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甲)지역에 있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5. 5. 20. 관리소장인 B씨를 징계 해고하였습니다. 아무리 징계해고라 하더라도 해고 절차는 엄격히 지켜져야 하는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씨를 조속히 해고시키고자 근로기준법 상 B씨에게 보장된 ‘해고 30일 전의 해고 예고’(근로기준법 제27조)조차도 하지 않은 채 B씨를 해고한 후 B씨에게 270만원 상당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지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해고를 당한 B씨는 위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자마자 갑(甲)지역의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한편, 갑(甲)지역의 지방노동위원회는 B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 들여 B씨에 대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해고는 부당하여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고, B씨는 위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관리소장으로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B씨가 부당해고 구제를 받아 원래 직장인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복직을 하였으니, 해고될 당시 지급받은 해고예고수당 270만원도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반환해야 하는 것인가?” 입니다. 부당해고 구제를 통한 복직은 ‘해고가 부당하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B씨를 해고한 사실 자체가 무효’라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으니 해고를 전제로 한 해고예고수당 역시 ‘아무런 법률상 원인도 없이 지급되었으므로 무효’이므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반환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은 1심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기도 합니다. 1심 법원은 B씨가 복직도 되고 해고예고수당까지 챙겼으니 이중으로 이득을 본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1심과 달랐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사용자에게 해고예고의무 또는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문언적으로 해고가 유효한 경우에만 해고예고의무나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가 성립한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가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해고의 적법 여부나 효력 유무와는 무관하게 지급되는 돈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생각해 보면,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1심 판단보다 훨씬 설득력 있고 타당해 보입니다. 해고예고수당은 해고의 당연한 효과가 아니라 사용자가 해고예고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에 따른 일종의 ‘페널티’이고 만약 이번 사건에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B를 부당해고 하되 해고절차를 지켜서 해고하였다면 애초에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B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거나, 반대로 이를 반환 청구해야 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 사건은 비록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 간의 사건이지만, 기업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기에 눈여겨 볼만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면적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결국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B를 ‘징계해고’ 한 것이 사건의 배경이 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덧붙여 보고자 합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은 ‘징계해고’의 법적 근거가 됩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란 ① 징계사유의 정당성, ② 징계절차의 정당성, ③ 징계양정의 적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근로자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노사 협정 등이 열거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를 하여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사용자는 정당한 징계절차를 따라 근로자를 징계해야 하고, 그 징계양정 즉, 징계수위 역시 적정하게 고려를 한 결과 ‘해고’에 이른 경우만을 합법적인 징계해고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징계절차의 측면에서 취업규칙 등 징계규정에 변경기회부여 규정이 없어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징계가 절차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775 판결,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9901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에 사전통지, 변경기회부여, 징계위원회 의결, 징계위원회 구성, 재심기회 부여 등의 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합니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 참조). 또한 징계양정의 측면에서도 근로자 행위의 내용, 정도, 빈도, 직장질서에의 영향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징계처분이 징계사유에 비교하여 과하지 않아야 하고(과잉징계금지의 원칙), 사업장 내 다른 근로자의 같은 행위에 대한 기존의 징계처분보다 무겁게 내려져서도 안 되는데(형평성의 원칙), 징계절차의 정당성, 징계양정의 적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모두 사용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처럼 사용자의 입장에서 근로자를 ‘징계해고’하는 것은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그러기에 사용자는 애초에 근로자를 고용할 당시부터 신중을 기해야 하고, 일단 고용한 이후에는 근로자가 자신의 역량대로 적재적소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훈련과 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