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가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장암 환자의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하고 있다. 출처=서울아산병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이 특별한 장비 없이 더 손쉽게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다양한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이다.

박인자 대장항문외과‧신용 융합의학과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은 1일 가로7cm, 세로 8cm 가량의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 한 장으로 혈중 유리 핵산을 효과적으로 분리해 낮은 비용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기술의 대장암 진단 정확도는 기존의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기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는 정상인보다 혈중 유리 핵산(cfNA) 농도가 높은데, 기존 혈중 유리 핵산 분리 기기들은 원심 분리기, 진공 펌프, 직류 전원 장치 등 다양한 장비를 필요로 한다.

‘DTBP’라는 물질이 혈중 유리 핵산과 선택적으로 결합한다는 특성을 이용한 이 기술은 성인 남성 손바닥의 반절만한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미리 채취한 소량의 혈액을 흘려보내면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시켜 이를 구분할 수 있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환자의 비용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실제 대장암 환자 1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새롭게 개발한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기술과 기존의 분리 기술을 각각 적용한 결과, 진단 정확도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대장암 환자 14명의 조직 샘플을 채취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결과를 비교했을 때, 기존 혈중 유리 핵산 분리 기술을 이용한 진단법은 약 57%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새롭게 개발한 플랫폼 기술은 약 71%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 기술은 검사 시간도 단축했다. 기존 기술은 혈중 유리 핵산 분리에 필요한 시간이 평균 약 1시간이지만, 새롭게 개발한 기술은 적은 혈액만 플라스틱 필름에 흘려보내면 되기 때문에 약 20분만 소요된다.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발병률 1위인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높다. 대장암은 또 치료를 해도 재발률이 높아, 지속해서 추적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로 조직 검사보다 소요 비용은 적고 혈액으로 대장암을 진단하는 기존 기기들보다 정확도는 크게 높아진 기술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이번 연구는 우선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지만, 기술적으로 다른 암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롭게 개발한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기술로 암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진단해 암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12.44)’ 온라인 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