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시즌의 박스오피스. 그 누구도 웃지 못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올 추석 박스오피스는 극장가 논란의 핵심인 멀티플렉스들의 스크린 배분은 그 어느 때보다 공정했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도 흥행으로 웃지 못하면서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 제로섬(Zero-sum·이해당사자간 득실(得失) 차가 없는)의 딜레마가 극장가와 영화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추석 박스오피스는 제작비와 출연진들의 이름값 면에서 기대할만한 한국 영화들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영화 <안시성>과 <명당>, <협상> 등 세 작품은 추석 연휴를 한 주 앞둔 지난 19일 나란히 개봉하면서 극장가 성수기인 명절 대목을 노렸다. 그러나 기대작들의 개봉 일정이 같은 기간으로 몰린 탓에 관객들이 분산되면서 세 작품 모두 기대만큼의 흥행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BEP(손익분기점)을 넘기느냐 마느냐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배우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의 제작비는 약 200억원으로 이것을 기준으로 계산한 손익분기점 관객 수는 약 580만명이다. 그리고 배우 조승우 주연의 <명당> 제작비는 약 12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명, 배우 손예진 주연의 <협상>은 제작비 100억원대에 손익분기점은 약 250만명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19일 개봉 후 추석 연휴를 지난 세 작품의 흥행 실적은 27일 기준으로 <안시성>이 370만명, <명당>이 172만명 그리고 <협상>이 137만명을 기록했다. 주말과 명절 연휴가 이어지는 기간 상영된, 그리고 모두 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작품들임을 고려하면 매우 아쉬운 기록이다.

현재는 세 작품이 박스오피스 1~3위를 차지하고 있고 10월 초까지 이어지는 주말이 한번 더 있어 누적 관객 수는 늘어날 전망이지만, 관람 관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세 작품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멀티플렉스들은 극장 관객 수가 줄어 명절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국내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스크린 쏠림 없이 골고루 상영관이 배분되는 것이 미덕이라면 여러 편의 대작이 쏟아진 올해 추석은 성공적인 시즌이라 할 수 있으나, 동시에 여러 편 중 그 어떤 영화도 웃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실패한 시즌”이라면서 “관객 감소율이 빨라지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이번 추석 시즌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영화가 가장 성공한 작품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극장 관계자는 “물론 각 작품들의 배급사들이 가장 이상적인 시기로 상영 일정을 잡았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주요 배급사들의 과도한 경쟁이 부른 아쉬운 결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멀티플렉스들이 특정 작품에 상영관을 지나치게 몰아주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면서 “추석에 개봉한 작품들이 국내 관객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탓”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올 추석은 상영관이 고르게 분산되니 각 상영작들이 기대하는 수익과 극장가 수익이 동시에 줄어든 사례로 남았다. 상영관이 몰리면 몰리는 대로 영화계와 극장가는 시장의 불균형으로 논쟁한다. 그러나 상영관이 분산된다고 해서 선순환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한편 점점 줄어들고 있는 영화관 관객 수 앞에 멀티플렉스들은 수익성 극대화를 통한 생존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영화 배급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딜레마에 빠진 극장가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