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판매하는 이마트24 해방촌점. 출처= 이마트24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재 편의점 업계의 상황은 한 마디로 ‘최악’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점포,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중된 가맹 본사와 경영주(점주)들의 운영 부담은 지난 몇 개월 동안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렇다 할 해결 방안은 끝내 나오지 않았고 업계는 침체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 중 출발이 가장 늦었음에도 성장을 거듭하며 기존 업체들의 입지를 흔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신세계 이마트의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다. 과연 이마트24는 어떤 전략으로 위기들을 극복하며 성장을 이뤄냈을까. 

시작은 미미했으나... 

신세계의 편의점 브랜드는 이마트24가 처음은 아니다. 2003년 개인이 창업한 브랜드 ‘위드미(With Me)’를 2014년 1월 신세계가 인수하면서 신세계의 편의점 사업이 시작됐다.

당시 위드미는 로열티, 폐점 위약금 그리고 24시간 의무영업 계약 조항이 없는 3무(無) 정책을 기본으로 하며 경영주와 가맹 본사의 상생을 강조하는 브랜드를 표방했다. 그러나 당시 관점에서 일련의 차별화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의 편의점들은 서서히 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국면이었기에 점포의 영업시간은 곧 점포의 수익과 대부분 비례했다. 이런 상황에서 24시간 영업을 의무화하지 않는 위드미의 조건은 다른 업체들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사업자들에게도 외면을 받았다.

이후 편의점 사업의 주관이 이마트로 넘어가고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 오프라인 유통의 전반을 이끌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환점, 리브랜딩

2017년 7월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위드미를 ‘이마트24(emart24)’로 브랜드 이름을 전격 교체하고, 편의점을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향후 3년간 약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일련의 노력에 힘입어 이마트24는 점포수를 빠르게 늘려 나갔다. 이마트24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개편 전(2016년 1월~2017년 6월) 월 평균 개점 점포수는 약 76.9개였다. 개편 후인 2017년 하반기 이마트24의 월 평균 개점 점포수는 103.6개, 2018년 상반기에는 월평균 116.2개 점포를 기록했다.

▲ 출처= 이마트24

브랜드 개편 전과 비교해 월 평균 개점 점포수는 약 42.2% 증가했다. 동시에 이마트24는 브랜드 개편 발표 후 약 1년 만에 미니스톱을 제치고 전국 점포수 업계 4위 브랜드로 올라선다. 현재 이마트24는 2017년 12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국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 중에서 점포수 순수 증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상반기에는 경쟁사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 점주들의 이마트24로 브랜드를 전환한 다수의 사례들이 눈에 띈다. 2017년 경쟁사에서 이마트24로 전환 개점한 비율은 전체 점포의 5.5%였으나 2018년 상반기에는 13.7%로 올랐다. 

고객·경영주 만족 차별화 전략 

이마트24는 ‘고객 친화점포’를 내세웠다. 위드미의 3무 정책은 그대로 유지했고 매장의 디자인과 구조에 이전보다 이마트 24의 정체성을 반영하면서 더 정돈된 느낌으로 가다듬었다. 여기에 매장 자체의 콘셉트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기존 브랜드들과 다른 점들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매장에 큰 테이블을 비치해 고객들이 오래 머물다 갈 수 있는 스터디카페형 점포(충무로점)를 도입하는가 하면, 한강변의 풍경을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형 매장 2곳(동작 구름, 노을 카페)의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북콘서트, 바리스타 클래스 등 지역주민과 고객들이 문화 활동을 즐길 수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된다. 

▲ 이마트24 동작 노을카페 전경. 출처= 이마트24

이마트 24는 운영 면에서도 차별화를 꾀해 가맹 점주들에게도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월에는 PL(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아이미(I’m e)’를 선보이며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이 다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에 비해 가장 취약한 제품의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들을 선정해 대형마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더 프라이스(THE PRICE)’의 시범 운영을 지난 8월부터 550개 매장에서 시작했다.

더 프라이스의 도입에 대해 이마트24 김성영 대표이사는 “최저임금 인상 등 변수로 인해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경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물가 안정 프로젝트 더 프라이스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만족을, 가맹점주들은 점포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일련의 차별화는 장기 관점에서 오프라인 점포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전문화·세분화’로 방향을 정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의도가 반영돼있다.

정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급격한 성장에 대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각 브랜드마다 특별한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을 내세워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라면서 “(신세계는) 앞으로도 이마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 점포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화 성공, 다음은 실적 개선 

이마트24의 성장으로 편의점 부문 사업 확장에 대한 신세계의 의지는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최근 신세계는 경영난으로 성장이 정체돼 시장에 나온 미니스톱의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신세계가 인수에 성공해 미니스톱의 2535개 점포를 확보하면 경영상의 이마트24의 약점으로 종종 지적되는 영업 손실을 점포 확장으로 만회할 수 있다. 이마트24는 브랜드 개편 첫해인 2017년 514억원, 올해 1분기에는 124억원 그리고 2분기에는 9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의 침체 속에 경쟁 업체들에 비해 늦게 ‘발동이 걸린’ 이마트24의 성장은 편의점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용진 부회장의 지휘 아래 시도된 일련의 차별화는 과거 위드미가 이루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마트24가 이룰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영업 손실을 이익으로 개선하는 실적 부문의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이마트24의 당면과제다.

이마트24는 과연 브랜드 확장과 실적 개선까지 이뤄내고 국내 편의점 업계를 흔드는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