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업계 1위, 2위인 ‘올리브영’ ‘랄라블라’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시장이 내년에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각각 자사 브랜드 전문 매장에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여러 화장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H&B 스토어가 성장하고, 시장이 재편되면서 자사 브랜드만 팔던 두 기업이 변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해외 고급 뷰티 브랜드를 모아놓은 ‘시코르’가 등장하고, 세계 최대 편집매장 ‘세포라’도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브랜드들이 원브랜드 매장에서 벗어나 사실상 H&B 스토어 시장에 발을 들여 함께 경쟁에 나선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해외 브랜드의 국내 상륙과 더불어 H&B 스토어 시장의 경쟁도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LIVE 강남’ 론칭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 LIVE 강남’을 오픈했다. 기존 아리따움 매장은 자사 브랜드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편집숍이었다. 이번에 오픈한 ‘아리따움 LIVE 강남’은 자사 브랜드만 판매하던 기존의 ‘아리따움’과 달리 아이오페, 라네즈, 키스미 등 기존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브랜드 18개 외에도 헤라, 프레시팝, 아닉구딸 등 자사 브랜드 11개와 메디히르 파파레서피, 듀이트리, 스틸라 등 타사 브랜드 59개가 신규 입점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 아리따움에 아모레퍼시픽 외의 다른 브랜드가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8일 멀티브랜드 샵 ‘아리따움 LIVE 강남’을 오픈했다. 출처-아모레퍼시픽

28일 오픈한 ‘아리따움 LIVE 강남’은 판매 매장만이 아닌 아모레퍼시픽의 전문 연구원과 뷰티전문가들이 있다. 피부 진단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고객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직접 고객과 접촉하여 목소리를 듣고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공식 온라인 쇼핑몰 ‘AP몰’에도 처음으로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입점한 타사 브랜드는 위시컴퍼니의 스킨케어 브랜드 ‘클레어스’였다. 이밖에 데싱디바, 머지 등도 AP몰에 마저 입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AP몰 입점 브랜드도 추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 ‘아리따움 LIVE 강남’에서는 뷰티전문가들을 통해 체험형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 출처=아모레퍼시픽

황동희 아리따움 담당 상무는 “고객의 체험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공간 디자인, 다채로운 브랜드 라인업, 개인 맞춤형 뷰티 솔루션 제공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로 한 단계 진화한 브랜드숍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VT 코스메틱’ 단독 판매
LG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국내 원브랜드숍 업계 2위인 ‘더페이스샵’ 매장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했다. 한때 업계 1위였던 더페이스샵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 전환(당기순손실 52억원)했을 정도로 원브랜드숍의 시장은 부진했다. 그러나 네이처컬렉션 매장 수는 1.5배(68→169개) 늘었지만, H&B스토어에 대적하기엔 경쟁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 LG생활건강의 네이처컬렉션이 방탄소년단과 콜라보레이션한 VT코스메틱 제품 독점론칭했다. 출처=LG생활건강

이에 LG생활건강도 지난달 28일 자사뷰티 편집매장 ‘네이처컬렉션’에서 타사 브랜드인 VT 코스메틱과 방탄소년단이 컬래버레이션한 ‘VTXBTS 에디션’을 독점 론칭한다고 밝혔다. 이번 달 6일부터 ‘VTXBTS 에디션’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네이쳐컬렉션 관계자는 “네이처컬렉션 VTXBTS 에디션의 판매를 시작으로 세분화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군을 폭넓게 확충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도 네이쳐컬렉션에 타사 브랜드의 입점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네이처컬렉션에서 판매하는 VT코스메틱 'VTXBTS 에디션' 출처=LG생활건강

왜 ‘자사 브랜드’ 아닌 ‘타사 브랜드’ 일까?

대기업 브랜드가 자체 브랜드숍에 타사 화장품을 입점시킨 이유가 뭘까? 대형 화장품 기업들이 이처럼 매장 혁신에 나선 이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B 스토어 시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륙을 앞둔 ‘세포라’가 들어오기 전에 H&B 스토어 시장을 재진열해 진입의 장벽을 높이겠다는 의도로도 설명될 수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단일브랜드 숍도 멀티 화장품 유통채널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일 브랜드 이미지를 버리고 뷰티 전문 멀티 브랜드숍으로서 이미지 강화에 나서는 것이다.

우선 단일 브랜드숍은 침체를 겪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에 따르면 ‘아리따움’의 매장 수가 2014년 1294개, 2015년 1346개, 2016년 1335개로 증가세가 정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신규 출점 역시 절반(77→37개)으로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매출도 마이너스 성장(-9%)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일 브랜드숍이 침체되면서 자연적으로 H&B 스토어가 급부상하는 트렌드도 한몫했다. 다양한 품목의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은 H&B 스토어는 2030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매장 수도 2013년 478개에서 2016년 1000개를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내 H&B 스토어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난달 21일 오픈한 '부츠' 이대점의 매장 안 모습. 출처=이마트

국내 편집숍 브랜드도 매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60%를 넘은 1위의 CJ 올리브영에 이어 후발주자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2위인 GS 리테일은 기존 ‘왓슨스’를 ‘랄라블라’로 리브랜딩한 뒤 190여개의 매장 수를 올해 안으로 300여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의 ‘롭스’와 이마트의 ‘부츠’도 계속해서 점포수를 늘려가고 있다.

익명의 한 뷰티 유튜버는 “이전에는 단일 브랜드에서 여러 좋은 제품들을 찾아내 사람들에게 소개하곤 했다”면서 “요즘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인기제품들도 한 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H&B 스토어를 새로운 제품을 찾아 뷰티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