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봉 한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인슐린 농도가 높은 당뇨환자에서 간암 증식이 더 촉진되는 원인을 밝혔다. 정상세포와 간암세포에서 인슐린이 각각 다른 신경전달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림대학교 의료원 전경. 출처=한림대학교 의료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인슐린 농도가 높은 당뇨환자에서 간암 증식이 더 촉진되는 원인이 밝혀졌다. 정상세포와 간암세포에서 인슐린이 각각 다른 신경전달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국연구재단은 28일 박재봉 한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인슐린이 간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상 간세포와 간암세포에서 인슐린의 작용 기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혈액 중 포도당을 글리코겐의 형태로 간이나 근육에 저장해주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이 정상 세포에 작용하는 기전은 세포의 성장을 유도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암세포에서의 포도당 대사나 암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포도당 대사는 우리 몸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기본 대사로 항상 일어나고 있다. 식후 포도당은 혈액 안으로 분비된 인슐린 자극에 의해 세포 속으로 이동되고, 혈중 포도당의 농도는 감소한다. 세포 속에서 포도당은 분해 돼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된다.

박재봉 교수 연구팀은 당뇨환자가 암이 걸리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간암세포에 대한 인슐린 작용기전 연구를 시작해 인슐린이 암세포의 당 대사 효소를 조절하는 방식이 정상 세포와 다르다는 것을 규명했다. 

박재봉 한림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인슐린이 간암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출처=박재봉 한림대학교 교수 연구팀

정상 간세포에서는 인슐린이 피루브산 탈수소효소(PDH)를 활성화 시키는 반면, 암세포에서는 인슐린에 의해 피루브산 PDH 활성이 저하됐다. 이에 따라 암세포는 피루브산을 온전히 분해하지 못하고 젖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정상세포와 간암세포에 따라 각각 인슐린이 다른 신호전달 경로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간암세포에 인슐린이 결합하면 알려진 경로대신 RhoA - ROCK - pTyr GSK-3β - PDH phosphatase - pPDH 경로를 거친다”면서 “인산화 된 피루브산 탈수소효소는 알 수 없는 기전을 통하여 세포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C-Myc 및 cyclin D1을 발현시켜 암 세포성장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인은 대개 생체에서 인산의 형태다. 인산화는 어떤 물질에 인산이 붙는 반응을 말한다. 

박 교수 연구팀은 또 활성화된 피루브산 PDH는 다른 단백질을 이용해 간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간암 환자들 중 PDH의 인산화가 증가됐을 경우 이번 연구에서 규명한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함으로 세포성장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슐린 신호전달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들로 간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로 개발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간암 환자 중 피루브산 PDH의 인산화가 증가된 환자는 항암제를 달리 사용해야 하는 근거가 되며, 이것은 맞춤형 항암제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이후 더 많은 종류의 간암세포에서 인슐린에 의한 피루브산 PDH의 활성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어떻게 비활성화된 피루브산 PDH가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기초연구실)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생물학분야 국제학술지 파셉 저널(FASEB Journal) 9월 18일 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