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규모 7.5 강진과 쓰나미에 따른 피해가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구호단체에 도움을 호소했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100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 긴급구호팀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의 후 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1일(현지시간) 집계를 기준으로 지진‧쓰나미에 따른 희생자 수가 최소 844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희생자 수가 최소 1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희생자수는 29일 420명이었지만 30일에는 2배 가량 급증한 832명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 BNPB는 지진 진앙지 근처에 위치해 강진 피해가 가장 컸던 동갈라 지역 등의 피해 상황 집계를 반영하면 희생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파악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니 BNPB 대변인은 “사상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해변으로부터 10km 떨어진 팔루 남쪽 페토보 지역을 진흙이 갑작스럽게 흘러내리는 현상인 이류가 덮쳐 이곳 주민 약 2000명이 사망하고 건물이 휩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BNPB는 사망자 수 급증에 따라 팔루 지역 한 언덕에 희생자 1300여명을 안장할 수 있는 100m 길이의 대규모 무덤을 준비하고 있다. 당국은 또 전염병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4일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토마스 렘봉 인도네시아 투자조직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에서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적십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구조를 지휘해야 할 전‧현직 시장마저 사망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이후 공항, 병원 등 주요 기반시설이 무너져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팔루와 동갈라 지역의 교도소 3곳에서 재소자 1200여명이 탈옥했고, 식량과 식수 등의 생필품이 부족해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

지진으로 관제탑과 활주로가 파손된 팔루 무티아라 SIS 알-주프리 공항은 전날 오후부터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이 공항에는 탈출 순서를 기다리는 피난민이 몰리고, 파손된 활주로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한동안 혼란이 지속됐다.

팔루의 한 생존자는 한 외신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고 먹을 것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선택이 없다. 무조건 식량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인도네시아에 위로 전문을 보내 “이번 재해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큰 충격과 비통함에 빠져있을 유가족분들에게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에 현금 100만미국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관계부처 논의와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해외긴급구호대 파견도 검토 중이다. 외교부 다자협력인도지원과 관계자는 “해외긴급구호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행정 지원 등 우리나라 긴급구호팀 활동을 지원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방침과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 KDRT)는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1년 일본 대지진, 2013년 필리핀 태풍 하이옌,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5년 네팔 지진 등 피해현장에 파견돼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번에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규모 7.5 강진은 지난달 28일 술라웨시섬 팔루‧동갈라 지역 부근에서 발생했다. 높이 1.5m~2m의 쓰나미가 해안지대를 덮쳤고, 탈리세 해변 등 수로 폭이 좁은 곳에서는 높이 5m~7m의 쓰나미가 피해를 줬다.

1만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쓰나미, 화산 분화가 빈번하다. 2004년에는 규모 9.1의 강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로 인도네시아에서만 약 12만명이 숨지는 등 인도양 일대에서 약 23만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유명 휴양지인 롬복 섬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557명이 숨지고 40만여명의 이재민이 생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