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업계를 주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조직 내외부의 논란에 휘말리며 기업 가치를 깎아 내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최근 논란에 휘말린 CEO들이 대부분 강력한 카리스마와 자신감으로 무장된 인사라는 공통점도 보인다.

▲ 마크 저커버그가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마크 저커버그부터 일론 머스크까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실리콘밸리 CEO 리스크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로 페이스북을 글로벌 최대 SNS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최근 제왕적 리더십 남용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겸 CEO와 마이크 크리거 창업자 겸 CTO가 최근 회사를 떠난 이유도 마크 저커버그 CEO의 과도한 인스타그램 경영 개입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큘러스를 창업했던 팔머 럭키는 지난해 3월 회사를 떠났고, 얀 쿰 와츠앱 창업자는 지난 5월 이미 페이스북을 떠났다.

페이스북의 현 상황도 나쁘다. 지난 3월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용 사건이 벌어진 후 이번에는 해킹 사건까지 겹쳤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무려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뷰 애즈 기능 버그로 해킹됐다. 페이스북은 해킹 사실을 인지한 후 즉각 수사당국에 알리는 한편 9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의 계정을 자동으로 로그아웃 조치했으나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면서 "빠르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해킹이 벌어진 후에도 누가 개인정보를 탈취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플랫폼 공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로이터가 3월 페이스북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미국 성인 중 페이스북을 신뢰하는 사람의 비중은 41%로, 아마존 66%, 구글 62%에 비해 크게 낮았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넘어 커뮤니티 전략을 구사하는 페이스북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 에반 슈피겔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스냅챗의 스냅도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 7일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 일일 사용자 1억8800만명을 기록해 1분기 대비 2%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과 광고수익이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영업손실은 5300만달러를 냈다. 에반 슈피겔 CEO의 독단적인 리더십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직원들에게 아무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예정됐던 보너스 지급을 취소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에반 슈피겔 CEO의 수족이나 다름없던 임란 칸 등 핵심 임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스페이스 엑스를 통해 민간인 달 여행 계획을 구체화시키는 등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나 그의 주력인 테슬라의 전기차 경쟁력은 의문부호만 가득하다.

결정타는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일론 머스크 CEO를 사기 혐의로 피소하며 나왔다.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달 테슬라를 비상장 회사로 돌리고 이를 위한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이며, 주식시장을 호도했다는 비판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논란이 커지자 내부 직원들에게 "외부의 비판은 무시해라"는 메일을 보내는 한편, 언론을 통해 '비상장 계획은 자금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구두계약이 있었고 이를 믿은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으나 결국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하고 말았다.

▲ 일론 머스크가 민간 우주비행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안정형 리더가 대세?
미국 간판 기업도 CEO 리스크가 있다. 그런 이유로 리더들이 자리에서 떠나거나,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은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최근만 봐도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GE를 이끌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물러난 것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가 해임된 것도 업계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이지만 기업 환경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도 내부 조직문화의 불협화음으로 회사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마크 저커버그와 에반 슈피겔, 일론 머스크의 사례는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파격과 카리스마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리더들이며 기업의 생태계 확장에 빠르게 성공했으나 안정화에는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일론 머스크 CEO만 봐도 천재형 리더십을 가졌지만 모 방송에 출연해 대마초를 피우거나, 태국 축구부 소년들의 구출작전을 지원하던 과정에서 구조팀과 격앙된 욕설을 주고받는 불안전함을 보여줬다.

업계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의 문을 연 팀 쿡 애플 CEO의 리더십을 의미있게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팀 쿡 CEO는 카리스마형 리더인 스티브 잡스가 키운 애플을 견고하고 보수적이지만 조용히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실리콘밸리에 파격보다는 안정형 리더의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물론 안정형 리더라도 모든 논란에서 자유로운것은 아니지만, CEO 리스크의 후폭풍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