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 초기, 우리 국군이 연전연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근현대사 역사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북한의 기습침공'입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공격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연전연패를 거듭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의 기습침공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개전 초기 국군은 무수히 많은 판단착오를 했고, 여기에 '방심과 기습공격'이 일종의 양념처럼 곁들어졌다는 설명입니다. 판단착오에 방심을 했던 이들이 연전연패라는 팩트를 무마하기 위해 '비겁한 기습공격'을 핑계, 혹은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논리와도 이어집니다.

 

변하지 않는 핑계, 심지어 레퍼토리도 동일해
국내 배달앱 업계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입니다. 정치권은 물론 무수히 많은 언론들이 마음을 모아 국내 배달앱 업계를 폭격하고 있습니다. 크게 수수료 문제와 시장 독과점에 따른 광고 횡포가 거론됩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소상공인들의 흡혈귀가 됐다는 주장.

수수료 문제부터 보겠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외부결제수수료를 폐지한 것은 비판론자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배달앱 사업자들이 일종의 폭리를 취하며 소상공인들을 수수료 개미지옥에 밀어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광고 횡포도 꼽힙니다. 배달의민족이 입찰방식의 광고 형태를 통해 폭력적인 광고비 수금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모두 사실입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교묘하게 피하면서 논란을 감정의 측면으로 밀어 넣으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일단 수수료 문제부터 보자면, 왜 소상공인들이 수수료를 내면서 배달앱을 활용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습니다. 왜? 효과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배달앱으로 몰리고 있으니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5조원 돌파가 예상되며, 조만간 10조원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가 어떻게 가능해졌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무작정 '수수료는 나쁘다'고 말한다면, ICT 플랫폼 사업은 물론 일반적인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수료가 소상공인들에게 고통이라면, 이 문제가 사회의 문제라면 정치인분들 뭐하십니까? ICT 플랫폼은 물론 모든 경제시장의 수수료를 0원으로 만드는 법을 만드십시요. 정부가 전국의 건물과 땅을 구매해 소상공인들에게 0원으로 분배하는 일부터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광고비 과다 책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모든 광고 플랫폼을 사들여 소상공인들에게 무료로 광고하게 해주세요. 언론사도 왜 기업으로부터 광고비 받습니까? 가뜩이나 오프라인 신문의 종말이라는데. 대승적으로 광고비, 협찬비 0원 가시죠.

물론 과격하고 실현가능하지 않으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 배달앱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사실상 이런 주장과 최소한의 맥락을 함께해 문제입니다. 경제 구조상 플랫폼 비즈니스는 수수료가 핵심입니다. 이걸 버리면 그냥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수수료가 높다면 왜 수수료가 높은지, 배달앱 사업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과 글로벌 수준의 ICT 플랫폼 기업을 키우는 기회비용은 어떤지에 대한 조사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 중심에서 소상공인들의 진짜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죠.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마냥 '때리기'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레퍼토리도 2, 3년 전 논리와 동일합니다.

▲ 배달의민족이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출처=배달의민족

여론몰이가 심각하다
배달앱 업체들이 마냥 '선'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프랜차이즈와 일반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받는 대목과 수수료 적정 논란 그 자체는 분명 따져봐야할 지점입니다. 광고비 이슈도 소상공인을 옥죄는 심각한 문제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토론의 문제는, 세밀하게 다뤄야 하는 이슈를 일종의 여론몰이처럼 활용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이미 절대악은 만들어졌어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배달앱이 소상공인의 절박함을 인질로 잡고있다"는 표현도 썼습니다. 절대악이면 정부와 국회는 지금 뭐하는 겁니까? 당장 잡아 들여야지요. 대신 O2O 플랫폼 비전이니 4차 산업혁명 발전이니,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배달앱 이슈는 서로 타협의 여지가 있습니다. 수수료가 문제라면 배달의민족처럼 일부 수수료를 0원으로 하든가, 소상공인과의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적정수준에 대한 협상을 하면 됩니다. 광고가 문제라면 구글과 네이버 등 대부분의 플랫폼 광고 비즈니스까지 손질하는 대작업을 벌이면서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다양한 사회 계층에서 배달앱 저격이 이뤄지는 장면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오히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는 생각도 듭니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배달앱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매출이 떨어지는 소상공인들의 눈물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월 5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책정하는 큰 손 자영업자가 전체에 4%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잘 살펴보고, 이들의 플랫폼 진입으로 전체 시장이 어떻게 커지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지금의 비판론자들이 배달앱이 그냥 마음에 들지않아 폐업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소상공인을 위해서라면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자영업자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걷어내고, 자영업 폐업률 90%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드십시요. 배달앱 플랫폼도 커지고 자영업자들도 살아난다면 일거양득이 꿈도 아닙니다. 15년전부터 자영업 폐업률 90%를 오가는 현상을 '핑계'로 배달앱 업계를 압박하는 것은 한계가 많습니다. 마치, 변하지 않는 비판 레퍼토리처럼. 그러고 보니 1950년대나 지금이나 핑계를 대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군요.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