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H지수 추이 [출처:인베스팅닷컴]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홍콩H지수 하락으로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재차 확대되고 있다. 구조화상품이 주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금융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일부 증권사들은 다소 높은 쿠폰(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심을 돌리려는 모습이다. 낙인 베리어도 낮춰 안정성을 갖췄다. 조기상환에 총력을 다하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28일 홍콩H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2% 오른 1만101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불과 몇 주 전, 1만 포인트를 위협했지만 추가하락은 기우였다.

올해 상반기 홍콩 금융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들도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악재를 선반영한 것일까. 최근 홍콩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의 추가하락은 제한적이다.

홍콩증시가 불안해지자 국내 시장은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이목이 쏠렸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대거 발행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증권사 점검과 여론 진화에 나설 정도로 자금쏠림이 강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대부분 스텝다운형이다. 통상 3년 만기에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한다. 조기상환이 불발되더라도 만기에 기초자산이 기준가 대비 50~60% 이상을 유지하면 제시된 수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

ELS 낙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1~2월 고점(1만3300~1만3900포인트)에서 발행된 물량은 크지 않다. 이 구간에서 ELS 자금이 집중됐더라도 홍콩H지수가 8200포인트를 하회해야 한다.

다만, 투자기간이 길수록 ELS 발행 초기에 설정한 위험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기상환 불발을 간과하기 어려운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스텝다운형 ELS 투자 시 수익률보다 낙인 베리어가 중요한 이유다. 불가피하게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내놓은 ELS의 베리어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수익률도 높다. <이코노믹리뷰>는 낙인베리어 50% 이하, 연 수익률 6% 이상을 제시하는 ELS를 추렸다. 현재 청약 중이거나 예정인 상품들이다.

▲ 연 수익률 6% 이상 낙인베리어 50% 이하 ELS(청약 예정 혹은 진행중)[출처:전자공시, SEIBro]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성증권20001’이다. 기초자산은 ‘DAX, HSCEI, S&P500’이며 낙인 43%, 연 수익률은 6.56%(세전)다. 해당 자산들이 반토막이 나도 제시한 수익률(만기 기준 총 을 19.68%)을 올릴 수 있다.

중간평가 기간은 매 3개월로 일반 스텝다운형 ELS(통상 6개월) 대비 짧다.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다만, 최초 평가일에는 기초자산이 9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조기상환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삼성증권20030’은 ‘HSCEI, S&P500, Eurostoxx50’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낙인 50%, 연 수익률은 6.30%다. ‘삼성증권20001’ 대비 수익률은 낮고, 낙인 베리어는 높지만 최초 조기상환 베리어(6개월)가 80%로 여유가 있다.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가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삼성증권20032’는 ‘삼성증권20030’과 기초자산, 낙인 기준은 같지만 연 수익률이 6.7%로 높다. 다만, 최초 조기상환 배리어(6개월)가 95%로 높다.

‘삼성증권20013’은 ‘HSCEI, S&P500, Nikkei225’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낙인은 50%지만 연 수익률 6.10%, 최초 상환 기준은 92% 이상이다. 앞서 언급한 상품들보다는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

미묘한 차이, 깊어지는 선택의 고민

8%대 수익률을 제시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의 ELS도 눈여겨볼 만하다. ‘신한금융투자16397’과 ‘대신증권7853’의 기초자산은 ‘HSCEI, KOSPI200, Eurostoxx50’으로 같다. 낙인 베리어와 최초 상환 조건도 각각 50%, 90%로 동일하다. 다만 수익률은 신한이 연 8.10%, 대신은 8.70%를 제시했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중소형사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업공개(IPO)부문에서 대형사를 모두 제치고 각각 1위, 2위를 기록했다. 신(新) 라이벌로 떠오르면서 ELS 시장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부동산금융 강자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ELS 등 구조화상품이다. ‘메리츠종금증권764’는 ‘HSCEI, S&P500, Eurostoxx50’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낙인 50%, 연 수익률은 7.6%다.

대신·신한 ELS보다 낮은 수준의 쿠폰이지만 최초 상환 기준은 85% 이상이다. 수익성과 조기상환 가능성을 고려하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5%의 수익률을 제공하지만 조기 상환 가능성을 대폭 높인 ELS도 있다. ‘하나금융투자8959’는 스텝다운형에 안정성을 보강한 리자드형 상품이다. 상환조건은 최초기준가격의 92%(1차), 90%(2차), 85%(3~4차), 80%(5차), 65%(만기)며 노낙인 상품이다.

다만, 1년 동안 조기상환이 되지 않고 기초자산가격이 기준가의 75% 이상을 유지하면 제시된 수익률을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ELS 발행 초기 설정된 위험도는 장기 예측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낮지만 상환가능성이 가장 높은 ELS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