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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월街 내부자들] ③ 보스키의 유죄 인정과 정부와의 딜제3화 차익거래의 황제, 이반 보스키의 비밀 거래
김정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10.09  08:04:15
   

언론의 보도에 몸서리친 시겔은 보스키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거의 날마다 보스키와 통화했지만 보스키와 통화 횟수는 극적으로 줄었다. 시겔이 연락을 끊자 보스키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야?”라고 하소연을 했지만 시겔은 더 이상 보스키에게 내부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겔은 그동안 제공했던 정보의 대가를 받고 싶었다. 1984년 시겔의 실적은 아주 좋지 않았는데, 그해 시겔이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와 보너스는 100만달러를 겨우 넘었다. 그런데 아파트 수리비용이 50만달러나 나왔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었다. 그해에도 보스키는 시겔이 건네준 정보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왜 보스키에서 돈을 받지 못할까?

시겔은 보스키에게 40만달러를 요구했고 보스키는 쉽게 동의했다. 시겔은 플라자 호텔 로비에서 돈 가방을 전달받았다. 시겔은 다시 돈이 필요하자 보스키에게 돈을 요구했고, 보스키는 이번에는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다르게 제안했다. 지난번 플라자 호텔 로비는 너무 위험하다고 하면서 55번 스트리트와 퍼스트 애비뉴 교차로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를 지정하고, 거기서 9시에 전화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면 배달원이 그곳에서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시겔은 이 계획이 스파이 소설에나 나오는 것처럼, 호텔 로비에서 전달받는 것보다 더 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보스키는 나름대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이렇게 정교한 보스키의 사기 행각은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는가? 보스키의 거래는 SEC나 증권거래소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다. 레빈이 먼저 연방 정부에 덜미가 잡혔다. 레빈은 자신이 살기 위해 정부에 협조하겠다고 했고, 자신과 공모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불었다. 이 명단에서 보스키가 빠질 수는 없었다.

레빈은 조사 과정에서 SEC 변호사들과 연방 검사들에게 보스키와의 거래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보스키에게 건네준 기업 인수 정보, 그가 어떻게 보스키에게 전화를 했는지, 정보 제공의 대가와 조건 등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8월 초, SEC는 레빈이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보스키에게 여러 가지 이유를 적시한 소환장을 보냈다. SEC의 문서제출명령을 받은 보스키는 충격에 빠졌다. SEC가 요청한 자료는 보스키 회사가 그동안 거래했던 거의 모든 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보스키는 급히 하비 피트 변호사에게 전화했다. 피트는 그동안 보스키 회사의 법률 자문을 맡아왔다. 보스키는 피트에게 SEC의 소환에 대비해 줄 것을 부탁했다. 피트는 로이은행을 대리하면서 SEC에게 레빈의 이름을 팔았던 사람이었다. 보스키가 피트를 자신의 변호사로 선임했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피트는 로이은행을 살리기 위해 솜씨 좋게 레빈을 SEC에 넘겨주었고, 레빈은 결과적으로 공범으로 보스키를 지명했다. 피트를 자신의 변호사로 고용한 보스키는 그를 현재의 고통으로 이끈 일련의 사건을 촉발한 사람의 손에 자신의 미래를 맡긴 꼴이 됐다.

피트는 정부와 싸우기보다는 최대한 우호적인 조건으로 협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피트는 보스키로부터 모든 내용을 들었다. 당시 월가의 전설이었던 보스키의 어두운 거래를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보스키는 밀켄을 두려워했다. 그와 이야기를 할 때에도 마치 밀켄이 듣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러워했다. 밀켄과 얽힌 수많은 거래에 대해서 들었을 때, 피트는 이 사건이 미국을 뒤흔들 중대한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밀켄과 보스키는 내부자거래를 떠나 이미 5% 보고 의무, 주식 파킹, 기업의 경영권 장악을 위한 음모 등 상당한 불법행위에 얽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당시 밀켄은 보스키를 뛰어넘는 월가의 진정한 황제였다. 노련한 피트는 보스키가 살아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밀켄 카드였다. 밀켄을 연방 정부에 파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 카드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만약, 보스키가 법정에서 다툰다면 정부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보스키와 전쟁을 치룰 것이다. 피트는 보스키에게 법정에서 무죄를 다투기보다는 정부와 협상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정부에 협조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만약, 밀켄이나 시겔이 먼저 정부와 협상을 한다면 최종 타깃은 보스키가 될 것이었다. 보스키가 밀켄 카드를 들고 먼저 협상 테이블에 나가는 것이 급했다.

