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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철학 찾기 ⑦] 불편과 문화사이
이준형 토톨로지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10.03  18:45:19
   

꽤 오랜 기간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한 책 <개인주의자 선언>은 다음과 같은 자기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혐오증이 있다고까지도 할 수 있다.” 작가이기 이전에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에게서 나온 이야기라곤 믿기 어려운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어서 그가 일상적으로 겪은 불편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꼬집는 것으로 서문을 이어간다.

“그렇다고 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매사에 일일이 투쟁할 열의까지는 없기에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한다. 단합을 도모한다는 직장 체육대회나 등산이 내 개인 시간인 주말에 개최되는 것이 치가 떨리게 싫지만 빠지려면 없는 친척을 돌아가시게 만드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표시해야 한다. 술 한두 잔도 겨우 먹는 체질이지만 회실 때 돌아가는 잔을 거절하여 흥이 오른 타인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더 싫기에 일단 받아먹고, 음료수 잔에 뱉는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투사가 되기 싫으면 연기자라도 되어야 하는 거다.”

어떤가? 모르긴 몰라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역시 살아가며 최소한 한 두번 쯤은 투사 혹은 연기자의 역할을 맡아보았을 터. 매번 영 내키지 않는 체육대회나 등산대회(참고로 내 친구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노총각 상사와 ‘자비’로 골프장에 다녀왔다)는 물론, 업무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술 한 잔 하자는 상사의 부탁 아닌 부탁(이건 못해도 한 번쯤은 있겠지), 그리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괜히 휴일을 반납해가며 사무실에 나간 경험(이것도 연휴 때 골프장에 다녀온 친구 이야기다. 되게 힘들게 사는구나 너!)까지. 이쯤 되면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와 위계질서 중시 성향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대체 우리 사회는 도대체 왜 이런 불편함을 오랜 기간 ‘문화’로 생각하며 살아온 걸까? 더불어 지금 우리 세대는 왜 이를 문화가 아닌 ‘불편함’으로 느끼고 있는 걸까? 다양한 층위와 시대적 요구로 빚어진 변화를 오직 한 가지 잣대로만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를 동양적 사고관이 지배하던 시대와 서양적 사고관이 유입되어 정착하는 지금의 시대로 구분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선 동양적 사고관과 서양적 사고관이란 무엇이며, 어떤 연유로 차이를 가지게 된 것일까? <중국 철학사>의 저자인 고 펑유란 교수는 서양적 사고관을 개인주의적이며 수평적인 문화로, 동양적 사고관을집단중심적, 위계적 문화로 설명하며 이것이 각기 다른 생활과 자연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서양 문화의 기틀이 된 고대 그리스 로마는 해양국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지중해를 기반으로 상업 활동을 하며 부를 축적했고, 서로의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를 기반으로 생활했다는 것. 때문에 이들은 가족의 이익보다 도시 공공의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으며, 어느 개인이 다른 개인보다 더 중요하거나 우월하게 여겨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조직 또한 위계적이지 않다.

반면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은 대륙국의 성격을 지닌다. 바다를 통해 이곳저곳을 여행하거나 무역하는 것은 이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주로 내륙에 거주하며, 상업이나 무역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제사 등을 통해 자신들이 살아가고, 먹을 것을 마련할 터전을 잡은 조상을 숭배하게 되었다. 더불어 농사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가진 어른을 공경하고 서로의 일손을 돕는 위계적, 공동체적 문화을 가지게 된다.

자, 어떤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수 천 년동안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힌 문화적, 사상적 차이를 단 몇 가지 이유로만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큰 맥락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찌됐든 가족 혹은 사회 내에서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공동체 혹은 집단의 문화와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 오랜 기간동안 마주해온 ‘현실’이기 때문. 오늘날 우리 사회에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것은 동양적 사고관의 우리 사회에 서양의 자본주의와 문화가 유입되며 생겨나는 진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동안 이렇게 살아 왔으니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시대도 가치관도 바뀌었으니 다 바꿔버려!’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이야기를 늘여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보단 앞서 소개한 책 <개인주의자 선언>의 한 구절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 온 문화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그 문화를 불편함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모두 기억했으면 싶다.

“어느 집단도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남의 판단으로 자기 판단을 대체하지 말고 각 개인이 눈을 부릅뜨고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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