국 정부와 크게 밀접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찍혔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마 회장은 리옌훙 바이두 회장이나 마화텅 텐센트 회장처럼 중국의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도 맡지 않았다. 다른 업계 거물처럼 중국 정부와 크게 밀착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자회사 엔트파이낸셜이 당국의 제재를 받고 2015년 공상관리총국으로부터 알리바바 플랫폼이 짝퉁 판정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도 있다. 결국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난 그가 회장 사임은 물론 그룹 경영권 포기에 이르렀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중국 정부의 '데스노트'에 오른 인물은 유력 인사라도 무사하지 못했다는 전례가 일종의 증거자료처럼 거론된다.

대표적인 2016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쓰촨성 재계 거물, 한룽그룹의 류한 형제다. 2014년 5월 중국 후베이성 셴닝시 중급인민법원은 고의살인 및 조직폭력 등의 혐의로 기소된 류한 한룽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류웨이 등 5명에게 모두 사형을 선고했으며, 법원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이들이 지난 20년간 폭력조직을 이끌면서 고의적인 살인과 상해 등을 통해 8명을 숨지게 하고, 많은 피해자를 다치게 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류한은 1993년 쓰촨성에서 도박업소를 통해 부를 축적해 건축업까지 손을 뻗친 '숨은 부호'다. 권력도 막강해 쓰촨성의 정협 상무위원을 역임하며 '제2의 조직부장'으로 불릴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그가 소위 '신비상인'이라 불리는 권력의 윗 선과 결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한룽그룹의 역사도 끝났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그 신비상인이 시진핑 주석과 경쟁했던 저우융캉 전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며, 류한 형제의 비극은 그 원죄를 비롯해 저우융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홍콩 최대의 부동산 재벌과 과거 홍콩 정부 권력 서열 2위가 한번에 '날아간' 케이스도 있다. 아시아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순흥카이 그룹의 토카스 쿽 회장과 정무사 사장 라파엘 후이는 2014년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받아 지금도 복역하고 있다. 한 때 홍콩의 번영과 권력을 상징했던 두 사람의 몰락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 회장의 사례에 대입하기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이러한 현지의 풍토가 마 회장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론도 있다. 마 회장은 오래전부터 회장 사임을 생각했으며, 이번 은퇴 선언도 알리바바 특유의 경영 환경을 살펴보면 이례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마 회장이 장쩌민 전 주석의 후광으로 지금의 알리바바를 키워왔기 때문에 시진핑 현 주석의 미움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실체가 없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중국의 ICT 기업을 소개할 때 알리바바를 자주 거론했으며 현장에 시찰을 떠난 경우도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소속 지도자와 가장 접촉이 많은 민간인 기업 톱10에 대부분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알리바바 전광판이 보인다. 출처=알리바바

중국 ICT 업계 잔혹사..현재진행형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를 필두로 하는 BAT 트로이카를 내세워 강력한 ICT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으나, 최근 갖은 논란으로 인프라 자체가 휘청이는 중이다.

실제로 텐센트는 판호 문제로 고통을 겪으며 최근 6년만에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사업부 일부까지 재편하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집중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의 류창둥 회장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으며 바이두는 스타트업과의 분쟁, 허위광고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이들의 위기는 중국 정부와의 불화와 큰 관련은 없지만, 중국 ICT 업계에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리스크들이 일거에 노출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