8월 중순경, 마인(Main)주의 오두막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SEC의 집행국 책임자인 개리 린치(Gary Lynch)에게 전화를 걸어 린치의 휴가를 포기시키고 중간 지역인 보스톤으로 불러냈다. SEC 워싱턴 본사의 변호사들이 급히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피트를 비롯해 보스키를 대리하는 변호사들 역시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왔다. 그들은 SEC의 보스턴 지역 사무소에서 만났다. 소환장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난 1986년 9월, 양측은 기본적인 거래 조건에 합의했다. 아주 빠른 진행이었다.

피트와 그의 변호사들은 보스키가 유죄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증권시장을 영원히 떠날 것이고, 상당한 벌금을 납부할 테니 형사 기소만 막아달라고 SEC를 설득했다. 그러나 SEC는 기소 여부는 법무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린치는 피트와 변호사들에게 뉴욕 남부지검이 양형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피트 일행이 떠나자 린치와 SEC 변호사들은 책상을 치며 기뻐했다. 별 수고도 없이 대어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보스키는 기가 막힌 이름 여러 명을 불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명단에는 월가의 정말 큰 대어가 있다고 했다. 정말 SEC로서는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었다.

휴가에서 돌아온 린치는 급히 뉴욕 남부지검의 카버리 검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로 너무 많은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카버리에게 워싱턴으로 오라고 했다. 카버리는 급히 워싱턴으로 날아 왔다. 카버리는 워싱턴의 로펌에서 린치를 비롯해 피트를 만났다. 피트는 린치에게 했던 유사한 제안을 카버리에게 했다. 카버리는 줄리아니 검사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으로 돌아온 카버리는 줄리아니를 만났다. 카버리는 줄리아니에게 지난 1~2년 동안 보스키를 조사했는데 증거를 못 잡았다고 말하면서, 보스키의 제안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피트는 월가를 뒤흔들 만한 정보를 주겠다고 유혹했다. 이 말은 들은 줄리아니는 거의 망설이지 않고 보스키와의 협상을 승인했다.

SEC와 줄리아니의 뉴욕 검찰은 보스키에게 많은 양보를 했다. 아니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 무엇보다도 보스키가 정부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공개 발표 전에 자신의 차익거래 펀드의 주식을 비밀리에 매도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허락했다. 보스키에 대한 특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보스키에게 자신에게 형량을 선고할 판사를 선택할 권한을 허용했다. 보스키는 피고인에게 관대하기로 악명 높은 모리스 라스커(Morris Lasker) 판사를 선택했다. 마지막 혜택, 그리고 가장 최고의 혜택은 나중에 밝혀졌는데, 정부는 보스키의 불법거래에 대한 부당이득에 대해 1억달러만을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1986년 11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스키가 레빈이 제공한 불법 정보를 이용해서 취득한 불법 이득이 2억달러가 넘는다고 보도하며 정부를 비난했다.

왜 이렇게 연방 정부는 보스키에게 특혜에 가까운 은혜를 베풀었을까? 그것은 밀켄 카드였다. 피트와 보스키는 밀켄 카드를 들고 줄리아니를 흔들었다. 당시 월가의 황제였던 밀켄을 잡을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양보하지 못할까? 그러나 보스키는 자신의 감형을 위해 허풍을 치고 있었고, 피트는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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