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가맹점 카드 수수료문제는 한국만의 뜨거운 감자는 아니다. 신용사회가 우리보다 조기에 정착된 미국도 높은 카드수수료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영업을 계속 할 수 없다며 울상을 짓고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카드 발행사와 소상공인들 사이이 ‘카드의무수납제 폐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소상공인들은 카드의무수납제 폐지보다 수수료 인하를 위해 직접 협상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논란이 최근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들이 반발하자 정부가 대응방안으로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를 내놨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수수료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낮추고 높이고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미국도 한국도 수수료를 인하하면 가맹점들은 당장 좋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결국은 그 인하때문에 부가서비스의 중단 등으로 유인책이 약화돼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의견들을 제기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생태계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도 곧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13년째 ‘카드 수수료’ 전쟁 중

미국의 소상공인들은 수년 동안 카드 수수료를 낮추고 신용카드 계약을 관리하는 규칙을 완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들은 2005년 비자, 마스터카드와 JP모건 체이스, 씨티 그룹 등 카드발급은행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3년째 계속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카드의무수납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카드의무수납제란 가맹점 주들이 소비자들의 결제수단으로 어떤 카드든지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소상공인들의 요구대로 카드의무수납제가 폐지된다면, 가맹점 수수료가 높은 카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 신용카드가 이익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자나 마스터카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소상공인들은 카드 발행사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때 내는 프리미엄 카드의 수수료는 최대 2%로 일반 신용카드보다 비싸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카드의무수납제에 따라 고객들이 프리미엄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은 프리미엄 카드 사용량이 월등히 많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신용카드 구매량의 약 92%는 프리미엄 카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3년 86%, 2008년 67%에서 증가한 수치다.

이에 아마존, 타깃(대형할인마트), 홈디포(건축자재, 인테리어 디자인 도구 판매 업체) 등 대형 가맹점들은 높은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일부 프리미엄 신용카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카드사 vs 소상공인

카드사와 소상공인 사이 의견분쟁은 쟁쟁했다. 홈디포의 대변인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 문제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면서 "그건 중요한 요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카드에 대한 차별과 소비자들의 혼란을 일으킬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비자 대변인은 "소비자들이 카드 종류나 발행사에 상관없이 비자카드 사용을 허용해야 하며, 소비자들이 지급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되면 혼란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스터카드의 대변인은 "소상공인이 마스터카드를 받는 것에 동의한다면, 다른 발행사나 금융 기관이 발행하는 다른 종류의 카드들도 받아야한다“면서 ”카드 간에 어떠한 차별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콘스탄틴 캐넌 법무법인의 관리 파트너인 제프리 쉰더(Jeffrey Shinder)는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카드사와 수용 조건을 직접 협상하는 권리"라고 말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상공인들은 수수료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협상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수수료 폐지가 아닌 수수료 인하를 목적에 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 모두 "카드의무수납제" 유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파이터치 연구원은 카드사는 자금조달비용을 수수료 외에 다른 곳에서 채우기 위해 연회비를 인상하고, 결국 가맹점의 매출액 감소로 일자리까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출처=파이터치연구원

‘카드 수수료 인하’ 모두에게 독이 될 수도

미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해 보이나, 카드 수수료 인하가 답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카드 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수수료 인하가 가맹점의 매출액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한국에서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자, 소상공인들은 거센 반발을 했다. 이에 정부는 신용카드수수료를 인하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대안을 내놨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신용 카드 수수료는 2007년 4.5%에서 현재 0.8~2.3%까지 낮아졌다. 이에 카드사는 비용 경감을 이유로 부가서비스를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4047개가 사라졌다.

이에 파이터치연구원은 카드사가 자금조달비용을 수수료 외에 다른 곳에서 채우기 위해 연회비를 인상하고, 결국 가맹점의 매출액 감소로 일자리까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 인하하기 위해선 카드업계는 소비자의 연회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이 채워주던 자금조달비용을 소비자가 채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카드사의 연회비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로 스페인과 호주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두 나라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의 일부 인 정산 수수료 상한 59%, 42% 인하했다. 그러자 각국의 발급은행들은 카드 연회비를 50%이상 올렸다.

한국의 현재 연회비는 8775원으로 소비자의 신용카드 이자비용 부담률은 2.8%다. 만약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이자비용을 100% 부담하게 한다면, 연회비는 31만6620원이 된다.

연구원은 "연회비가 인상된다면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약 15조원, 가맹점의 전체 매출액은 약 93조원 감소할 것"이라면서 "일자리도 약 45만개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 연구에 따르면, 카드 수수료 인하는 결국 카드사뿐만 아니라 가맹점과 소비자까지 모두의 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가맹점주의 피해가 약 93조원으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